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일상과 순간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상대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한 여성이 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아들의 어머니인 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외로워 보인다. 좀처럼 가족 내 그 누구도 정확히 그의 마음을 알아주려 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가족이든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법.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은 더욱 단단한 결속력을 갖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공통점은 그 어떤 선택이든 아픔을 겪은 이후 어느 시점에선 다들 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을 짚고 있다.
 
시를 모아 책을 내는 일을 하는 그레이스와 교사인 에드워드는 뭔가 삐걱거린다. 이것저것 묻는 그레이스를 향한 에드워드의 반응은 소극적이거나 침묵 일색이다. 그렇게 30년을 함께 살았기에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돌연 에드워드는 출가를 선언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며 그레이스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을 아들 제이미에게 남긴 채 말이다.
 
영화는 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에 깃든 소소한 갈등의 순간을 직조해나간다. 가족의 해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레이스, 그리고 머리로는 부모를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갑작스러운 별거에 혼란스러워하는 제이미의 심리 변화를 따라 간다. 아버지처럼 친구나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제이미는 자신의 결핍을 인지하며 서로 떨어져 있는 부모의 속마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자칫 황혼 이혼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섬세한 상황 및 심리 묘사에서 세 사람의 성장을 느끼게 된다. <글래디에이터> <레미제라블> 등 걸출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각본을 써온 윌리엄 니콜슨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녹여내 직접 연출을 맡았다. 처음엔 희곡 형태로 완성해 무대 공연으로 올린 뒤 영화로 제작한 경우다. 1999년 <모스크바로부터의 후퇴>라는 제목의 글을 쓴 니콜슨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직접 연출할 결심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동서양 문화를 떠나 가족의 해체 문제는 현대 사회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다. 그간 이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이 있었고 저마다의 미덕을 품고 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그레이스와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미 간 갈등과 긴장감을 잔잔하게 쌓아 올리며 보는 사람의 기억 너머를 건드리는 힘이 있다. 과거의 상처든 현재 진행형이든 그걸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성숙도에 따라 대처 방식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비겁하게 피하거나 애써 한 켠에 무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진리를 영화가 새삼 깨우친다.
 
배우 아네트 배닝, 빌 나이의 호흡 또한 빛난다. 두 배우 모두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명배우다. 대사의 양, 깊이에 압도되어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던 아네트 배닝은 해당 이야기가 머리에 계속 맴돌아 출연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영국 남부 지역 조용한 해안 마을이 풍광도 매력적이다. 한 가족의 갈등과 시원한 바다 풍광의 대비는 보는 이에게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한줄평: 가족 해체의 위기를 겪은 모두를 위한 헌사
평점:★★★★(4/5)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관련 정보

영제: 호프 갭
감독 및 각본: 윌리엄 니콜슨 (<레미제라블><글래디에이터> 각본가)
출연: 아네트 베닝, 빌 나이, 조쉬 오코너 등
수입 및 배급: ㈜티캐스트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2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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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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