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이상적인 투타 조화로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삼성을 완파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7-0으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LG는 안방에서 열린 삼성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도 여유 있는 팀 완봉승을 따내며 이날 비로 경기가 없었던 4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35승1무26패).

LG는 3회 삼성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의 실책으로 행운의 결승점을 뽑은 가운데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오지환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이 밖에 4번타자 채은성이 2안타2타점, 김현수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선발 대결에서 승부가 갈렸다. 삼성의 수아레즈가 5이닝 4실점을 기록한 반면에 LG 선발 애덤 플럿코는 8.1이닝2피안타14탈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진출 후 최고의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LG 선발 플럿코, 연패 탈출과 더불어 팀의 스윕을 막아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LG 선발 플럿코. ⓒ LG트윈스

 
'이닝이터'가 에이스로 활약했던 LG 마운드

강속구 투수를 좋아하지 않는 팀이 어디 있겠냐만 특히 LG는 강속구 투수에 대한 '로망'이 남달랐다. 레다메스 리즈나 헨리 소사처럼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중남미 출신의 파이어볼러들을 꾸준히 영입한 이유다. 물론 리즈는 2013년 탈삼진왕에 올랐고 소사는 LG에서 활약한 4년 동안 40승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2010년대 이후 LG의 마운드를 이끈 외국인 에이스는 '파이어볼러'가 아니었다.

시속 160km를 던지는 리즈가 들쭉날쭉한 제구력으로 팬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동안 안정된 투구로 같은 기간 LG의 실질적인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한 투수는 바로 좌완 벤자민 주키치였다. 비록 2013년 4승6패 평균자책점6.30으로 부진하다가 중도퇴출됐지만 주키치는 2011년 187.2이닝,2012년 177.1이닝을 소화하며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특히 3년 동안 피홈런이 단 21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장타를 잘 허용하지 않는 투수로 유명했다.

2016년과 2017년 소사와 함께 활약했던 LG의 외국인 에이스는 데이비드 허프였다. 좌완으로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소사에 비하면 구속은 조금 느렸던 허프는 8년의 빅리그 경험에서 오는 경기운영이 단연 발군이었다. 비록 잦은 부상으로 1년 반 동안 3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허프는 2번의 완투경기를 포함해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외국인 투수였다.

허프가 떠난 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활약했던 타일러 윌슨도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 2018년 9승에 그치고도 리그 평균자책점 2위(3.07)에 오르며 재계약에 성공한 윌슨은 2019년 케이시 켈리와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28승을 합작했다. 비록 2020년 평균자책점이 4.42로 치솟으면서 10승을 따내고도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LG팬들은 여전히 윌슨을 그리워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는 켈리 역시 이제는 LG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선수다. 68경기 이상 5이닝 투구라는 대기록이 말해주듯 리그를 대표하는 '꾸준함의 대명사' 켈리는 3년 연속 28경기 이상 등판과 13승 이상, 그리고 170이닝 이상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켈리는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7승1패2.57의 성적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14K 무실점, KBO리그 데뷔 후 최고투구

LG는 작년 시즌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켈리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지만 수아레즈는 10승2패2.18의 뛰어난 투구내용을 보여주고도 잦은 부상으로 23경기 등판,115.1이닝 투구에 그쳤다. 이미 허프와 아도니스 가르시아 등 부상이 잦은 외국인 선수가 팀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경험했던 LG는 작년 12월 플럿코와 계약하면서 수아레즈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플럿코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5년 간 활약하며 14승14패5.39의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빅리그 통산 88경기 중에서 선발 등판이 37회에 달할 정도로 선발 투수로 충분한 경험을 갖춘 투수다. 미국 무대에서의 성적만 보면 빅리그 2승 투수였던 켈리보다 훨씬 뛰어난 실적을 갖춘 투수로 LG는 내심 플럿코가 LG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플럿코는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3이닝6탈삼진으로 위력을 뽐내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플럿코는 정작 시즌이 개막되자 드류 루친스키(NC다이노스)와 윌머 폰트(SSG랜더스),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 등 타 구단의 외국인 에이스들에 비해 돋보이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물론 5승3패3.57의 성적은 퇴출위기에 놓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하면 충분히 준수하지만 리그를 호령할 거라던 LG구단과 팬들의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6월에 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던 플럿코는 6월의 3번째 등판이었던 14일 삼성전에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8.1이닝 동안 110개의 공을 던진 플럿코는 사사구 없이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무려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삼성의 선발 타자 9명 중에서 플럿코에게 삼진을 당하지 않은 선수는 이날 삼성이 때린 2안타 중 1개를 기록한 4번 타자 오재일뿐이다.

LG는 이정용, 정우영, 진해수, 김진성, 고우석 등으로 구성된 막강한 불펜을 자랑하고 있지만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9위(4.27)에 머물러 있다. 이민호가 시즌 5승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LG의 토종 선발진은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든든한 켈리에 이어 플럿코마저 삼성전에서 보여준 위력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간다면 LG의 외국인 원투펀치는 충분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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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애덤 플럿코 8.1이닝 14K 외국인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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