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 tvN

 
한때는 배우는 배우, 가수는 가수, 예능인은 예능인으로 구분을 엄격히 나누려는 시선이 있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구분 자체를 촌스럽게 느끼는 시대가 됐다. 최근의 대중들은 연기할 때는 연기자답게 예능에서는 예능인답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들을 더 프로폐셔널하다고 여긴다.
 
tvN <어쩌다 사장>에서 배우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마트 사장 겸 예능인으로 고군분투하는 '하이브리드' 다섯 남자들의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3월 3일 방송된 <어쩌다사장> 3회에서는 '사장즈' 차태현, 조인성과 '장신 알바 군단' 김우빈, 이광수, 임주환 트리오의 좌충우돌하는 마트 영입기가 펼쳐졌다.
 
조인성은 우동 육수가 싱겁다는 손님들의 반응에 당황했다. 점심 장사 때 호평받았던 육수는 전날 미리 만들어서 충분히 우려낸 반면, 저녁 장사에 사용된 육수는 만든지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우려낼 시간이 부족했던 것. 멤버들은 임시방편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그사이 조인성은 새로 간을 맞춘 육수를 완성했고 다행히 손님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조인성은 테이블을 오가며 손님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부부와 처남, 장모까지 함께 한 가족 손님들이 결혼 여부를 질문하자 조인성은 "안 간 게 아니라 못갔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멤버 중 유일한 기혼자 차태현이 벌써 애가 셋이라는 이야기에 어르신은 깜짝 놀라며 "중매해주려고 했는데 가버렸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알바즈 김우빈과 이광수는 잠시 한가한 틈을 타 몰래 막대과자를 먹으며 망중한을 즐기다가 차태현이 다가오자 당황하여 허둥지둥했다. 김우빈은 이광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차태현의 이야기를 경정하다가 피곤해서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던 사실을 뒤늦게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첫날의 마지막 손님으로 건장한 체격이 돋보이는 세 남성이 방문했다. 축협 직원과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소를 키우는 손님들이라는 이야기에 조인성은 곧바로 정육점 운영에 대한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가끔 와서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 사이 차태현은 정육점에서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고기 썰기와 판매에 이리저리 고군분투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영업을 마친 멤버들은 정산과 뒷정리에 나섰다. 구식 계산기 사용이 낯선 멤버들은 버튼 조작법 하나를 파악하는 데도 환호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문을 닫고 불이 꺼진뒤, 손님들이 가득할 때와는 또 달라진 폐점 후 마트만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멤버들은 느낌이 색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 tvN

 
정리를 끝낸 멤버들은 수육과 알탕국수, 어묵 등으로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조인성은 "오랜만에 놀러온 느낌"이라고 밝혔고, 김우빈은 "놀러가서 저녁에 피곤해졌을 때"에 비유했다. 차태현은 <어쩌다 사장> 시즌 1 당시 "마지막회 때 분명히 다시는 안 한다고 했는데 다시 와있다"면서 엄마들이 출산의 고통을 까먹고 다시 임신하게 되는 상황에 비유하며 "아, 이거였구나" 하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내일 영업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던 멤버들은 문득 이광수의 출연작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영화 <돌연변이>에서 이광수가 연기한 어류인간을 두고 차태현이 "대가리가 물고기였냐?"고 묻자 이광수는 '대가리'라는 표현에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생선을 대가리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고 반박하자, 이광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상체가 생선"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소연했다.
 
임주환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그래도 오징어는 아니지 않았냐? 생선과 헷갈린다"고 깐족거리며 약을 올렸고, 어이없어진 이광수는 "오징어는 등장 자체를 안 했는데 뭐가 헷갈리냐"고 발끈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조인성은 한때 이광수가 예능 이미지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이광수가 정체성이 흔들렸다기보다는, 외부에서 자꾸 '너 예능인이냐', '배우냐'로 구분을 하려고 했다. 그런 단정짓는 시선들을 극복하려고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은 "이광수는 결국 '하이브리드(Hybrid, 이종, 혼종)'가 됐다. 이광수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라고 극찬하며 아끼는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멤버들도 모두 동의하며 함께 일어나서 기립박수까지 치면서 이광수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광수는 장난스럽게 손을 흔드는 세리머니를 하면서도 얼굴이 빨개지며 쑥쓰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튿날이 밝았다. 가장 먼저 일어난 조인성이 가게의 문을 오픈하고 뒤이어 차태현과 알바즈가 차례로 출근했다. 멤버들은 역할분담을 통하여 좌충우돌했던 첫날보다는 한층 익숙해진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배달주문이 시작되자마자 김우빈과 이광수는 엉뚱한 방향으로 차량을 우회전하여 가까운 거리를 멀리돌아가는 실수를 저지르며 변함없는 허당의 면모를 드러냈다.
 
