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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와 이순자씨가 2011년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전두환씨와 이순자씨가 2011년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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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선고한다. 피고인 전두환을 무기징역에 처하고, 금 2205억 원을 추징한다."

전두환씨가 1996년 12월 16일 항소심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선고받은 2205억 원의 벌금은 이듬해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확정됐다. 그로부터 25년 뒤인 23일 오전 전씨가 사망했다. 국가가 전씨에게 아직 받지 못한 돈은 약 956억 원. 환수된 추징금은 사망 시점 기준 1249억 원으로, 전체 금액 중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전씨가 선고받은 2205억 원의 벌금은 5공화국 '통치 자금'을 명분으로 다수 기업들로부터 받은 뇌물이다. 전씨가 1996년 2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비자금 사건 첫 공판에서 진술한 변명은 '정치자금의 오용'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전두환의 궤변, 재판부의 반박

한승헌 변호사가 책 <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을 통해 기록한 당시 상황을 보면, 전씨는 당시 진술에서 "기업 등에서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돈은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 대선 지원금 등 정치자금이었고 이는 정치와 경제를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취임 초기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더니 기업들이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가 하면, 망명할 생각을 하면서 투자를 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원 수수 방식이 비공식 단독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인 점, 금원의 관리방법이 은밀한 것이었고, 공여한 기업인들 역시 대개 금원 조성방법이 변칙적이었고, 속칭 돈세탁을 한 점, 퇴임 후에까지도 엄청나게 많은 금원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금원은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수수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대통령의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뇌물이라고 할 것이다."

추징금은 가족 등에게 상속 안돼... 법률 개정돼도 소급 적용 미지수

전씨 사망 이후 벌금 추징은 생전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납 세금과 달리, 추징금은 가족 등 제3자에게 상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추징 주체인 검찰은 추가 환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당사자 사망이지만 추가 환수 여부 등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해당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올해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측으로부터 3억 5천만 원을 환수하고, 10억 원 상당의 임야 공매 낙찰을 통해 약 14억 원의 추징을 집행했다.

전씨 사망 1년 전인 지난해 6월, 국회에서 불법 재산 추징에 대한 보완을 위한 개정안이 입법되긴 했었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 한 번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상태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한 해당 법안은 친족 등 제3자가 범인으로부터 불법 재산 등을 취득했을 때, 거래 당시 그 사실을 몰랐다는 증명을 거치도록 하고, 해당 재산을 상속 또는 증여한 경우 몰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 또한 전씨가 사망한 까닭에,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때 소급적용 조항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전씨에게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그:#전두환, #뇌물, #정치자금, #추징금, #미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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