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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관련 사업의 사업등록과 교부신청등록 및 사업집행과 정산은 'E나라도움'이란 회계시스템을 주로 활용한다. 이 회계시스템의 도입으로, 정부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듯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 실행 경로가 복잡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컴퓨터와 디지털 문화에 능숙하지 않은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문화예술인들이 시스템의 폐지를 위해 성명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폐지되진 않았고, 좀 더 이용하기 쉽게 개선을 거듭해서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문화예술 이외의 다른 분야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나는 교육과 전시를 담당하는 프리랜서 기획자로 활동했다. 여러가지 교육과 전시 기획를 기획해서 사업 지원 신청을 했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지원하는 창작표현지원사업을 비롯하여 문화예술커뮤니티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그래서 E나라도움 시스템에 들어가서 선정된 교육과 전시사업의 교부등록, 그리고 사업비의 집행등록 등을 해야 했다. 하지만 혼자 하긴 어려워, 원격 지원을 받아가면서 간신히 해냈었다. 

사업등록은 지원받은 사업의 개요와 예산에 대해 등록하는 것인데 서류의 경우 쉽게 등록이 되지만 경로가 다 달라서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집행등록은 사용한 모든 예산을 일일이 교부이체 받아 사용하고 집행한 영수증, 견적서 등을 등록하는 것인데 항목별로 나누어서 해야 한다.

10원이라도 계획된 것과 다르면 등록이 자동적으로 되지 않는다. 돈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눈먼 돈처럼 사용하는 사고를 예방하고자 이 복잡한 시스템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코로나 환경 속에서도 나는 무사히 지난해 맡았던 3건의 문화예술교육과 전시 사업을 잘 집행하고 정산하고 있다. 정산도 예전에는 지원해준 관련 부서의 담당자가 했지만, 이제는 전문회계법인이 한다. 회계법인의 지시에 따라 그 시스템에 들어가서 정산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최근 나에게 사고가 일어났다.

휴대전화 메인보드가 파손되어 저장한 모든 연락처와 메모한 정보를 잃은 것이다. E나라도움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번도 잃어버렸다. 

청각장애인인 나는 주변 지인을 통해 E나라도움에 전화를 했다. 직원은 당사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이라 직접 통화를 못 한다고 설명해도 본인확인이 안 돼서 어렵다고 한다. 원격 지원 자체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사람에 한해서 서비스되니, 이것도 받을 수가 없다.

많이 답답하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 급하게 업무 진행을 해야 하는데 E나라도움에 들어가지 못해 답답하고 어렵다고. 어떻게 E나라도움에 연락하여 담당자와 문자메시지로라도 소통하여 본인확인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글을 올렸다. 국민신문고에서는 나의 민원을 기획재정부에서 한국재정정보원으로 이송했다.

반나절이 지난 후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나에게 몇 번 나라도움의 대표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다. 당연히 나는 받지 못해 답답증만 심해졌다. 그러자 한참 후 문자메시지가 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손말이음센터'(107)란 곳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E나라도움 고객지원센터에 연락하라는 문자였다.

'손말이음센터'를 검색하고 거기 사이트에 가입해서 청각장애인문자중계란 서비스를 이용했다. 손말이음센터는 청각장애인수화영상서비스와 함께 문자중계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손말이음센터에서 채팅창으로 문자 메모로 나의 용건을 전달받고 대신 E나라도움에 전화를 했다. 

손말이음센터는 E나라도움의 자동응답전화 내용도 채팅창을 통해 문자로 전해주고, 내 용건을 담당하는 부서가 나올 때까지 계속 문자로 중계해 주었다. 마침내 E나라도움의 상담원이 나왔고 그 상담원이 나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문자채팅창을 만들어 주었다.

참 신기했다. 상담원과의 채팅을 통해 본인확인이 되었고 새롭게 설정된 비밀번호가 나의 카톡으로 전송되고 인증되었다. 그리고 나는 E나라도움에 로그인하여 급한 정산 마감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손말이음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모르는 것은 일부가 아니라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아는 게 조금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면서 살아야 하는 삶이다. 그리고 내가 안 것을 좀 더 널리 나누어야 한다. 

아직도 나처럼 수화를 못하고 구화와 문자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 그리고 청각장애인이 아니지만 난청이나 노화로 인해 일반적인 소통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이러한 분들이 '손말이음센터'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센터의 107 번호로 문자를 하면, 필요한 회신이 온다는 것을 널리 알았으면 좋겠다

답답해서 이런저런 경로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니 도움이 되고 해결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코로나에 확진이 되어도 이곳을 통하면 내게 필요한 정보 취득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안심도 된다. 

태그:#청각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위한 소통, #청각장애인 인식개선, #손말이음센터, #이 나라도움 서비스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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