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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테마파크내에 있는 저잣거리에서 배우들이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촬영 중인 배우들 대장금 테마파크내에 있는 저잣거리에서 배우들이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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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중부의 광활한 고장 용인에서 처음으로 찾아갈 장소는 서울 기준으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백암이라 하는 동네다. 용인의 남동쪽 끄트머리에 있어서 동북쪽에 위치한 수지구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상당히 외진 동네라 할 수 있다.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 또는 42번 국도를 타고 용인을 한동안 가로질러 가다가 양지 부근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지금껏 수없이 용인을 거쳐 가며 지나갔던 길이었지만 이곳이 용인인지 어딘지 제대로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도로를 지나가며 용인땅을 새삼스레 살펴보니 지나는 길마다 산 능선이 연이어 펼쳐져 있고, 계곡을 따라 아파트가 가득 들어차 있다.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수도권 쏠림은 인구의 폭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애꿎은 산만 밀어내며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모양새의 아파트만 연이어 이어지니 몸과 마음이 벌써부터 지친 듯하다. 

그 피곤함도 잠시 차가 양지 부근에 이르니 조용하고 아늑한 산들의 풍경으로 인해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다. 지금은 꽤 한적한 동네로 전락한 양지지만 조선시대에는 양지현의 중심지로 오랜 역사를 머금고 있는 마을이었다. 현재도 양지면의 한복판엔 양지향교가 남아 있고, 1927년에 준공된 용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양지 성당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이제 차 머리를 남쪽으로 돌려 안성으로 내려가는 17번 국도를 타고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천과 가까운 동네라 그런지 물류센터로 가는 화물차들의 행렬로 도로가 다소 붐비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에서 가장 한적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평야지대가 연이어 펼쳐지다.

용인 시내로부터 멀고도 먼길을 1시간가량 달린 끝에 고향 인심처럼 푸근한 백암면 한복판에 도착했다. 용인시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암은 100년 전통의 백암 5일장으로 유명하다. 마침 장날이라 백암 시내 곳곳이 붐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로부터 이 동네는 대표적인 우시장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현재 우리에게는 천안 병천과 함께 순대의 대표적인 고장으로 인식되어 있다.
    
용인의 남동쪽에 있는 백암면에는 주기적으로 5일장이 열리고 천안 병천순대와 함께 순대로 유명한 집들이 많다.
▲ 백암순대국밥 용인의 남동쪽에 있는 백암면에는 주기적으로 5일장이 열리고 천안 병천순대와 함께 순대로 유명한 집들이 많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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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순대는 일반 당면, 찹쌀 순대와 다른 이 지역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는 명물로 시내 여기저기서 순대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만큼 사랑받는 식당도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백암에 올 때마다 제일식당을 종종 찾아간다.

70년 역사를 지닌 백암순대의 터줏대감이라 할 만하고, 가장 많은 매체와 그 명성이 독보적인 존재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순대 삶는 냄새와 그 온기가 식당 이곳저곳에 퍼져 있어 언제나 정감이 간다. 비록 예전에 이 식당에서 비싼 신발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이 식당의 순대국밥이 그리워 틈만 나면 발품을 팔아 찾곤 한다.
     
백암순대는 다른 순대와 달리 돼지 소창을 뒤집어 돼지고기와 당면, 절임배추, 양배추, 양파 등 각종 채소가 가득 들어간다. 그래서 백암순대는 아삭한 식감과 각종 감칠맛이 입안에서 계속 맴돈다. 거기에 돼지 사골과 머리뼈를 뽀얗게 우려낸 순대국밥을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용인에 대해 함께 알아가 보기로 하자.  
 
대장금테마파크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부석사가 재현되어 있고, 그 위에서 전체적인 조망을 바라 볼 수 있다.
▲ 대장금테마파크, 부석사에 바라본 전경 대장금테마파크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부석사가 재현되어 있고, 그 위에서 전체적인 조망을 바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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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발길이 닫는 곳은 84만 평 부지에 광대한 규모로 들어서 있는 오픈 세트장, 대장금 테마파크다. 세트장은 철저하게 드라마, 영화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곳이라 좀처럼 인간의 자취, 장인의 혼, 스토리가 느껴지지 않는 빈껍데기 건물일 뿐이다. 그런 마음이 강하기에 근처를 지나가더라도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대장금 테마파크는 규모도 규모지만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없는 신라, 고려시대의 건물들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기에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구봉산 중턱에 위치한 대장금 테마파크는 주차장에서부터 어느 정도 오르막길을 타야 하고 입장료도 세트장치곤 제법 비싼 편이라 조금의 머뭇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부터 보이는 세트장의 위용이 지금까지 봤던 다른 곳들과 다르게 제법 위엄 있게 보였다.

이 세트장에서 유명했던 <신돈>을 필두로 <이산>, <선덕여왕>, <동이> 등 방영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극이 많아 그 드라마를 감명 깊게 보셨다면 촬영했던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트장으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양주문화동산에 조성된 대장금 세트장의 일부를 가져와서 조성한 수라간이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언덕 너머 조성된 고려시대 건물들이었다.
     
고려후기 무인시대에서 가장 오랜기간 정권을 잡은 최우의 저택이 대장금파크내에 재현되어 있다.
▲ 대장금 파크에 있는 최우의집 고려후기 무인시대에서 가장 오랜기간 정권을 잡은 최우의 저택이 대장금파크내에 재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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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볼 곳은 고려시대 무신정권 100년 중 26년을 통치한 최우의 사택이다. 항상 조선시대 양반가옥만 보다가 고려를 좌지우지했던 집권자의 집을 직접 살펴보니 왕보다 더한 권력을 누렸던 무신들의 권세가 피부로 와닿는다. 이 건물은 특히 선이 아름답고 일명 그림이 잘 나오는 장소라 감독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서 드라마 <무신>을 비롯해 <기황후> 등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촬영이 이루어졌다. 세트장 특성상 실제 문화재 건물과 달리 동선을 짧게 만들었기에 길 하나만 건너면 고려에서 조선, 신라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저잣거리에서는 현재도 드라마 촬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마침 수많은 엑스트라 배우분들이 촬영 대기를 위해 건물 이곳저곳에 앉아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차림새 덕분일까? 죽은 건물이었던 세트장에 활기가 돌고 더욱 생동감이 엿보인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저택, 궁으로 등장했던 장소다. 포석정에 있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이 재현되어 있다.
▲ 미실의 저택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저택, 궁으로 등장했던 장소다. 포석정에 있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이 재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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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세트장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부석사가 재현되어 있었다. 당연히 조망이 뛰어난 만큼 산자락 아래로 펼쳐진 세트장의 지붕선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장소다. 그 밖에도 고려, 조선시대의 왕궁, 미실의 궁과 저택, 감옥, 혜민서 등 수많은 건축물들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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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기도여행, #경기도, #용인, #용인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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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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