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심지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법무부는 위원장 1명을 포함 9명의 위원(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 협회장, 한국법학교수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으로 추천위를 구성한다. 추천위는 각계의 추천을 받은 10~15명 중 3~4명의 최종 후보를 뽑은 뒤 최종 후보 1명을 제청하게 된다.
추천위 구성부터 최종 후보 결정, 대통령 최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기간을 따져보면 평균 66일로 두 달이 넘는다(39∼44대 총장 기준). 지금부터 추천위를 꾸린다고 해도 100일이 훌쩍 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임에도 초대 검찰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사법연수원 27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법연수원 27기이다. 전임 김오수 검찰총장(20기)보다 7기수나 낮다. 현재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는 고검장급(23~26기)만 해도 한동훈 장관보다 기수가 높다.
검찰은 자신보다 기수가 낮은 사람이 상급자로 임명되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장관보다 기수가 높은 검찰 간부가 검찰총장으로 가기는 부담이 된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② 바지 검찰총장?
한동훈 장관은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 인사를 단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총장이 누가 되더라도 인사권이 사라진 셈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 내부에서는 한동훈 법무장관 밑에서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바지 검찰총장', '허수아비 총장'이라는 말이 나돈다.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강행하자 "인사권도 없고 주변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한다"며 분노를 나타낸 바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 장관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이 검찰총장도 없이 지금 계속 검찰 인사를 한다"며 "과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서 인사 패싱을 당한 것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토했느냐. 그러면 그렇게 하지 말고 검찰총장을 임명해 순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 새 정부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하부조직?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는 내내 '검찰 독립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일각에선 '고의로 검찰총장후보추천위 구성을 미루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김창기 국세청장 임명 관련 국회 패싱 논란이 일자 "이런 업무는 계속 방치할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 업무는 방치해도 되느냐는 반발과 한동훈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더 킹'에는 주인공인 검사가 자신이 언젠가는 '검찰총장 혹은 법무부장관 혹은 민정수석 중 한 자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그런데 이 꿈을 모두, 그것도 동시에 실현한 검사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바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한동훈 장관은 민정수석실이 하던 인사검증업무를 하게 되었고(민정수석),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한 차례 인사를 단행한 후 다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겠다(검찰총장)고 하고 있다"며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까지 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