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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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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한국의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많은 이들의 시선은 서울에서 열리는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ference)'에 쏠려 있었다. 행사 자체가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의 대축제이기도 했지만, 최근 사회적경제를 비난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궁금했던 탓이다.

사실 코로나19로 1년 늦게 진행된 이번 대회는 한국의 사회적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ICA는 국제비영리조직 중 가장 오래된 조직으로서 110여 개국 300만 협동조합과 12억 명 조합원을 대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세계협동조합대회를 1992년 일본에 이어 비유럽권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해, 그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개회식에 예고 없이 방문해 연설까지 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중요성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연대와 협력의 협동조합 정신이 세계 곳곳, 사회 전반의 가치로 확산돼야 한다"며 정부가 사회적경제3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고,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경제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인사들도 축하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영상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역시 서면으로 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축하에 함께 한국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 발표했다. 

저녁에 열린 갈라 디너에서는 드디어 오세훈 서울 시장의 메시지도 공개되었는데, 그는 영상을 통해 세계협동조합대회를 축하할 뿐이었다. 현재 서울시의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삭감해 시민사회 및 시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만 축사로 전한 것이다.

'도대체 오세훈 서울 시장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형사회적기업의 한계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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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오 시장의 대답은 늘 똑같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이야말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먼저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장본인으로서,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던 사람이므로 사회적경제를 싫어한다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2010년부터 서울형사회적기업 발굴을 공언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까지 1천개 신규 서울형사회적기업 지정 후 2년간의 인건비 지원 정책'으로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라며 직접 두 달간 현장 순회까지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이런 서울형사회적기업 발굴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가 단기간 내 서울형사회적기업 1천 개라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폄에 따라 유사 사회적기업이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라 함은 결국 사회적가치를 미션으로 하는 기업인데, 많은 이들이 지원금에 눈이 멀어 본질과 상관없이 우후죽순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오죽하면 당시 '은퇴한 뒤 글 좀 쓰면 서울형사회적기업을 신청해서 2년 동안 인건비를 타먹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까.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형사회적기업 중 고용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18%밖에 되지 않았고, 지정 후 2년간의 지원이 종료되자 기업의 32.5%가 중도 탈락했다. 3년 간 투입된 약 500억 중 470억 원이 기업의 인건비 명목으로 사용되었는데, 취약계층들의 회전문 고용 상황이 발생하고 오히려 사회적경제에 대한 불신만 커져버린 것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필요성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모여서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모여서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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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서울형사회적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꺼내든 해결책이 바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의 설립이었다.

비록 현재 오 서울시장은 이런 중간지원조직들을 가리켜 '시민단체의 ATM'기로 폄훼하고 있지만, 중간지원조직이야말로 그가 추진했던 서울형사회적기업 정책의 폐해를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기업들에게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생길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기업의 발전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만든 것이다.

우선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대신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그 목적을 두었다. 결국 이윤보다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우호적인,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그룹을 형성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는 개별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경제의 인식 확산을 위해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를 열심히 홍보하였고, 행정과는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공공의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소비를 독려하였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주체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사회적가치를 우선하는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육성시켰으며, 기업의 성장 시기에 맞춰 전략적인 지원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설립된 기업들이 호혜와 연대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시켰다. 현재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소위 '박원순 지우기'의 타켓으로 삼고 있는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도시재생, 사회주택, 청년, 노동 등이, 실은 바로 사회적경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근거가 돼 왔다.

물론 이와 같은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다수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오세훈 시장이 염려하는 것처럼 많은 인건비를 받지는 못한다. 아니 오히려 최저 임금 수준의 박봉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은 박 시장 때나 오 시장 때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의 임금을 인상시키는데 야박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활동가들이 기꺼이 그 일을 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가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는 사회적경제 예산과 관련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사회적경제를 가장 잘 안다며 중간지원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 지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고 있으나, 시의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부디 오세훈 시장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세계협동조합대회에 축사를 보낼 만큼, 진심으로 사회적경제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서울의 사회적경제를 진정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를. 사회적경제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없지 않은가.

태그:#오세훈,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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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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