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이 라디오 DJ로서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2019년부터 진행해온 MBC FM4U <김현철의 골든디스크>가 오는 27일을 마지막으로 폐지됨에 따라 이를 마무리하고 오는 28일부터는 <원더풀 라디오> DJ로서 활약하게 된 것.

김현철과 24일 오후 전화연결을 통해 <골든디스크>를 마무리 하는 소회와 <원더풀 라디오>를 시작하는 소감을 들었다.

하나 둘 사라지는 팝 전문 프로그램... 아쉬움 커 
 
 가수 김현철

가수 김현철 ⓒ 에프이 엔터테인먼트


1991년부터 31년을 이어 온 팝송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골든디스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에 <골든디스크>의 마지막 DJ로 활약했고, 또 팝을 사랑하는 김현철에게 어떤 심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현철은 "<골든디스크>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아침 11시 시간대 DJ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소감이고, 하나는 <골든디스크>란 프로그램이 아예 없어지는 것에 대한 소회"라고 정리했다. 
 
오전 11시대는 왠지 사람이 밝다고 해야 하나. 청취자분들도 밝고 따듯하신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다. 좋은 시간대였다. 그리고 <골든디스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선 팝송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으니 시대적 상황이란 걸 알지만 조금 그렇긴 하다. 팝송 들으시는 분들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심야에 하는 < JUST POP(저스트 팝) > 말고는 없어지는 거잖나.

김현철은 "아쉽다"라는 단어를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의 조심스러운 답변 속에는 아쉬운 심정이 묻어 나왔다. <골든디스크>의 폐지는 요즘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팝송이 지워져가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기에 섭섭할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섣불리 "섭섭하다"라고 그가 말할 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팝송 전문 프로그램을 오늘날까지 유지시켰던 MBC 라디오에 감사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폐지를 결정한 MBC의 선택도 쉽진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그는 "<골든디스크>가 없어지는 것의 의미보다는 팝송 전문 프로그램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라고 말하며 "팝송을 좋아하시는 분들 마음을 제가 좀 안다. 그분들은 팝송에 대해 충성도가 강하신 분들이고, 그런 분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팝 음악은 뮤지션 김현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 질문에 김현철은 "저희 나잇대는 팝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은 세대다. 1985년에 팝송 라이선스가 풀리면서 엄청난 양의 팝송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제가 고등학교에 막 올라갈 시기였고 팝송을 통해 음악적인 지식을 넓혀가기 시작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하는 음악들이 다 외국에서 온 음악들이기 때문에 (제 음악에) 팝송이 많은 영향을 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원더풀 라디오>... 가사 좋은 노래 선곡할 것
 
 가수 김현철

가수 김현철 ⓒ 에프이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그가 새롭게 진행하게 된 <원더풀 라디오 김현철입니다> 프로그램명에서 '원더풀 라디오'는 김현철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론칭한 MBC PD가 내게 "형, 이 프로그램은 형을 위해 만들었는데... 이거 형이 해야 하는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밝혔다. 

<원더풀 라디오>를 통해 1990~2000년대 가요를 중심으로 청취자를 만날 예정인 그에게 이 시기의 가요는 대한민국음악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김현철은 "1990년대는 가장 여러 장르의, 가장 많은 가요가 나온 때다. 유행이란 것이 폭발한 가요의 르네상스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가요를 선곡해주고 싶은지 물었고, 이에 김현철은 "팝송과 비교했을 때 가요의 장점은 가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하면서 "가사가 좋은 노래를 선곡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원더풀 라디오 김현철입니다>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하는지도 물었다. 이에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그림을 일부러 머릿속에 그리지 않는다는 그는 "제가 무언가를 미리 계획하기 보다는 청취자분들에게 제가 맞춰나갈 것이다. 청취자들과 하나가 되어서 가는 방송이니까"라고 답했다.  
 
선곡이든 뭐든 제 취향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청취자의 취향에 맞춰서 갈 거다. 청취자들과 진짜 하나가 되고 싶다.

오랜 시간 라디오를 진행해온 그에게 '김현철에게 라디오라는 매체란 어떤 의미인지'도 질문했다. 이에 김현철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라는 말로 운을 떼며 "라디오란 건 제 인생과 같다"라고 답했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디오라는 건 DJ라는 개인의 퍼스너리티가 많이 드러나는 매체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고 거기서 교훈도 있고 그런데, 그런 점에서 내가 잘 살아야지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맨날 우울하고 짜증나 있으면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라디오는 여태 내가 사고 안 치고 살게 해준 원동력이다.

끝으로 <골든디스크> 청취자들께, 그리고 앞으로 <원더풀 라디오>를 들어줄 청취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이에 김현철은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골든디스크>를 들어주시는 분들께도 늘 이야기 드렸지만 삼촌, 오빠, 형처럼 가족으로 다가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원더풀라디오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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