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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공허한 구호로서 난무할 뿐, 위기를 일으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과 공약은 힘을 못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신공항 건설' '핵발전소'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 농민 등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 이에 전국 120여 개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월 11일부터 "기후대선전국행동 '기후바람'"을 진행한다. 현재의 정치가 담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목소리를 모아, 기후대선과 기후정의의 '바람'으로 한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기획되었다. "기후말고 체제를 바꾸자, 기후말고 대선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2월 11일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시작하여, 가덕도와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경주 핵발전소의 주민, 보령의 비정규발전노동자와 홍성의 생태유기농민, 인천 영흥석탄발전소와 청주 LNG건설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아울러 2월 25~26일 서울에서 집중행동으로 기후바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자말]
경주 김석기 의원 사무실 앞 기자회견
 경주 김석기 의원 사무실 앞 기자회견
ⓒ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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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기후바람은 핵발전 중단의 날을 선포하기 위해 경주로 향했다. 핵발전 중단의 날 기자회견은 경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김석기 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렸는데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시민들이 함께 했다. 핵발전 중단의 날을 선포한 까닭은 20대 유력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인식과 공약이 여전히 미진하고, 심지어 핵발전을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핵발전이 방출하는 방사능은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온실가스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그리고 그 피해와 고통은 이 사회의 약자를 향한다.

탈핵 전문가들은 말한다. '핵발전은 너무 위험하고, 너무 더럽고, 너무 느리고, 너무 비싸다'고. 건설 원가 자체가 다른 발전원보다 비싸다. 재생에너지는 계속 저렴해지고 있는데, 핵발전은 더 비싸지고 있다. 더 많은 방어시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12년에서 15년이다. 심지어 20년까지 걸린다. 탄소 예산이 고갈되는데 7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발전소를 짓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아둔하다. 핵발전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핵발전을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유력 대선 후보자들이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 앞
 경주 월성 핵발전소 앞
ⓒ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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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바람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월성 해안으로 향했다. 월성 해안에는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 천막 농성장이 있었는데, 월성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의 농성장이었다. 2014년 원전 인접 주민들이 이주를 요청하며 시작된 농성은 2731일이 지나고 있었다. 농성장에 들어가 농성을 이어나가고 계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지을 때, 좋은 거라고, 싸고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거라고 했어요. 지역경제도 발전된다고 그래서 좋은 건 줄만 알았죠, 우리는.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본 거죠. 아무도 몰랐어요. 원전 방사능이 위험한 건지. 불안했어요. 마을에 갑상선 암환자도 늘어나고. 저도 갑상선 암에 걸렸어요. 저는 이제 나이가 많지만. 손주들 몸에서도 삼중수소가 나왔어요. 검사한 지역주민들 몸에서 다 삼중수소가 나왔는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바나나 한 개 먹는 정도, 엑스레이 찍는 정도랑 비슷한 수치라고 해요. 아니, 365일 매일 엑스레이 찍히는데 살 수 있습니까?"

얼마나 오랜 시간 똑같은 이야기를 해 오셨는지, 중간중간 단어를 생각하거나 말이 흐려지지 않았다. 분명하고 단단한 어투로 말씀을 이어나갔다.
 
월성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의 농성장
 월성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의 농성장
ⓒ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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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주 지진이 있던 다음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농성 현장에 왔다고 했다. 정치인이 농성장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탈핵을 선언했다. 농성장에 있던 할머니는 청와대에 초청도 받아 서울도 올라갔다고 했다. 일이 빠르게 해결될 것 같던 시간들이 지나고 이주 요청에 대한 공식 응답은 없었다.

다시 할머니는 청와대로 향했다.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후바람이 농성장을 찾은 21일에도 할머니는 농성을 이어나가고 계셨다. 22일은 핵발전소 갑상선암 618명 공동 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큰 기대가 없어 보이는 얼굴이셨다. 다시, 대선을 앞두고 있다. 누가 저이의 희망을 빼앗았는가, 누가 우리의 생명을 빼앗고 있는가?
 
2.26 기후바람 집중행동 포스터
 2.26 기후바람 집중행동 포스터
ⓒ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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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윤환 기후위기 연극 연출 및 작가입니다.


태그:#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바람, #기후대선, #경주핵발전소,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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