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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하려고 하면 보수 언론이나 일부에서는 꼭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왜 학생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시키나?', '왜 좌파교육을 시키냐?'라고 말이다. 여기서 말을 순화해서 좌파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 실제로는 빨갱이 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노동교육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노동교육이 정말 편향된 교육인가? 노동교육이 정말 빨갱이 교육인가?
일단 학교의 교육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고루 가르쳐줘야 한다. 그 내용을 흔히 말하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특정 과목을 통해서 다룰 수도 있고, 특정 과목으로 한정해서 다루기가 어렵거나 과목의 경계가 모호하면 범(汎)교과학습으로 다루기도 한다.

한 명의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알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에서 살아가는 법, 예를 들어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집에 있는 고장 난 것들을 수리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가정 밖으로 범위를 넓히면 마을 이웃들과 소통하고 살아가는 법, 인사하는 법, 말하는 법,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법, 마을이 정한 약속에 대해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법 등등. 한도 끝도 없다.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다룰 수는 없다. 일부는 가정과 마을에서 배우고 본인이 스스로 살면서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 것 가운데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부족한 것을 채워달라고 학교에 요구하기도 한다.

학교는 시대의 변화에 다른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과목이나 범교과학습 등을 통해서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사회의 요구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각종 단체의 요구이다. 즉 그 분야와 관련되었거나 중요하다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의 요구이다. 특정 세력의 요구가 어떤 단체나 조직 등을 통해서 겉으로 요구되고, 언론을 통해 여론을 만든다.

학생들이 경제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 학생들은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배운다. 게다가 요즘은 경영에 대해서 다양하게 배운다. 비즈쿨사업과 같은 각종 사업을 통해서 별도 예산을 지원받아가며 창업, 경영, 기업가 정신 따위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경제의 주요 주체는 경영자와 노동자이다. 경영과 경영자에 대한 교육은 넘쳐나는데, 유독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교육은 극히 적다. 그나마 일부는 노동자의 관점이 아니라 경영자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2019년 참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중등학교 노동교육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표와 같다. 노동을 다루고 있는 분량 자체가 적고, 내용도 편향되거나 왜곡되어 있다.
 
2019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중등학교 노동교육 방향 보고서'에 나온 자료이며, 중고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노동과 관련된 서술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자료
▲ [표1] 교과서에서 노동을 다루고 있는 분량 분석 2019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중등학교 노동교육 방향 보고서"에 나온 자료이며, 중고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노동과 관련된 서술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자료
ⓒ 참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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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기업가에 대해 서술한 만큼만이라도 노동·노동자에 대해 교육해야
   
"노동은 자본과 대립하여 투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근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 성공적인직업생활, C출판사, p.170

"기업의 노력 덕분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더 싸고 다양한, 질 좋은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만족감이 늘어난다... 국민소득을 증가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국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은 한다." - 경제, C출판사, 43쪽

"가계는 기업의 생산활동 과정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노동의 가격인 임금이 결정된다... 가계는 임금이 상승하면 더 많은 노동을 제공하려고 하고, 임금이 하락하면 노동의 공급을 줄이려고 한다." - 경제, B출판사, 70쪽

"개인적 차원에서는 빈곤 상태에 처한 개인이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노동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저축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 경제, B출판사, 146쪽

"복지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국민의 복지 의존성이 높아져서 국민의 근로 의욕이 줄어들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복지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 경제, C출판사, 161쪽

"고용주와 근로자 관계에서는 고용주가 근로자의 행동을 완벽하게 관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게으름을 피우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나타난다." - 경제, C출판사, 85쪽

"하지만 비록 상대적 약자라 하더라도 권리만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시장 경제의 원활한 작동과 발전을 위한 노동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 통합사회, M출판사, 137쪽

"전체 사고의 10%가 개인 안전 보호구를 사용하지 않아서" - 성공적인직업생활, C출판사, 191쪽

"57%는 작업자가 행하는 불안전한 행동이 원인이었다." - 성공적인직업생활, K출판사, 215쪽

단체교섭에 대한 사례로서 '7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별 회사' 관련 기사를 바람직한 사례로 제시. - 중2사회, B출판사

"노동조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귀족노조와 이익집단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있으므로 국민으로부터 신뢰 중요성 강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 이익 극대화, 지배구조 개선, 환경보호, 인권 보호, 노동환경 개선 등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이는 자발적인 원칙을 마련..." - 성공적인 직업생활, K출판사, 242쪽

노동조합에 대한 설명에서 '조합의 통제권에 대한 복종', '노조의 통제, 지시에 복종하고' 등 '복종'이라는 말을 짧은 문장 속에 4번 사용 - 성공적인직업생활, K출판사, 240쪽
[출처 : 중등학교 노동교육 방향 보고서, 참교육연구소, 2019]
 
노동은 불법적인 투쟁으로 묶어서 해석하게 하고, 노골적으로 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서술하기도 한다. 반면 기업의 노력 덕분에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복지병을 지적하고,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나무라고 있고,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고 하더라도 권리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일침한다. 노동현장에서의 재해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에 대해서만 서술한다.

우리나라 경제인구 중에 70% 이상이 임금을 받는 노동자인데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교육은 왜 없는가? 경제 주체 중에 하나인 노동자에 대해서 가르치면 왜 편향되었다고 하는가? 기업가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에는 편향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정신을 가르치면 편향이라고 하는 것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이제 경영이나 기업가에 대해 서술한 것만큼만이라도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서 교육을 시키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편향된 교육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배움에서의 균형은 그래야 이루어진다.

태그:#노동교육, #노동인권, #노동인권교육, #교육과정 개정,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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