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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된 원두
 로스팅 된 원두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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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두가 가진 향미 성분은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대략 600~800가지이며, 로스팅을 통해 원두로 될 경우 1000가지 이상의 종류로 향미가 발현된다. 향미가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두가 지닌 특성을 분석하고 열을 가해 화학 변화로 만들어지는 생두의 특징을 잘 들추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커피 로스터(Coffee Roaster)는 일반적으로 생두에 열을 가해 단순히 익히는 형태의 커피 로스팅 방식이 아닌 생두가 만들어지게 된 환경적 요인과 가공방식에서 얻어지는 특징 및 특성, 그리고 가능성 등을 잘 살려야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들이 지금까지 만나 봤던 커피 로스터들은 커피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 그 분야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속칭 커피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분들 덕분에 우리나라 커피산업이 2000년대 들어 짧은 기간에도 빠른 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필자들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해 있는지 모르겠다. 커피 로스팅을 할 때에는 많은 집중력과 오감을 필요로 한다. 열을 가해 조직이 팽창하며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변화들을 후각과 청각, 시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떨어져 미세하게 잡아 놓았던 프로파일이 바뀌어도 향미의 변화는 작은 돌덩이가 연못에 큰 파장을 가져오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필자들은 로스팅 중에 연애하는 기분이 들 때가 간혹 있다. 기분이 어떤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 서로 맞춰가야 하는 연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형제에게 그런 연애를 가르쳐 준 한 로스터의 영향일지 모른다.

커피를 SHE(그녀)라고 부르다

벌써 20년 전이다 보니 그분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염이 덥수룩한 바이킹 같은 외모의 미국인이었다. 처음 로스팅을 접하게 해주고 '로스팅'이란 무엇인가 가르침을 주었던 그분은 항상 커피에게 'She(그녀)' 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고 잘 맞춰줘야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그로 인해 필자들도 로스팅할 때 그녀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로스터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로스팅할 때 로스터기(생두를 볶아주는 기계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1800년대 중반 들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위한 로스터기 개발과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인류가 커피를 잘 볶기 위해 처음 고안해 낸 금속 로스터기는 12세기 초 아라비아 반도에서 사용됐던 그리들(Griddle) 모양의 로스터기였다. 오늘날 캠핑하는 분들이 흔히 사용하는 그리들과 비슷한 형태의 로스터기로, 생두가 고루 섞이도록 불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막대기를 이용해 계속 휘젓는 형태의 직화 방식이었다.

17세기 들어 거푸집을 이용해 만드는 합금의 일종인 주철로 냄비형에서 원통형, 그리고 구형 등의 형태로 원두가 직화 열에 최대한 타지 않기 위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재질 특성에 따른 빠른 열전도와 교반이 없는 탓에 로스팅하기 쉽지 않았으며, 많은 양의 원두를 볶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며 주철이 금속판으로 바뀌고 열원 역시 숯이나 석탄으로 바뀌며 커피 품질이 높아졌다. 19세기 초반 주요 도시에는 120kg(한 번에 투입해 볶아낼 수 있는 용량)급 로스터기를 2~4대 이상 갖춘 꽤 큰 규모의 회사들이 생겨났다. 신선한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대형 로스터기 제작업체들도 하나 둘씩 나타났는데, 1864년 뉴욕에서 자베트 번스(Jabez Burns)가 자기 이름을 딴 로스터기 제작 공장을 세웠다. 1868년 독일 에머리히에서 에머리히 기계제작소가 설립되었는데, 이곳이 오늘날 독일 유명 로스터기인 프로바트(pROBAT)의 전신이라 한다.
 
로스팅된 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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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최초로 로스팅한 커피원두를 판매한 곳은 1865년 미국 피츠버그의 아버클사가 로스팅한 커피를 종이봉투에 포장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이 회사는 미국 최대 식품회사인 제너럴푸드에 합병되면서 지금의 '맥스웰 하우스 커피'를 탄생시키게 된다. 1867년부터 로스팅 된 원두를 빨리 식히기 위한 송풍기나 에어펌프 등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상업 로스팅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로스팅 기술은 인간이 지닌 오감이 뒷받침 되어야

로스팅은 열전달 방식에 따라 전도, 대류, 복사열로 전달된다. 어떠한 열전달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로스터기의 구조가 달라지며, 직화식 로스터기 구조는 타공 된 드럼통 아래 열원이 위치하며 대부분의 열이 전도와 복사에 의해 전달되는 방식을 지닌다.

반열풍의 경우 직화 로스터기와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드럼의 재질이 두꺼운 철제나 이중 또는 삼중구조의 스테인레스 등으로 되어 있으며, 타공이 없는 막힌 형태로 제작돼 있다. 또한 가열된 열이 배기로 나가는 과정 중 드럼에 대류의 열을 만들어 통과함으로써 전도, 대류, 복사열을 모두 사용한다.

열풍식 로스터는 버너와 드럼통이 분리돼 있으며 열이 드럼에 직접 닿는 것이 아닌 배기 쪽으로 순환하는 과정에 드럼통이 위치해 대류 열이 드럼을 통과해 내부의 생두에 열을 전달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최근 열 전달방식에 대해 몇몇 로스터가 직화 방식의 로스팅은 열효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로스팅은 형태에 따른 로스터기 방식에 의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의 향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로스터의 기술에 맞는 로스터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까지 로스터기의 기술력은 인간의 감각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생두 하나하나에 열을 골고루 전달하고 밀도가 높더라도 내부까지 열을 쉽게 전달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생두가 가진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한 로스팅 기술은 인간이 지닌 오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필자들은 믿고 있다.

커피산업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에 따라 머신의 발전 또한 함께 발전할 것이다. 그렇지만 훌륭한 커피라는 결과물은 결국 기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와 번복을 통해 사람의 손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케이브로스커피·케이브로스로스터스 대표입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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