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멕시코 해안에서 바다거북 약 300마리가 버려진 어구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올해 2월에는 하와이 섬 앞바다에서 폐밧줄에 꽁꽁 묶인 호랑이 상어가 발견되었다. 이처럼 바닷속에 버려진 폐어구 등에 해양생물이 걸려 죽거나 다치는 현상을 '유령어업'이라고 한다.
유령어업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어획량의 10% 가량의 해양생물이 유령어업에 의해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378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에 버려져 떠돌아다니던 폐그물 등에 수산생물이 걸려 죽어 미끼역할을 하고 이를 먹기위해 또다른 수산생물이 들어가서 죽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유령어업은 물고기는 물론, 멸종위기종까지 위협했다. 2019년 8월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서는 폐그물에 걸려 목 주변과 뒷발 등에 상처를 입은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발견되었다. 같은 해 대구 금호강에서는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방사한 수달 한 마리가 폐통발에 갇혀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해양쓰레기의 절반은 어업쓰레기
해양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어업쓰레기의 비중 또한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공개 후 큰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2021)는 해양쓰레기 중 46%는 폐그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흔히 해양오염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쓰레기의 0.03%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어업쓰레기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약 6.7만톤)에서 폐어구·부표는 5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및 양식장의 연간 적정어구 사용량은 5만 1천톤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실제 사용량을 약 13.1만톤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4만 4천톤의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연평균 수거량은 1만 1천톤에 불과하여 매년 3만 3천톤이 바다에서 유실된다.
폐어구는 앞서 언급한 유령어업 뿐만 아니라 선박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로 인한 선박사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폐어구로 인한 선박 부유물 감김 사고는 연간 292건 수준으로 전체 해상사고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생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어업에 쓰이는 그물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 폐어구가 바다에서 부식, 분해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그것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어업인들의 생계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무산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도달해야 할 과제는 어구의 사용량과 유통량, 유실량, 회수량에 대한 실태파악이다. 하지만 현재 정확한 통계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구 사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바다에 투기해도 단속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6년, 어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내용의 어구관리법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어구관리법이 3년의 시간을 허비한 채 무산되자 지난 2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수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발의된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어구의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생산, 판매 기록 작성과 보존, 어구의 과다사용 방지를 위한 판매량과 판매장소, 방법 제한, 어구의 소유자 등을 표시하는 어구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제 폐어구를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었으니 현장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또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업인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폐어구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배경에는 어업인들의 반대가 있었다. 어업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업인들이 그동안 발의되었던 정책에 반대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업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폐어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타협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수협중앙회의 바다환경보전팀 김기현 과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수협중앙회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수협중앙회 어업인들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어업, 수산과 관련된 금융, 환경, 유통 등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요즘 폐어구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수협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계신가요?
"수협은 쓰레기 관련 사업 3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침적쓰레기 수거사업, 침적폐그물 수거 시범사업, 휴어기 침적쓰레기 수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해양쓰레기에 대해 어업인분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계신가요?
"네. 조업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많이 걸려오기도 하고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해양오염 문제를 직접 접하고 계시기 때문에 어업인분들도 심각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 수협에서 바라본 폐어구 문제 발생의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업중에 유실되는 폐어구도 있고, 버리는 폐어구도 일부 있을 것입니다. 홍수나 태풍으로 인해 연안의 쓰레기가 밀려와서 폐어구와 함께 침적되어 엉키기도 하고요. 강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도 많습니다."
- 지역이나 기관마다 폐어구 수거 방법이 다른데, 수협에서는 어떻게 폐어구 수거 사업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조업중 인양한 쓰레기(폐망이나 폐그물 등)를 지자체와 협력해 수매하는 사업이 있고요. 침적 쓰레기 수거사업은 어업인들이 조업을 하지 않는 기간에 갈고리 등을 이용하여 쓰레기를 끌어올려 수거하는 것입니다. 조업중 인양한 쓰레기를 수매하는 사업은 주기적으로 시행 중이고 침적쓰레기 수거는 휴어기에 기간을 정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설 업체를 동원하여 수거, 수협은 어업인과 함께하는 수거)"
- 폐어구 관리에 대한 정책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수협이나 어업인분들이 생각은 어떠한가요?
