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2017년부터 5년 연속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전북 현대가 2017년부터 5년 연속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1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양강 체제가 구축되면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전북은 또 다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 시상대 위에 올라섰다. K리그 팬들로부터 생겨난 신조어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말이 헛되지 않은 결과였다. 울산은 또 다시 정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며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전북의 무서운 우승 DNA, 통산 9회 우승-사상 첫 5연패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해가 전북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란 위기감이 맴돌았다. 10년 넘도록 K리그1을 지배한 전북은 올 시즌 최강희 전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전 감독을 코치로 보좌한 김상식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른바 '초보 감독'의 첫 번째 시즌인 셈이다. 전북에게 리그 2위는 실패와도 같다. 라이벌 울산은 매년 거듭할수록 성장곡선을 그렸고, 2019년과 2020년 전북의 1강 체제를 흔든 바 있다.

김상식 감독은 '화공(화끈한 공격)'을 선언하며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의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초반 13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지만 전북의 경기력은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5월 들어 전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원 삼성, 울산, 대구를 상대로 내리 3연패를 당한 것이다. FA컵에서는 양주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울산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긴 전북은 추격자의 입장이었다.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울산의 우승이 유력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승점을 적립해 내갔다.

그리고 올여름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포항의 프랜차이즈 스타 송민규를 영입하며 거액을 쏟아부었다. 문선민의 군 제대, 김진수의 임대 영입으로 전력을 배가시킨 것이 주효했다.

마침내 전북은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기 직전인 정규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울산을 2위로 일어내고 선두로 도약했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강했다. 5경기로 치러지는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전북은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승점 6점짜리라 할 수 있는 35라운드 울산전 3-2 승리가 포함돼 있다. 전북의 우승 DNA는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2019, 2020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팀이 결정됐다. 승자는 전북이었다. 200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통산 9회 (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 우승을 달성하며, K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의 타이틀을 지켜냈다. 또, 2017년부터 이어진 5시즌 연속 우승도 최다 기록이다.

38경기 71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2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골잡이 구스타보와 일류첸코는 출전 시간을 양분하면서도 각각 15골씩 터뜨리며, 전북의 공격을 책임졌다. 올 시즌 MVP에 오른 홍정호는 포백 수비의 중심을 잡아줌과 동시에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우승에 기여했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첫 시즌을 소화했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첫 시즌을 소화했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1년 차' 홍명보의 울산, 절반의 성공과 실패 맛보다

울산은 지난 2년 동안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다잡은 우승을 놓치며 좌절을 맛봤다. 뒷심 부족이 빚어낸 2위였다.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수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한국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한 홍명보 감독이 K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처음이었다.
 
홍명보 감독 체제 아래 첫 번째 시즌을 맞은 울산은 초반만 하더라도 다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북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5월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4-2로 제압하며 반전을 꾀한 뒤 승승장구하며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2005년 이후 16년 동안 인연이 없었던 리그 우승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기회를 잡았다. 울산은 리그뿐만 아니라 ACL, FA컵에서도 생존하며 청신호를 밝혔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면서 이겨야 할 경기를 수시로 놓쳤다. 이에 전북과의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특히 포항과의 ACL 4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배가 비극의 서막이었다. 정규리그 최종라운드 성남전에서는 1-2로 패하며, 전북에게 1위를 빼앗겼다. 3일 뒤 FA컵에서도 2부리그 전남에 무릎을 꿇었다.

물론 울산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5라운드 전북전에서 승리하면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종료 직전 일류첸코에 결승골을 헌납하며 주저앉았다. 결국 울산은 전북에 승점 2점 차로 2위에 머물렀다. 3년 연속 전북에게 역전 우승을 내준 것이다. 그리고 울산의 통산 10번째 K리그1 준우승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올해도 우승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했다. 울산의 올 시즌은 예년과 달랐다고 생각한다. 울산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타이틀을 가져오는 건 어렵다. 우리 선수들 덕분에 자부심을 많이 느꼈다.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잘 넘겼다"고 밝혔다.
 
홍명보호의 2021시즌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맛본 시즌이었다. 내부 결속력을 잘 다지면서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고, 경기력에서는 오히려 전북보다 좋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몇 년동안 전북에게 유독 약했던 울산은 올 시즌 ACL을 포함해 상대 전적에서 2승 2무 1패의 우위를 점했다.

반면 좋은 활약을 보인 주전급들이 시즌 후반기 들어 지치는 모습을 보인데다 플랜 B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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