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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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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연일 위험한 외교·안보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방송 3사 합동 초청으로 열린 3일 대선후보 토론 때도 그랬다. 지나치게 친미·친일본에 경도된 안보관을 드러내며 한반도를 우크라이나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 만한 발언들을 공개석상에서 꺼냈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소신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국민적 고통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충청도든 강원도든 경상도든..." 쉴새 없이 쏟아지는 위험한 발언들
 
윤 후보는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며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사드 배치로 인해 경북 성주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감안하는 모양새다.

사드 추가 배치는 실질적으로 안보에 기여하기보다는 북한·중국의 대응을 초래해 오히려 안보를 불안케 만들기가 쉽다. 그런 사드 추가 배치가 가져올 후과(後果)에 대해서도 비현실적 전망을 내놨다. "안보가 튼튼해야 주가도 유지되고 대한민국의 국가 리스크가 주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드가 추가되면 증시도 유지되고 국가 리스크도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대북 강경책에 대한 소신도 피력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더라도 그 조짐을 근거로 선제타격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한 뒤 "선제타격이라고 하는 이 킬체인(Kill Chain)은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핵 맞고 나서 보복하면 뭐합니까?"라고 덧붙였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군 사드기지가 한국 안보에 긍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은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확실히 드러난 사실은, 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과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 내지 약화됐다는 점이다.
 
두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 악화는 안보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두 국가 중에서 군사력이 약한 쪽에서 그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한중 양국의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외교관계 악화로 인한 안보 위험이 어디서 더 높게 나타날지 금방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한국 안보에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드를 성주에 이어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해서 추가 배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로 한반도 평화지수가 개선됐다는 점은 이미 실증적으로 증명됐다.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사람들은 있어도, 그곳에서 군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지는 못할망정 대북 선제타격 운운하며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금년 들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 횟수를 늘리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자체적인 군사력 증강 프로그램에 입각한 것이기도 하지만, 북미관계가 2018년의 약속으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미관계가 평화 상태보다는 긴장 상태로 접근함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주장대로 선제타격 시스템을 구축해 긴장 상태를 한층 고조시키면 한반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일본 자민당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선제타격'을 아무 거리낌 없이
 
윤석열 국민의힘(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있다.
 윤석열 국민의힘(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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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배후에서 추동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추진하는 '적 기지 공격능력' 구축은 대북 선제타격 준비와 동의어로 이해되고 있다. 윤석열의 선제타격은 자민당 및 극우세력과 보조를 함께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자민당 정권은 '적 기지 공격능력'이 선제타격과 동의어로 비쳐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선제타격이 전쟁 도발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베 신조마저도 '타격력'이나 '반격력'이라는 용어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공격'을 빼고 '적 기지 반격 능력'이란 표현을 쓰자고 말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마찬가지다. 기타가와 가즈오 부대표는 1월 27일 기자회견에서 '공격'은 물론이고 '적 기지'라는 표현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해 30일자 <요미우리신문>은 연립여당 내에서 명칭 변경 문제가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자민당 정권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선제공격' '선제타격'을 윤석열 후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고 있다. 안보와 경제를 감안해 용어 변경을 서두르는 자민당 정권의 동향을 윤석열 후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은 고려 없이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는 윤석열 후보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또 있다. 윤석열의 터무니없고도 위험한 안보 공약을 대하는 보수층의 태도가 그것이다.
 
보수층은 가진 게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지킬 것도 더 많다. 그래서 윤석열의 공약이 실현돼 중국 및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누구보다 보수층이 더 많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보수층 내에서 윤석열에 대한 반론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윤석열 공약에 크게 개의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안보 불감증이 보수층 내부에 어느 정도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극우적 주장들이 난무하고 보수 대통령후보마저 그런 주장을 추종하다 보니, 거기에 담긴 위험한 함의들을 보수층이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과 그 캠프가 그런 보수층 정서를 이용하고 있다.

무책임한 소수

<역사의 연구>에서 아놀드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와 '지배적 소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창조적 소수자는 문명의 위기 앞에서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응전을 주도함으로써 대중에 대한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이고, 지배적 소수자는 물리력과 폭력을 수단으로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이다. 
 
토인비가 창조적 소수자의 사례로 거론한 것 중 하나는 고대 아테네 지배층이다. 인구 과잉이라는 도전적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응전의 방식을 근거로 이들을 창조적 소수로 분류했다.
 
토인비는 아테네는 이웃나라들처럼 해외 식민지를 건설하는 식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지도 않았고, 라케다이몬(스파르타)처럼 인접국 영토나 주민들을 빼앗는 식으로 그것을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대신, "아테네 특유의 방법 즉 주변국과의 활발한 무역·상공업으로 혼돈기의 그리스 사회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창조적으로 '경제 영토'를 넓히는 방식으로 인구과잉에 대처했다는 것이다. 아테네 지배층이라고 해서 지배적 소수자의 면모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에게서 창조적 소수자의 면모가 많이 나타났다는 쪽으로 토인비의 분석을 이해해야 할 듯하다.
 
창조적 지혜로 위기를 돌파할 역량이 없는 집단은 합법으로 장식된 물리력과 폭력을 기반으로 지배권을 유지하려 들 수밖에 없다. 제도화된 위협에 의존해 대중을 이끄는 지배적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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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그 캠프가 외교·안보 공약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창조적 소수는 물론이고 지배적 소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윤 캠프는 미중 패권경쟁과 함께 전개되는 세계 안보위기에 대처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물 간 냉전이나 대결 구도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지금의 안보 위기를 타개할 '상큼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 캠프는 선제타격이나 사드 추가 배치 같은 자극적 메시지를 발산해 보수층의 환호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안보 포퓰리즘에 의존해 잘못된 안보관을 유포함으로써 안보의식을 도리어 이완시키고 있다. 포퓰리즘에 의지하는 이 같은 모습은 전통적인 지배적 소수자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무책임한 소수'다.

태그:#윤석열, #윤석열 외교안보 공약, #사드 추가 배치, #대북 선제타격, #안보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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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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