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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많은 이슈로 비대면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직접 면 대 면으로 수행해야 하는 노동이 더 많다. 특히 A/S 등 방문형 서비스노동은 그 개념상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야 하는 만큼, '서비스'라는 생산품의 제공 주체인 노동자는 여전히 현장을 오갈 수밖에 없다.

지식노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줌'이나 '스카이프'로 대표되는 비대면 화상회의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원격지로 출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체가 마냥 좋았지만, 막상 비대면 화상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소위 '지방방송'이 허용되지 않는 매체의 특성상 시간당 정보 전달량도 많이 떨어지고, 자료 등을 공유하는 방식도 제한되는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2022년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장소적으로 사업장에서 벗어나 타지로 이동하는 외근 또는 출장을 애용하고 있다. 다만 사업장 밖의 노동은 일반적인 사업장 내 노동과 달리 사용자의 지휘·감독 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슬기로운 외근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업무상 미팅 건으로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간다면, 적어도 미팅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원격지로 이동하는 경우 사람이 '순간이동'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이동에 필요한 시간만큼 사실상 회사의 업무에 매이는 일종의 '대기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시간을 법상 근로시간으로 보아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업무상 미팅 건으로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간다면, 적어도 미팅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원격지로 이동하는 경우 사람이 "순간이동"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이동에 필요한 시간만큼 사실상 회사의 업무에 매이는 일종의 "대기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시간을 법상 근로시간으로 보아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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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 출장 중 이동시간, 근로시간인가요?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등 영향력 아래에 종속된 시간을 말한다. 거꾸로 말해, 노동자 스스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회사의 지시에 매이는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며, 여기에는 지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까지도 포함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업무상 미팅 건으로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간다면, 적어도 미팅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원격지로 이동하는 경우 사람이 '순간이동'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이동에 필요한 시간만큼 사실상 회사의 업무에 매이는 일종의 '대기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시간을 법상 근로시간으로 보아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이를 논하려면, 먼저 유사한 사례인 '출·퇴근 시간'의 성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장소적으로도 사업장에 가기 전이며, 어떠한 업무상 지시를 받은 상태도 아니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 중에라도 본인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집으로 되돌아가 결근할 수도 있으므로, 이 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보기에는 곤란하다.

이를 확대한다면, 단순히 출장지로 이동하여 복귀하는 시간은 직원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변수가 너무 많아 일반화하기가 어려운 만큼, 법원과 고용노동부도 다소 모호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⑴A/S 담당자가 전국 단위로 출장을 다닌 사안에서 "출퇴근에 갈음하여 출장지로 출근 또는 출장지에서 퇴근하는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나, 장거리 출장의 경우 사업장 소재지로부터 출장지 소재지까지의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았다(근기 68207-1909, 2001.6.14.).

또 ⑵단순히 야간이나 휴일을 이용하여 이동한 경우에는 야간·휴일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야간 또는 휴일에 출장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명확한 때에는 야간·휴일근로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 지휘명령의 징표를 필요로 한다는 판단도 있다(근기 68207-2650, 2002.8.5.).

위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⑶해외 출장 등 상대적으로 장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해외 출장 시 출장계획서 등을 제출하여 결재를 득하는 등 절차를 거친 점, 사용자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장기간의 출장을 임의로 다녀올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수원지방법원 2016.11.24. 선고, 2016가단505758).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단순히 업무 특성상 일정 범위 내에서 원격지로 이동하여야 하는 경우라면 통상의 출·퇴근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지만, 통상적인 이동시간을 넘어 일회적·비정기적으로 장시간의 이동이 필요한 경우 사실상 회사의 지시 하에 관리되어 노동자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시간이므로 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이슈 2] 출장 중 사고, 업무상 재해일까?

만일 위 논의에 따라 근로시간이라고 볼 수 없는 단순 출장지로의 이동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해당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을까?

대체로 그렇다. 애초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출·퇴근의 통상적인 경로에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법 제37조 제1항 제3호). 출장지로의 이동 또한 일종의 출·퇴근이라고 볼 수 있으니, 그 이동시간이 근로시간인지는 산재 승인 여부를 논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오히려 '업무 연관성'이 문제된다. 위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요건으로는 '통상적인 경로'일 것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출장을 위한 이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출장자가 서울 본사에서 울산 공장으로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라면 경부고속도로 내지 그 인근에서 업무를 위한 이동 중 발생한 사건이라면 업무상 재해일 것이나, 개인적으로 친구를 만난다거나 소위 '맛집'을 찾아간다며 경로에서 잠시 이탈한 사이에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해외 출장이라면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진다. 가령, 모 회사 가전사업부 과장이 3박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방문을 위해 방문하였다고 치자. 그에게 행사 참여란 곧 회사의 공적 업무이므로 CES 관람 중 발생한 재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러나 도중에 가전과 관련 없는 인근 행사에 참석한다거나, 심심풀이로 저녁 시간을 이용해 카지노에 갔다가 발생한 재해라면 아무리 출장으로 인하여 체류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였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출장자가 서울 본사에서 울산 공장으로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라면 경부고속도로 내지 그 인근에서 업무를 위한 이동 중 발생한 사건이라면 업무상 재해일 것이나, 개인적으로 친구를 만난다거나 소위 '맛집'을 찾아간다며 경로에서 잠시 이탈한 사이에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출장자가 서울 본사에서 울산 공장으로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라면 경부고속도로 내지 그 인근에서 업무를 위한 이동 중 발생한 사건이라면 업무상 재해일 것이나, 개인적으로 친구를 만난다거나 소위 "맛집"을 찾아간다며 경로에서 잠시 이탈한 사이에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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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 출장비는 임금인가?

