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5년 1월 10일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씨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심정을 밝히고 있다.
 2015년 1월 10일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씨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심정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왜 이렇게 눈치 보나요. 헌법재판관, 재판연구관님들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 참나 이것 참..."

2015년 4월 헌법소원심판 청구, 2021년 9월 30일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당시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신은미씨에게 덧씌운 기소유예 혐의는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신씨가 헌재로부터 6년 6개월 여 만에 받은 이 결론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타 대상으로 떠올랐다(관련 기사 : 헌법재판소, 7년 전 '박근혜 검찰'의 종북몰이 취소 http://omn.kr/1vho4).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전남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헌재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 문제를 열거하면서 신씨 사건을 언급했다. 소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적시사건 처리 절차 지침을 운영 중이라고 했는데 전혀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문제된 신은미씨 사건도 대법원에서 (지난 7월) 무죄가 나오니 (헌법소원) 인용을 결정했다"고 짚었다.

미제사건 1303건... "헌재 앞에서 1인 시위 하고 싶은 심정일 것"

헌재가 판단을 미룬 결정은 신씨 사건 뿐만 아니다. 10년 가까이 판단을 멈춘 사건도 있다. 최장 미제사건인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관련 헌법소원(2012헌바66)의 경우 심리일이 3483일에 달한다.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전에 종국 결정을 선고해야 하는 헌법재판소 법이 무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소 의원에 따르면 2021년 8월 31일 기준 180일을 도과한 미제사건은 총 1303건에 이른다.

헌재의 '지연된 결정'으로 죽음 이후에야 결론을 받아든 사례도 언급됐다. 영화 < 7번방의 선물 >의 실존 인물인 고 정원섭 목사의 경우 2016년 12월 헌법 소원을 접수했지만, 결정을 받지 못한 채 지난 3월 사망했다. 소 의원은 "(헌재는) 고인 별세 후 6개월 뒤인 9월 30일에 사망을 이유로 각하했다"면서 "본안 판단도 하지 않고 각하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내가 국민이라면 헌재 앞에서 시위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신 정권의 긴급조치1호 피해자인 고 오종상씨 또한 2010년 재심을 통한 무죄 선고 이후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거듭했지만, 2016년 6월에 접수한 민주화보상법 위헌 소원이 2년 2개월 여 후인 2018년 8월 수용되면서 2021년 9월 30일이 돼서야 법적으로 배상 책임을 인정받게 됐다. 오씨가 눈을 감은 것은 그 후 나흘 만인 지난 4일이다. 소 의원은 "헌재가 조금이라도 빨리 결정했다면 고인이 억울함을 풀고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그는 헌법재판관 9인 전체의 취임사 중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언급한 대목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을 지적하면서 "(헌재의 미제 사건 처리 문제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러니하게도 헌법 권한을 받은 헌재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독일 헌재의 개선책을 소개하며 재판지연보상법 제정도 함께 제안했다. 그는 "독일 헌재는 미제 사건이 지연되는 것은 곧 헌법 위반이라고 스스로 선언했다. 우리나라 헌재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면서 "장기미제사건해소위원회 구성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국회에도 장기 미제사건에 대한 이유와 해소방안을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이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면서 "장기 미제 관련 TF(태스크포스) 등 획기적인 방안을 돌아가서 함께 공유하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7년전 박근혜 검찰이 한 말 "내 위에 총장 있고 그 위에 또 있다" http://omn.kr/1viix

태그:#신은미, #헌법재판소, #지연된정의, #정원섭, #2012헌바66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