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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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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P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진 더불어민주당은 왜 졌는지 다양하게 원인을 찾는다. 패자는 늘 고민이 깊다. 다시 지지 않겠다는 결의로 볼 수도 있지만, 진 이유를 모르면 무언가 목에 걸린 것처럼 껄끄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배의 원인을 찾으려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짚어야 한다. '뇌피셜'은 곤란하다. 엉뚱한 자료 제시와 해석도 곤란하다.

민주당 내 여럿이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며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어서 집 가진 사람들의 표심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응천 비대위원 역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채이배 비대위원은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종부세를 과감히 면제해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라고 비판했다.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어서 민심이 돌아섰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종부세를 완화 또는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따로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거나, 집값이 높을수록 종부세를 많이 낼수록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더라는 기사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대선후보 득표율과 자치구별 평당 가격을 비교했을 때 평당 가격이 높은 구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비례하더라는 기사, 2022년 서울 표준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을수록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다는 기사, 종부세를 많이 내는 지역일수록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다는 기사 등 이러한 류의 기사들과 분석들이 쏟아지다 보니 민주당 정치인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공시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종부세를 많이 내는 지역일수록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가 높았다는 데이터가 언론과 시중에 회자되면서 민주당 정치인들 역시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이 화가 나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서울정책연구원 보고서도 비슷한 근거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구별 아파트 공시가격과 국민의힘 득표율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집값과 국민의힘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근거로 욕망의 정치라 비판하거나, 세금을 깎아 주어야 민심을 돌이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보수진영은 역시 세금이구나, 세제 완화가 보수진영의 살 길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통계학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분석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동일시하는 해석이다. 집값과 득표율의 상관관계 데이터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금이 늘어나 국민의힘을 지지했을 수도 있지만, 집값급등으로 임차인들이 주거불안과 자산격차의 박탈감이 심해져 여권에 대한 심판투표를 했다는 해석도 나올 수도 있다.

왜 돌아섰을까?

어느 해석이 맞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집값과 득표율 사이에 몇 가지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먼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사이에 구별 득표율을 비교해보자. 두 시기 투표율의 차이가 있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2020년 대비 2022년 대선에서 강남 3구, 용산구 외에 여타 지역들이 많이 돌아섰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서울 자치구별 선거 결과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서울 자치구별 선거 결과
ⓒ 이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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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돌아섰을까?

집값이 급등해 세금을 많이 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서울시 공시지가 변동률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과의 상관관계를 내세운다. 하지만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9년이 2021년보다 더 높았다. 서울 민심이 윤석열 후보에게로 돌아선 이유가 공시지가가 높아져 보유세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면, 2021년보다 더 높았던 2019년 공시지가 상승 이후 2020년 총선에서 서울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한 연유에 대해 먼저 설명이 되어야 한다.
 
서울 연도별 개별공시지가 변동률
 서울 연도별 개별공시지가 변동률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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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과 2021년 서울 자치구별 공시지가 상승률을 비교해보자. 2019년에는 중구(20.5%), 강남구(18.7%), 영등포구(18.2%), 서초구(16.5%), 성동구(15.4%), 마포구(12.2%) 순으로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다. 2021년에는 공시지가 상승률이 강남구, 영등포구, 강서구, 서대문구, 서초구 순이다.

2019년 공시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중구를 비롯해 공시가 상승률 최상위에 있던 영등포구, 성동구, 마포구가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2021년 세 번째, 네 번째로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은 강서구와 서대문구는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19년과 2021년 구별 공시가격 상승률과 2020 총선과 2022 대선의 여야 지지율을 볼 때 공시가격 상승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와는 상관관계가 맞지 않는다.
 
2021년도 개별공시지가 결정·공시 보도자료
 2021년도 개별공시지가 결정·공시 보도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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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높다는 통계는 이번 대선의 표심 변화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이다. 2020년 4월 총선에서도 집값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비례했다.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사실은 손낙구 보좌관(김정호 의원실)이 2010년에 쓴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에서 이미 다 밝힌 내용이다. 