특히 외근이 많은 영업직 기타 서비스 노동자라면, 회사에서 '출장비' 내지 '교통비'라는 개념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용은 통상 여비규정 등 사내 취업규칙에 따라 지급되며, 특히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거리'나 '급지'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정해진 액수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출장비는 임금이 아니다. 과거 대법원은 출장비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가지므로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대법원 1992.4.10. 선고, 91다37522 판결)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장 그 자체에 대한 일정 금액을 지원하지 않고 소위 '영수증 처리' 즉 실비로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만일 회사가 실질에 있어 실비변상적인 방식이 아닌 '출장비'의 명목만으로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다면, 이는 노동의 대가로서 임금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 법원은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지급의무가 정해진 경우"라면 명칭 불문 임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5.9.9. 선고, 2004다41217 판결).

가령, 기업이 취업규칙에서 '교통비', '출장비' 내지는 '판공비'라는 항목으로 개별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정기·계속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이는 영업직 등 외근이 필수적인 직종에 많이 보이는데, 회사에서는 임금 총액 중 기본급은 낮게 잡고 나머지는 비용처리를 하여 임금성을 회피하려 하지만 구체적으로 판단하였을 때에는 노동의 대가로서 임금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만일 위와 같은 논리로 임금성이 있는 출장비라면, 퇴직 시 해당 노동자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에 해당 출장비 항목 또한 포함되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임금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사실상의 노동 대가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그 이름이 비용이라는 이름만으로 임금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슈 4]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이처럼 장소적으로 사업장을 벗어나 주된 업무가 이루어지는 직종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 및 그에 따른 임금을 줄일 수 있는 '합법적 꼼수'가 있다. 법 제 58조 제1항에서는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고,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에 따라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으로 간주할 수도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견이지만, 간주근로시간제처럼 애매한 표현을 둔 규정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법에서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이라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두면서, 관련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고용노동부, 2019)에서조차 구체적인 지침 없이 "평균적인 사람이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시간"이라고 뭉뚱그리는 것은 악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의 다양성이 높은 직종일수록 더 문제된다. 가령, 에어컨 수리 노동자가 현장 A/S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어느 날은 비교적 간단한 업무만을 수행하여 일찍 끝나고, 어느 날은 부품 교환부터 시작해 반나절이 꼬박 걸리는 업무를 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법은 급여 수준과 직결되는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 기사에서 살폈듯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가 형식적으로 선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회사에서 임의로 실제 소요시간보다 상당히 짧은 시간을 서면 합의로 정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스템 보완을 통한 건강한 외근

이처럼 물리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일정 부분 배제될 수밖에 없는 외근 업무는 실무상 노무관리를 어렵게 하는 주된 부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기술과 사회의식의 개선으로 광의의 외근인 재택근무제도나 거점 오피스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단순히 사업장 밖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관리책임을 유기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사용자의 지배력 판단은 반드시 장소적으로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우리 사회가 사업장 바깥에서의 노동을 명확화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령, 간주근로시간제도는 사업주가 각 외근자가 업무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보통신기기로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를 임금 절감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폐해가 더 큰 만큼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

동시에 외근 중 재해 발생을 막기 위한 노·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주는 외근자에게 필요한 안전장비 등을 충분히 지원하고 안전 관련 교육을 실시하며, 노동자는 교육받은 규정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외근직 노동자의 업무 재량성만을 들어 '프리랜서'로 고용하여 산재처리를 회피하려는 시도 또한, 종국적으로 무효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양해야 한다.

물론, 노동자 또한 외근 중 허위보고 등 일탈 행위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정하여야 할 것이다. "보는 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해진 업무시간 중 불필요한 사적 행위는 지양하고 직무 수행에 전념하는 등 '돈 받고 일하는' 프로 직업인으로서의 양심을 갖고 상호 신뢰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태그:#노무사, #간주근로시간제, #출장중산재, #외근직, #출장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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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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