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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으로서 올해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없이 오는 5월 계통 예정인 서울 경전철 '신림선'을 꼽을 것이다.

샛강역부터 관악산역까지 서울 서남부를 가로지르는 신림선은 서울 도심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특히 지하철역과 거리가 애매했던 보라매병원·당곡 인근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향상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곡 근방에 사는 기자로서는 누구보다 신림선 개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와 신림선 운영사인 남서울경전철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신림선을 시승해볼 수 있는 '시민 현장 모니터링단'을 선착순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저 없이 신청했다. 그리고 며칠 전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귀하는 '신림선 시민 모니터링단'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서울 서남부를 가로지르는 '신림선'

시승체험 당일인 23일. 남들보다 먼저 '새 차'를 탄다는 설렘을 안고 보라매공원 입구에 위치한 '종합관제동'으로 향했다. 모니터링단에 당첨된 시민들이 모두 모이자 남서울경전철 측 관계자는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신림선의 특징에 대해 브리핑해주었다.

신림선은 총 11개역(샛강역-대방역-서울지방병무청역-보라매역-보라매공원역-보라매병원역-당곡역-신림역-서원역-서울대벤처타운역-관악산(서울대)역)으로 이뤄졌으며 총 길이는 7.8km에 이른다.

2017년 2월 3일 착공 후 오는 5월 28일 개통 예정인데 지금은 승강장 내부 설비와 도로 복구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한다(현재 공정률 97%). 관계자는 "신림선이 개통하면 여의도에서 서울대까지 16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림선 공사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남서울경전철 관계자
 신림선 공사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남서울경전철 관계자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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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이 끝난 뒤 시민들은 '안전모'를 하나씩 쓰고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보라매병원역으로 내려갔다. 
 
신림선 '보라매병원역' 승강장
 신림선 "보라매병원역" 승강장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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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승강장 내에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가 천장에 달려있었다. 관계자는 "바로 이 아래에 '안전의자'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즉 범죄에 취약한 여성·노약자 등의 계층을 위해 범인들의 접근을 차단할 목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범죄예방용 CCTV 모니터
 범죄예방용 CCTV 모니터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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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열차가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차에 오르는 순간 양쪽 끝 어디에도 기관실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 신림선은 '완전 무인운행', '무인 역사'를 표방하고 있다. 신림선은 운행부터 문을 여닫는 것까지 모두 보라매공원의 종합관제동에서 원격으로 이뤄진다.
 
서울 경전철 신림선 내부 모습
 서울 경전철 신림선 내부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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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앞뒤로 창문이 크게 뚫려있어 탑승객들은 레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신림선의 레일은 조금 특이했다. 일반적인 지하철처럼 레일에 바퀴를 고정한 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콘크리트 철로 위를 달리는 구조였다. 열차 바퀴 역시 기존의 '철제 차륜'이 아닌 '고무 차륜'을 택했다.

이는 급경사·급곡선 구간이 유독 많은 신림선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기존처럼 레일 위를 달리는 철제 차륜을 택할 경우 급경사·급곡선 구간에서는 심한 마찰이 일어나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무 차륜을 이용하여 평평한 콘크리트길을 달리므로 소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마찰력을 높여주어 정위치 정차와 탈선 방지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서울 경전철 신림선의 철로
 서울 경전철 신림선의 철로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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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편성·안전 대책 등 개선 필요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다. 열차 바퀴가 레일 위에 고정된 채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경사·급곡선 구간에서는 일반 지하철보다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신림선은 유독 급경사·급곡선 구간이 많아 유독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앉아서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몸이 너무 흔들려서 제대로 글씨를 쓸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는 소음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치자.

하지만 차량 편성이 너무 적다는 점은 정말 아쉬웠다. 신림선의 길이는 3량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짧다고 욕 먹는 지하철 9호선도 6량이다. 물론 운행 길이만 놓고 본다면 9호선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신림선 역시 구간마다 1·2·7·9호선으로 이어지는 환승역도 많고 신림·여의도 등 유동인구도 많은 지역을 모두 지나가므로 출퇴근길 탑승 수요 역시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작 3량 편성으로 이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계자는 "차량 편성시 예상 탑승 수요를 계산해서 반영했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짧고 폭도 좁아서 오히려 지하철 9호선을 뛰어넘는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서울 경전철 신림선을 체험하는 시민들의 모습
 서울 경전철 신림선을 체험하는 시민들의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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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역사'로 운영되는 데 따른 안전 대책이 미흡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무인 역사라고는 하지만 긴급 상황을 대비해 안전요원 1명이 상주할 예정"이라고 답변해주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만에서 몇 십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이다. 어떤 사건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그에 대응하기 위한 상주 인원을 고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너무 안일한 계획이 아닌가 싶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 체험은 기자가 참여한 행사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바라건대 정식 개통 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시민들에게 신림선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더 많은 시민들로부터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다수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하여 성공적인 개통이 되기를 바라본다.

태그:#신림선, #신림경전철, #남서울경전철, #서울특별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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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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