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타벅스에서 전국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행사를 벌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컵을 받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사람들은 커피를 픽업하는데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행사 취지와는 달리 실제로 해당 다회용 컵은 수십 번을 사용해야만 일회용컵 사용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관련기사 :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배포가 환경살리기?... 대체로 거짓 http://omn.kr/1vdxz).
사실상 똑같은 일회용 컵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스타벅스는 환경을 위한 일인 것처럼 포장했다. 이처럼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제품과 기업홍보를 명목으로 친환경적인 척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것은 생태계인가 더 많은 소비인가
최근 많은 기업들이 가치소비와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겨냥해 그린워싱 마케팅을 펼치는데, 동원참치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 바로 지난해 진행한 '펭귄런'과 올해 5월에 열리는 '튜나런(5월 2일~22일)'이 대표적인 예이다.
튜나런은 5월 2일 세계 참치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행사로, 참가비를 내고 목표한 거리만큼 달리기를 해 킬로수를 인증하면 각종 굿즈와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을 받은 동원 참치캔 2개를 포함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캠페인성 마케팅이다. 동원은 이번 튜나런의 취지를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계를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사실 썩지 않는 기념품을 나누어 주고 참치캔 소비를 부추기는 것일 뿐이었다.
MSC 인증?
기념품으로 제공되는 참치캔에 쓰여 있는 MSC 인증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파란색으로 적힌 라벨에 쓰여 있는 MSC는 '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의 약자로 '지속가능한 자원량 유지', '환경 영향 최소화' 등을 평가해 지속 가능한 어업을 인증해주는 단체인 동시에 인증마크이다.
이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지만, MSC인증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 라벨을 달고 나온 참치캔이 지속 가능한 어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혼획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인증이 취소되는 등, MSC 인증이 완벽하지 못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MSC의 수익 80%가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데서 오며, 실제로 지속 가능한 어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누구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하는 만큼, 동원의 MSC인증 참치캔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토록 익숙한 참치캔의 낯선 비밀
한국은 아시아에서 참치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다. 엄마가 끓여 주신 김치찌개 속에, 바쁜 와중에 급히 사 먹은 김밥에, 건강식이 유행인 요즘 더욱 자주 먹게 되는 샐러드 보울 등 일상 속 여러 장면에 참치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이 참치캔 한 통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참치가 오늘도 축구장 60개 크기의 그물에 갇혀서, 수천개의 바늘에 걸려서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친숙하지 않다.
참치 어업은 이미 조업 방식과 규모면에서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집어 장치(Fish Aggregating Devices, FAD)인데, 물 위에 큰 스티로폼 부유물을 띄워놓고 부유물을 안식처라고 여기는 수중동물들의 본능을 이용해 축구장 60개 크기의 대형 그물에 접근하도록 한 후 포획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참치는 물론 참치 치어, 상어, 바다거북 등 다양한 종들이 혼획되어 해양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기다란 낚싯줄에 바늘을 끼워 낚는 형태의 연승어업은 방식 면에서 더욱 잔인하다. 연승어선에 달린 낚시줄의 길이만 무려 150km에 달하며, 참치를 포함한 다양한 수중동물은 보통 낚싯바늘에 몸이 걸린 채 고통스럽게 물 속에서 끌려다니다가 죽임을 당한다.
세계 참치의 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주요 참치 어종 7종의 3분의 1 이상이 남획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해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심각한 위기종으로 분류된 남방큰다랑어의 경우 2030년에 완전히 멸종될 수 있다고 한다.
참치는 바다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로 성장 기간이 길어 오래 사는 어류 중 하나다. 하지만 참치가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관련된 모든 종이 영향을 받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바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우리는 참치캔 안에서 참치를 꺼내줘야 한다. 다시 말해 참치를 식재료가 아닌 소중한 바다 생물로 보는 것으로 시선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참치를 도감으로만 감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5월 2일은 세계 참치의 날이다. 사실 세계 참치의 날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날마저 이용해 '지속가능성'을 운운하며 참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기업의 대규모 어업과 나쁜 마케팅을 기억하자. 동원이 제아무리 지속가능한 참치캔을 내놓는다 해도, 해양생태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갖은 캠페인을 펼쳐도 그동안 생산해온 수억개의 참치캔 안에 숨겨온 참치 대학살은 가릴 수 없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