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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되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집에서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을 매일 돌보는요양보호사도 일요일과 공휴일은 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남편 혼자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봐야 합니다.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노인 부부는 오롯이 둘이서만 의지한 채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이 댁은 사실, 부부가 모두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치매 초기 남편이 돌보는 치매 아내
 
하루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1시간은 치매로 기억력이 감소한 남편이 아내를 돌봅니다.
 하루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1시간은 치매로 기억력이 감소한 남편이 아내를 돌봅니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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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치매 초기로 활동이 가능하지만, 가끔 병원에 가서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 아내는 심한 치매와 거동 불편으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고 있지요. 하지만 방문요양서비스는 하루 3시간씩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가능합니다. 하루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1시간은 치매로 기억력이 감소한 남편이 아내를 돌봅니다.

어르신은 혼자 있다가 힘든 일이 생겨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 돌아오니 아내가 집에 없었다는 겁니다. 겨우 아내를 찾았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어르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아내를 돌보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혹시 요양시설에 보낼 생각을 하신 적은 없으세요?" 
"내가 힘이 될 때까지는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지. 젊어서 고생도 많이 시켰는데 지금이라도 내가 아내를 위해서 노력해야지. 죽는 날까지 아내는 내가 돌봐야지."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어르신은 이렇게 대답을 하셨습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겨우 돌아왔습니다.

지난 20일 또 다른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호자(남편)는 어르신이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어르신 댁에 방문해 보니 정말 불도 켜지 않고, TV도 켜지 않은 채 거실 전기장판 위에 앉아 가만히 앞만 바라보셨습니다.

어르신께 아침에 약을 드셨는지 여쭤보니 "먹었지"라고 대답하셨습니다. 하지만 약봉지는 어르신 앞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날짜가 상당히 지난 약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르신에게 약은 어떻게 챙겨 드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내가 챙겨서 먹어. 남편이 챙겨주기도 하고. 나는 약 잘 챙겨 먹는데..."

어르신에게 매일 오전, 오후에 약을 꼭 챙겨서 드셔야 한다는 것을 거듭 설명해드렸습니다. 보호자에게 전화해서 약을 잘 드실 수 있도록, 어르신이 약을 삼키는 것을 꼭 확인하실 것도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힘없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알았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2021년에 발표된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활동에 제약이 있는 1인 가구(621천 가구)는 9.4%에 해당하며 이중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는 250천 가구로 40.2%에 해당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 중 방문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1인 가구는 117천 가구로 46.8%이고, 돌봄이 필요하나 돌볼 사람이 없는 가구는 58천 가구로 23.6%에 달합니다. 이 통계자료에 의하면 어떠한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노인가구가 상당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60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검사(만 50세 이상 초로기치매 포함)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치매는 사전에 예방이 가장 우선이고, 조기치료가 빠른 진행을 막아 악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매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 지연 가능
 
초기에 관심을 갖고 증상을 발견하고 예방해요.
▲ 치매초기증상 초기에 관심을 갖고 증상을 발견하고 예방해요.
ⓒ 중앙치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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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전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가는 떨림이 느껴지는 앳된 목소리였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요즘 기억력이 이상해졌어요. 제가 모시고 가서 검사를 받고 싶은데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자세히 찾아오는 길을 안내했습니다. 오후에 어린 학생 2명이 연세가 많은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두 손으로 양쪽에서 할머니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맞춰 걸으며 할머니 얼굴을 바라보는 4개의 눈동자가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금방이라도 건들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아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치매가 의심 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면 치매환자 100명 중 5~10명은 치료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의 경과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체계적 치료와 관리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병의 악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미리 대처할 수 있습니다.

치매약을 꾸준히 먹는다면 치매환자 가족은 8년간 약 7900시간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 원을 더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치료를 한다면 향후 5년 후에는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감소합니다.

돌봄비용을 살펴보면 방치군은 치매 발병 3년 후 치료군에 비해 돌봄비용으로 월 58만 원을 더 부담하게 되며, 8년 후에는 월 101만 원을 더 부담하게 되어 경제적 부담감을 증가시킵니다(2022년 치매가이드북, 중앙치매센터).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의 가족에게도 치매는 예외일 수 없습니다. 매주 돌아오는 일요일이 노인부부 가정에는 걱정과 근심이 공존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어르신들에게 무사한 일요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재합니다.


태그:#치매, #노인부부, #치매환자, #노인돌봄,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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