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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와 평화바람, 그리고 함께 하는 길동무들이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을 시작했다.  '지금당장 기후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연습 말고 평화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길이다. 순례단은 3월 15일 제주 해군기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평화와 평등, 차별없는 세상과 기후정의를 위해 싸우는 전국 곳곳의 현장을 순례하며, (가칭) 다른 세상을 만드는 4.30 서울대회로 모인다. 현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기후정의비상행동,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기지평화네트워크 등이 이 길에 함께하고 있다.[기자말]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기자회견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기자회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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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봄이 오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세상을 만나러 가는 순례길 첫 번째 날입니다. 낮 12시, 첫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앞에는 멀리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어머니들과 송경동 시인, 지역 농민회, 노동 단체, 제주도민 등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강정 주민과 평화 활동가들은 따뜻한 마음이 담긴 노래를 들려주었고 편지글도 읽어주셨습니다.

5416. 첫 순례를 떠나는 날, 우연히 눈에 보인 해군기지 담벼락 앞에 붙어 있는 숫자입니다. 그 긴 세월 동안 강정의 평화는 사라졌고 마을 공동체는 갈가리 찢어졌습니다. 그러나 강정의 평화는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무너진 평화를 세우기 위해 그 기나긴 날을 견디며 살아온 날이기도 했습니다.

12년째 강정에 살고 계신 길 위의 신부님은 강정해군기지 앞에서 '권력과 자본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아픈 사람들끼리 아픈 마음을 서로 나누며 하나가 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자고 하였습니다.
 
제주 칼호텔 정리해고투쟁 기자회견
 제주 칼호텔 정리해고투쟁 기자회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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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의 밥상 공동체가 있는 중덕삼거리 식당에서 종환 삼촌이 만들어준 밥을 먹고 오후, 제주 KAL 호텔 노동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KAL 호텔 소유주 조원태는 부동산 투기자본에 호텔을 매각하고 300여 명의 노동자를 쫓아내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영업을 종료하여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KAL 호텔 매각저지와 고용보장을 위해 호텔 로비에서 35일차 농성하는 조합원들을 만났습니다. 삭발을 한 노조 사무장은 자본의 횡포에 떠나가는 동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고통일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정마을을 파괴하고 군사기지가 들어선 것처럼, 자본은 노동자를 내쫓고 호텔을 부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합니다. 자본의 이익 앞에 노동자는 쓸모없는 기계일 뿐입니다. 불의와 불평등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고 그 순간 평화는 사라집니다. 아픈 사람은 다른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압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는 봄바람이 되어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상처받은 사람들, 차별에 저항하며 싸우는 사람들, 군사기지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것입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되어 이곳저곳 다니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의 시간을 만들 것입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하라
 
평화바람과 길동무의 대정읍 핫핑크돌핀스 방문
 평화바람과 길동무의 대정읍 핫핑크돌핀스 방문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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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둘째 날,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활동을 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성프란치스꼬 평화센터 앞에서 '봄바람 순례단'과 육지에서 강정까지 오신 길동무들, 강정평화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대정읍에 있는 '핫핑크 돌핀스'라는 해양환경단체를 찾아갔습니다.

대정으로 가는 들판에는 봄의 기운이 파랗게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예쁘장한 돌담길을 따라가면 핑크색 건물의 아담한 제주 돌핀센터가 나왔습니다. 활동가들이 손수 오래된 가옥을 수리하여 도서관과 교육실을 만들었습니다.

돌핀스 식구들은 순례단이 도착하자 마당에서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환대의 따뜻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교육관에 모여 남방 돌고래에 관해 조약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주는 해군기지 등 군사시설과 신항만,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풍력단지 등 대규모 난개발과 해양쓰레기로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다가 죽어가면 인간의 삶도 위기에 빠집니다.
 
제주남방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해상시위
 제주남방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해상시위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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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넘쳐나서 하수처리장은 용량 초과가 되었고 처리 안된 오수들이 매일매일 바다로 흘러갑니다. 대정 앞바다의 남방 돌고래는 암에 걸려 입이 기형이 되었고 낚시줄에 감긴 채 고통스럽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지느러미가 사라진 돌고래가 힘들게 움직입니다. 돌고래를 관광하기 위해 과도한 선박 운행을 하면서 돌고래는 갈 곳을 잃어갑니다. 남방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핫핑크 돌핀스 식구들이 마련해준 비건 점심은 아주 인기가 높았습니다. 봄볕 따스한 날,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팔십이 넘은 흰 수염의 할아버지와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이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한데 모여 밥은 나누는 풍경은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카약과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깃발, 플래카드를 트럭에 싣고 대정 해안가로 갔습니다. 순례단은 두 팀으로 나누어 해양쓰레기 줍기와 1시간 동안 해안을 따라 카약 시위를 하였습니다.

"선박관광 중단하라,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하라" 돌고래가 바다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우리는 원합니다.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인간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 낸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는 오늘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기자회견. 가덕도 대항전망대
 가덕도 신공항 반대기자회견. 가덕도 대항전망대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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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순례길 3일째, 새벽 일찍 강정을 떠나 김해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부산의 길동무가 '봄바람 불어온다'라고 예쁜 글씨로 쓴 작은 피켓을 들고 로비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회원들이 기다리는 가덕도 대항전망대로 서둘러 떠났습니다. 가덕도의 봄바람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평화바람을 맞이해준 분들은 가덕도의 생명을 지키려고 자본과 권력의 개발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분들입니다.

가덕도에는 150여 년 수령의 동백 수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섬입니다. 100년의 숲이 있는 봉우리가 있습니다. 토종 돌고래 상괭이와 수달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의 핵심축이 가덕도입니다. 그런데 산을 자르고 바다를 메꾸고 그곳에 공항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공항도 적자로 문을 닫는데 정부는 가덕도, 제주 2공항, 새만금 신 공항 등 10개의 공항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소수가 독점하는 토건세력의 이익을 위해 갯벌을 콘크리트로 메꾸고 산을 파헤치고 바다를 파괴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를 죽이고 콘크리트로 땅과 바다를 덮어가면서 탄소중립, 기후위기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답사. 러일전쟁시기 포진지.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답사. 러일전쟁시기 포진지.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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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후 가덕도 신공항반대 시민행동 회원의 안내를 받으며 가덕도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공항입지 예정인 가덕도의 대항 포구는 '커다란 목(대항·大吭)'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공항건설은 바로 가덕도의 목을 자르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신공항 개발은 생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부산 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마치고 평화바람과 가덕도신공항반대 시민행동'은 전포동 놀이마루 앞에서 도로를 따라 거리행진을 하였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연대의 함성은 높아졌습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다시 묻습니다.

봄바람 순례길, 18일은 울산으로 떠납니다.

태그:#40일 순례길, #봄바람, #길동무, #문정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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