"2023년부터 정부에서 어구 보증금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아직 상정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시범사업을 수원과 양양에서 진행 중에 있고요. 어구 가격이 비싸지는 것에 대한 어업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나, 어구보증금 제도가 도입되면 어구 사용에 대한 통계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이 돈으로 집하장 설치 등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수산업법, 어구/부표 보증금제도 등과 같은 정책에 어업인들의 반대가 심한데, 수협측에서 볼 때 어업인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심스러운 답변이긴 하지만, 과거보다 물고기도 많이 잡히지 않는데 기후변화나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규제가 많아져서 반발하는 것 같습니다. 어구보증금 제도는 어업인 입장에서 어구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기에 부담도 될 것이고, 어업 자체로도 손이 많이 가는데 집하장에 폐어구를 가져다 줘야한다면 어업인들의 일이 늘어나는 것이라서 반대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전국 여러 장소에서 어업 설명회가 있었는데, 아직 보증금 제도가 어업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보증금 제도에 대한 반발이 아직까지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통과가 되고 시행이 된다고 알려지면 어업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발의되었던 정책은 대부분 어업인들을 규제하는 형식인데요.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우선 집하장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증금제의 경우 반납을 하는 어업인들에게 더많은 인센티브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이 고안된다면 정책이 더 순조롭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증금의 적당한 금액을 정하는 것도 문제예요. 너무 적게 책정하면 잘 반환하지 않을 것이고, 너무 높게 책정하면 높아진 어구의 가격으로 어업인들이 큰 부담을 갖게 될 수 있거든요.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보증금 금액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보증금 금액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현재 진행중인 시범사업에서는 보증금 금액을 어떻게 책정하고 있나요?
"시범사업은 보증금 금액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보증금 금액은 정책에 대한 시행령이 나와야 정할 수 있을 것이고, 현재는 어떻게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야 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어업인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어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어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어업인들에게서만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어업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그림자가 있었다. 어구보증금제도를 시행할 경우에 어구의 가격이 높아지고 어업 이외의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업인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업인들에게 고충일지 찾아보았다. 우선 협소한 어선에 많은 양의 그물을 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업인들은 선박에 대한 안전규정이 강화되면서 상한 그물을 실을 공간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호소한다. 폐그물을 실으려면 선박 적재공간 위쪽에 실어야 하는데, 이 경우 무게중심이 높아지면서 선박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집하장의 수 또한 어업인들을 골머리 앓게 한다. 염분이 묻은 쓰레기를 소각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될 수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측이 수거해가지 않는다. 어업인들은 폐어구를 쌓아 두어도 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촌 주변에서 악취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결국 지난해 처음으로 52개의 육상 집하장이 생겼지만 전국 어촌계 수가 2000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부족한 수이다.
그동안 어구관리법이나 수산업법을 다룬 많은 기사에서 어업인들의 반발로 정책이 무산되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어업인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무조건 어업인들을 탓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까지 무산된 정책들은 어업인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어업인을 제한하려고만 했다. 실효성 있는 어구 관리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어업인의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야 한다.
다행인 점은, 점차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라남도는 집하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2026년까지 해양쓰레기 제로화를 목표로 '해양쓰레기 수거 처리와 기반시설 확충 에 7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육상 선상 집하장은 69개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해양환경정화선 2척을 건조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2025년까지 5년간 1120억 원을 투입하여 56개소의 해양쓰레기 집하장을 설치하고 도서지역 내 처리시설 5개소를 확충, 해양환경정화선 건조 지원에도 나선다. 어구 관리 정책 실현의 발목을 잡았던 수거 처리 시설이 확실하게 확충되어 어업인들의 고충이 조금은 줄어들길 기대해본다.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업인들이기에, 해양쓰레기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어업인의 주도로 정화 활동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 추진과 어업인들의 협조를 통해 우리의 바다가 조금씩 치유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인천녹색연합의 청년 해양 지킴이단 '해결 2기'의 염이룸, 박윤주, 최은식 참가자가 기획,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