조인성은 마트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어머니 손님에게 음료수를 챙겨주며 살가운 대화를 나눴다. 장을 보러나왔다는 어머니는 배우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조인성에게 "여기서 배우들이 와서 촬영한다"라며 구수한 사투리로 꿀정보(?)를 전했다. 조인성은 "유명한 사람이 오나보다"며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는척 어머니의 말에 능청스럽게 맞장구를 쳐줬다.
 
 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tvN <어쩌다 사장2>의 한 장면. ⓒ tvN

 
마트 한편에 자리잡은 코인노래방에서는 이른 오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뽐내는 래퍼 손님이 깜짝 등장하여 단독 콘서트에 가까운 열창으로 차태현과 김우빈의 감탄을 자아냈다. 점심장사를 준비중인 상황에서 고령의 할머니 손님이 등장했다. 끼니를 못챙겼다는 할머니를 위하여 영업시간 전이었음에도 조인성은 흔쾌히 대게 라면을 요리하고, 치아가 좋지 않을 어르신을 위하여 대게 껍질까지 골라내며 친절하게 배려했다.
 
낮에 접어들며 손님들이 서서히 몰아치기 시작했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정육코너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여전히 느린 속도 때문하여 손님들에게 "(고기 썰 동안) 노래방에서 노래라도 한곡하고 오시라"고 통사정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차태현은 공병을 판매하고 물건을 구입하러온 손님에게 계산 실수를 저지를 뻔했으나 우등 알바생 김우빈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막내 김우빈은 평온한 분위기(?)가 영 불안했던지, 방송을 위한 '낚시성 예고편' 제작을 제안했다. 김우빈은 "방송에는 갈등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배우들은 즉석에서 분노 연기에 돌입했다. 조인성이 "정신 안차려?"라고 소리를 지르자, 이광수는 "못하겠어요"라고 울먹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흔한 배우들의 연기력 낭비에 모두가 만족하며 웃음을 지었다.
 
동네 학생 손님들을 상대로 라면에 이어 임주환의 신메뉴인 새우튀김이 첫 선을 보였다. 긴장했던 임주환의 걱정과는 달리, 다행히 학생들은 새우튀김을 극찬하며 추가주문까지 할 만큼 맛있게 요리를 즐겼다. 여전히 배고픈 학생들은 공깃밥까지 주문했다. 이광수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햇반을 무심결에 맨손으로 꺼내다가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선반에 내던지며 비명을 지르는 몸개그를 선보였다. 폭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광수는 "바닥에 던질 뻔했는데 참았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연세가 많은 어머니 손님들이 잇달아 마트를 방문했다. 멤버들은 아들처럼 어머니들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며 훈훈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김우빈은 80이 넘었다는 어머니에게 "더 배우같으시다. 관리를 잘하셨다"고 싹싹하게 응대하며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한 할머니 손님의 갑작스럽지만 따뜻한 위로는 이광수를 뭉클하게 했다. 할머니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치고 이광수의 손을 잡더니 "요즘 젊은 사람들,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봐. 늙은 사람들이야 죽어도 되고 살아도 된다 그런다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속이 바짝타고 엎어져버린 것 같거든"이라면서 "새해엔 좋은 일들만 있기를"이라고 오히려 이광수를 격려했다.
 
이광수는 할머니를 전송하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어 가게를 서성이면서 손을 허리에 올리기도 하고 귓볼을 쓰다듬기도 하는 등, 무언가 생각에 잠겨서 감정을 추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뜻하지 않은 낯선 장소, 낯선 상황, 낯선 어른에게서 받은 무심한 듯 진심이 담긴 위로와 격려의 한 마디는, 젊은 배우는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 장면이었다.
어쩌다사장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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