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배우 구교환 인터뷰 이미지

ⓒ 티빙


"내가 만약 '귀불'을 만나게 된다면? 아마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4월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는 저주 받은 '귀불(악귀가 붙은 불상)'의 눈을 보고 마음 속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을 그린 오컬트 스릴러 작품이다. 배우 구교환에게 지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연기를 못하게 되는 상황"을 꼽았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찾아오는 배우 구교환을 지난 2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구교환은 <괴이>에서 의문의 불상에서부터 시작된 재난을 막으려 애쓰는 고고학자이자 유튜버 정기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화상 카메라를 통해 극 중 인물처럼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월간괴담 유튜버 정기훈입니다"라는 말로 재미난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시리즈의 완성은 결국 시청자를 만나는 거니까, 함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와서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정기훈은 고고학자이지만 '월간괴담'이라는 괴담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진양군에서 괴이한 불상이 발굴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스님들과 함께 불상의 비밀을 찾아나선다. 구교환은 "고고학자, 유튜버라는 직업을 특별하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우리 주변의 인물처럼 보여주려고 했다"며 "길을 걷다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서 있는 고고학자 정기훈씨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주변의 인물이 만약 고고학자라면? (연기할 때) 직업 보다는 사람에 먼저 다가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배우 구교환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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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에서는 땅 속 깊이 묻혀있던 귀불을 발굴한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는 새까만 비가 내리고 사람 얼굴 모양의 우박이 떨어지는가 하면,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며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괴담 전문 유튜버로서 악귀 퇴마에도 일가견이 있는 정기훈은 까마귀의 공격을 방어하는 주문을 그리며 위기에서 탈출한다.

구교환은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존재하지 않는 까마귀를 바라보며 연기를 해야 했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제작진들과 만들어내야 했는데 사실 너무 재미있게 찍었다. (드라마 속) 그 신은 치열했지만 저와 김지영(한석희 역) 선배는 열심히 유산소 운동까지 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귀불 때문에 이성을 잃은 아내 수진(신현빈 분)과의 액션 신 역시 재미있게 찍었다며 "정기훈 박사는 훈련된 사람이 아니다. 보통의 체격을 갖고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화려한 무술 실력을 많이 걷어내고 숨겨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에서는 저주에 홀린 사람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끔찍하고 어두운 전개가 이어지지만, 정기훈은 귀불 문제를 해결하려 찾아온 스님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학생들에게 '월간괴담' 구독을 권하는 등 익살스러운 대사들로 긴장감을 풀어주는 캐릭터였다. <괴이>에서 구교환의 역할이 더욱 돋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교환은 그런 장면에서 일부러 웃음을 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냥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위기를 맞이했을 때, 혹은 행운을 맞이했을 때의 감정이 있지 않나.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럴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사들이었다. 예를 들어 스님과 통화를 할 때 내가 '화이팅'이라고 말한다. 그 장면도 기훈이 무서워서, 자신에게 주문을 넣듯이 화이팅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 장면이 유머러스 하게 느껴지지만, 기훈에게는 진실된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시청자로서 옆에서 바라봐도 재미있더라.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과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희극과 비극은 한끗 차이라는 게 와닿는 것 같다."

한편 이번 <괴이>는 구교환이 영화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2년여 만에 다시 손을 맞잡은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류용재 작가와 함께 대본을 집필했다.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잘 부탁한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그 말 만큼 배우에게 영감을 주는 디렉션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담을 주시지 않으려고 하는 게 느껴졌고 신뢰가 담겨 있어서 더 좋았다. 담백한 응원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기훈의 이야기가 드라마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구교환은 이에 대해 "정기훈은 촬영 기간 동안 내가 가장 가깝게 지낸 인물이었다. 나는 가장 친했던 사람이니까 아쉬움은 없었는데, 시청자 분들은 각자의 감상이 있을 것이다. 느끼신 그대로 감상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기서 이 정도로 보여주는 게 좋았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개인 차가 있다. 하지만 영화와 시리즈는 만들면 관객의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감상대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괴이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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