"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위법 행위가 아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동안 담당자들이 직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의 업무에서 (본래) 치안이 포함돼 있다.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찰 치안 업무) 사무를 관장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경찰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비판에 대해 반박한 '말말말'이다. 문투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대체로 날이 서 있었다. 이상민 장관은 27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13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배포하는 동시에 직접 약 20분 분량의 피피티(PPT) 발표까지 곁들였다.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설득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 셈이다.
"검수완박 보고 생각 굳혔다"
5월 13일(이 장관 취임 당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발족.
6월 21일 자문위,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등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 권한 강화 권고.
7월 15일까지 최종안 마련 예정.
이상민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최종안 도출 시점까지 못 박았다. 전광석화다. 이 장관은 "자문위의 권고안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오는 7월 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행안부장관 취임 당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행안부가 지휘하는 경찰업무 조직 신설)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
그는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이야기를 꺼냈다. 검찰권 약화로 경찰권력이 비대해질 수 있음에도 중앙 기관의 경찰 통제 방안이 마땅치 않기에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이 경찰을 지휘하고 견제하기 위해선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예전에 있던)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도 없고 국정상황실엔 경찰이 달랑 총경급 3명이 있다"면서 "제도의 공백 상태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취재진 사이에선 31년간 유지되던 제도를 "군사작전하듯 바꾸는 것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 수렴 과정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 장관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장관 탄핵 주장에 대해선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무원들도 다 알고 있었는데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라면서 "지금도 늦었다. (경찰 지휘 관리) 공백 상태"라고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경찰 반발에는 "내가 소통 부족... 김창룡도 상당 동의"
전임 정권에서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도 경찰권 오남용 사례로 두 차례 언급했다. 경찰이 행안부장관을 건너 뛰고 청와대와 소통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장관은 "최고 권력자 입장에서는 경찰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인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해경의 공무원 피살사건 처리처럼 지금 시스템에선 도무지 어떻게 일이 처리되는지 알 수 없고, 사후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전 정부와 같이 일하지 않아서 실제로 어떻게 (청와대와 경찰이 직접 소통하는) 일이 이뤄졌는지 알지는 못한다"면서 "그러나 행안부가 (경찰에) 인사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나 조직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으로, 행안부가 (계속) 패싱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들의 전국적 반발이 제기된 것에는 '소통 부재'를 인정했다. 이 장관은 "일선 경찰들이 (경찰 업무 조직 관련)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반발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면서 "소통하지 못한 책임이 내게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같은 날 오전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선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주말 사이 김 청장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늘 발표와 같은 내용을 말씀드렸고, (김 청장도) 상당 부분 동의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경찰국 파동'에 임기 26일 남긴 경찰청장, 물러나다 http://omn.kr/1zjq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