2020년 4월 총선과 2022년 3월 대선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데이터를 놓고, 더 나아가 2000년대 이후 반복되는 동일한 현상을 놓고 2022년 대선의 패배 요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말 그대로 호들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파트 실거래가와 2020년 총선 정당 득표율
 아파트 실거래가와 2020년 총선 정당 득표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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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의 주거불안과 박탈감

구별 평당가격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가 있다. 구별 평당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임차인 거주비율이 높다. 서울 자치구별 자가점유율은 해당 지역에 자신의 집에 사는 사람과 임차인으로 사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아래 그래프는 서울시 자치구별 자가점유율과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승리 지역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투표는 본인의 소유 주택이 있는 지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하건 소유하건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하기에 자가점유율이 낮은 지역은 임차인이 많이 산다는 의미이다. 그래프의 특이한 점은 자치구별 평당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임차인 거주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시 자치구별 자가점유율
 서울시 자치구별 자가점유율
ⓒ 이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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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2022 대선에서 모두 국민의힘이 이긴 강남3구, 용산구를 제외하고, 2020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겼다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마포구, 성동구, 중구, 광진구 등의 지역은 모두 집값은 높고 자가점유율은 낮은 지역이다.

관악구를 제외하고는 자가점유율이 낮은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자가점유율이 낮은 지역, 즉 임차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겼는데 세금을 많이 내서 민심이 돌아섰다고? 임차인들이 보유세를 내나?

집값이 높고 임차인이 많은 지역에서 2020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기고 2022 대선에서 민주당이 졌다면,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되는 세금보다 임차인의 주거불안과 벌어지는 자산격차로 인한 박탈감으로 정권 심판을 위한 투표로 이해하는 것이 더 근거 있는 해석 아닐까? 임차인과 주택 소유주 개별의 정당 지지율 조사가 아니라는 통계적 한계가 있지만, 역대 선거에서 늘 상수였던 높은 집값과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의 관계보다는 높은 집값과 구별 임차인 비율과의 관계가 이번 대선에서 민심이 돌아선 이유를 살피는데 더 적합한 통계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1주택자에게 세제, 대출 등에 있어 다주택자 규제와 달리 상당한 우대를 해주었기 때문에 1주택자들의 세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2021년에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공시지가 기준 9억에서 11억으로 올려 시가 15억의 주택도 종부세가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율도 인하했다.

문재인 정부의 1주택자를 위한 섬세한(?) 배려를 감안하면 집 가진 사람들 중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집값이 올라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기분 나빠 국민의힘을 지지했을 테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세금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라 세금 때문에 마음이 돌아섰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집값 높은 지역에 많이 사는 임차인들이 급등한 전월세 가격으로 인한 주거불안과 급등하는 집값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으로 인해 정권 심판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체성과 정책 역량 의심되는 민주당

임차인들이 주거불안과 자산격차로 인한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정권 심판 차원에서 투표한 결과를 보고 종부세, 재산세를 깎아주지 않아서 졌다고 해석하는 민주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종부세는 흠이 많은 정책이다. 언젠가 폐지되어야 할 정책이다. 하지만 종부세 폐지는 보유세 강화 장기 로드맵이 제시되면서 폐지되어야 부작용이 없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야 한다고? 종부세를 재산세로 합쳐서 지방세로 만들면 지방 곳곳에 한 채씩 사두며 세금 부담을 회피하는 다주택자들의 투기심리는 어떻게 가라앉힐 것인가?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면 강남의 세수는 폭증하고, 종부세 세수로 균형발전 재원으로 지원받는 낙후 지역은 더욱 힘들어진다. 날로 벌어지는 지방과 서울의 격차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종부세 도입 당시 종부세를 불가피하게 국세로 만든 이유들이 다 있다. 힘들게 만들어놓은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해체해야지 종부세가 만들어지기 전인 2005년 이전으로 돌려서 어쩌자는 것인가?

보유세 강화 로드맵도 없이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자는 이야기나,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것은 부동산정책에 있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를 없애버리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안 없는 종부세 폐지 및 재산세와의 통합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책역량과 수권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이다.

보유세 강화는 대한민국 중장기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화해야 할 대책이다. 부동산정책에 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많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인기 없는 정책임에도 정권 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실행한 정책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정책 차별화를 두면서 돌아선 민심을 보듬기 위해서는 급등한 전월세 가격으로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자산격차로 인한 박탈감에 노동의욕을 잃어버리는 임차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세금 깎아주기 경쟁을 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을 찍을지, 국민의힘을 찍을지 생각해보시라. 세금 깎아주기 경쟁으로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이길 수 없다.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다 대선에서 패배하고서는 또다시 원칙 없이 패배하려는 것은 아닌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반성을 보면서 불안감이 깃든다.

태그:#종부세,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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