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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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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시작된 '전두환 옹호'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윤석열의 발언을 놓고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20일 대구·경북 토론회 때 공방전을 벌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두환 정권은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인 것을 부정한 정권"이라고 한 뒤 "혹시 윤 후보께서 '내가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계시냐?"라고 비판을 가했다.

윤석열은 "제게 이야기할 시간을 안 주고 추궁만 한다"고 하면서도 "어느 나라, 어떤 정부의 누가 한 것이라도 정치적인, 종합적인 공과를 넘어서서 할 건 해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전두환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여전히 내비쳤다. 다만 그는 21일 오전, 자기 발언 관련 유감을 표했다.

[관련 기사]
유승민 "제2의 전두환 되려고?" - 윤석열 "곡해 말라" http://omn.kr/1vnkh
이틀만에 '전두환 발언' 유감 표명한 윤석열 "부적절했단 비판 수용" http://omn.kr/1vnv2

홍준표 의원은 자신을 "5공 시절 검사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도 잡아넣었던 사람"이라고 한 뒤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며 윤석열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지난번 대선에 나오셔서는 박정희·전두환을 계승하겠다고 하시지 않았나?"라며 "본인도 전두환 대통령을 계승하겠다 하지 않았나?"라고 반격을 가했다.

역공을 받은 홍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두환을 계승하겠다는 말을 전혀 한 일이 없는데, 모 후보는 입버릇처럼 거짓말로 또 나를 음해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홍준표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처럼 TK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한 기억은 있지만, 그게 어찌 전두환을 계승한다는 말로 둔갑할 수 있습니까?"라고 항변했다.
 
20일 오후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홍준표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홍준표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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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여타 보수 정치인과 비교할 때 전두환에 대해 '공격적' 입장을 취해온 편이다. 1995년 7월 18일 서울지방검찰청이 5.18 수사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피력한 일이 있다. 그해 10월 2일 검사직을 사직한 그는 5년 뒤 펴낸 <이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는가>에서 검찰 공소권 없음 결정과 관련된 자신의 대응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대검 공안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5.18 사건의 해법은 통치행위론을 근거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려고 한다는 정보였다. 나는 즉각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달하였다."

홍준표가 전두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느냐보다 더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다. 대구·경북 토론회 그리고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전두환을 옹호했다는 사실이 국민의힘 내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2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한 적은 없고 통치만 했다"면서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윤석열 후보의) 그 인식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이준석 "전두환, 정치 안하고 통치만... 윤석열 인식에 반대").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전두환이 비판적 대우를 받는 건 일견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당이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민정당-민주자유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져온 보수·수구 정당의 맥을 이어온 정치집단이다.
 
잠실체육관에서 전두환(오른쪽)이 노태우를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손을 치켜들고 있다.
 잠실체육관에서 전두환(오른쪽)이 노태우를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손을 치켜들고 있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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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민정당에서 민자당으로 바뀔 때 3당 합당과 당명 변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정당은 2월 1일 하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전당대회를 갖고 가칭 민주자유당의 창당을 위한 민정당 해체를 결의한다"는 1990년 1월 31일 자 <경향신문> 1면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민정당은 해체 절차를 거쳐 민자당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볼 때는 민정당과 민자당이 서로 다른 정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적 측면은 두 정당 간에 존재하는 실질적 연속성까지는 부정하지 못한다. 쿠데타와 광주 학살을 주도한 신군부 세력이 민정당은 물론이고 민자당에서도 여전히 핵심 세력이었으며 그들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기반이 민정당 때나 민자당 때나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79년 12.12 및 1980년 5.17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 등에 힘입어 정치권력을 확보하고 청와대를 차지한 뒤 1981년 1월 15일 민정당을 창당한 신진 보수세력은 지난 40년간 당명 변경과 외부세력 수혈 등으로 외관을 조금씩 바꿔왔고, 지금은 국민의힘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정당을 계승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게 민정당의 정통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현존하는 보수세력의 실질적인 정치적 시조는 전두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려왕조의 시조가 태조 왕건이고 조선왕조의 시조가 태조 이성계이듯, 민정당 계승 세력의 시조는 '태조 전두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전두환과 신군부에 뿌리를 둔 보수세력 내부에서 전두환을 옹호한 사실이 불명예스럽게 취급되고 있다. 19일과 20일에 윤석열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전두환이 만든 집에서 전두환을 옹호하는 일이 욕먹을 일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근본 모순에 갇힌 보수정당... 전두환과의 연관성 완전히 끊어야 

존경을 받아도 시원찮을 보수정당 시조가 자기 집에서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전두환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정당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정치적 시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채로 정치 활동을 하고 대선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보수정당이 근본적 모순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성찰할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보수정당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보수정당은 전두환과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19일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망월동 묘역에 가서 무릎을 꿇고 참회의 뜻을 표시했다. 또 보수정당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도 신입 당원 윤석열처럼 노골적으로 전두환을 옹호하진 않는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윤석열이 이번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윤석열은 보수정당 바깥에서 이들을 관찰해왔다. 그런 윤석열의 눈에 전두환과 국민의힘이 완전히 별개로 보였다면 과연 이런 논란을 일으켰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두환을 옹호하는 것이 국민의힘 경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됐다면, 그가 과연 과감하게 전두환을 옹호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 내에 전두환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이번처럼 과감한 발언을 했겠는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은 전두환과 더욱 더 절연할 필요성을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5.18에 대한 전향적 태도만으로는 전두환과의 절연이 완성된다고 볼 수 없다. 전두환과 완전히 끊으려면 전두환식 정치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 전두환식 정치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측근에게 맡기는 정치인 듯이 말했지만, 전두환 식 정치의 본질은 한반도 분단에 기생하는 수구·냉전 정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승만·박정희 때도 있었고 전두환 때도 변함없이 유지된 그 같은 낡은 정치가 전두환식 정치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전두환과 무관한 정당임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한다면, 5.18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상시적 위기로 몰고 가는 수구·냉전 정치에 대해서도 명확한 거부의 태도를 나타내지 않으면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윤석열 같은 신입 당원의 눈에도 전두환과 관계없는 정당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윤석열, #전두환, #국민의힘 경선, #5·18 광주,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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