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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사회복지노동자, 보육노동자, 요양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 노동자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 기간동안 다뤄져야 할 의제들에 대한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국정감사가 국회 안에 갇히지 않고  돌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연결되고, 반대로 돌봄 현장의 이야기들이 국회에 가닿게 하기 위해 이번 연속기고를 준비했다.[편집자말]
(1)나는 돌봄을 맡기는 부모에서, 돌봄을 맡는 보육교사가 되었다.
 (1)나는 돌봄을 맡기는 부모에서, 돌봄을 맡는 보육교사가 되었다.
ⓒ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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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있는 법무사 사무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많았고,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퇴직했다. 이후 상경해 중소기업 건축 회사의 해외사업파트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일했다. 1년 뒤 남편을 만나 결혼해 7년 동안 두 아이를 기르며 주부로 살았다. 둘째가 네 살이 될 무렵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고, 진지하게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었는데, 바로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이었다. 이들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생겨났고, 그것이 보육교사란 길을 택하게 하는 길잡이가 된 것 같다. 현재 나는 8년차 영아반 보육교사다. 

지금까지 나는 흔히 '영영아반'이라고 하는 만 0세~만 1세반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부터 영아반만 하겠다 고집한 것은 아닌데, 시간이 흐를 수록 영아반 아이들이 좋고, 원장님도 나에겐 영아반 교사로서의 장점이 많다고 해서 쭉 이어오게 된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봐왔던 선생님들은 늘 천사같은 미소를 띠고 예쁜 옷을 입은 채 상냥하게 육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해주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직접 뛰어들어 본 결과, 보육교사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보육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선생님들이 당면한 많은 문제들, 그리고 이면에 존재하는 그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점심 식사도 선 채로 후루룩
 
(2) 보육교사들은 인력부족 상황에서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2) 보육교사들은 인력부족 상황에서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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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규정상 0세반은 모유나 분유를 먹는 아기들부터 한국나이로 2세까지로 이루어진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0세반 교사 1인당 아동수는 3명인데, 이로인해 생기는 어려움은 무척 많다. 이 시기 아이들은 걸음은 미숙하지만 독립심이 형성될 때라 자기 주장 또한 강해진다. 이런 영아들과 바깥놀이를 하거나 어린이집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할 때, 또 보육하면서 사진을 찍고 카페에 올리는 일들을 전담 보조교사 없이 하게될 때 발생하는 애로사항은 상상을 초월한다.  

화장실도 제때 못 가는 등 쉴 새 없이 아이들을 돌보다보면, 교사 대 아동비율을 더욱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보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동일한 수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가 많을 수록 더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아이에게 분산될 수밖에 없는 돌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3) 어린이집 보육교사 인력배치 기준
 (3) 어린이집 보육교사 인력배치 기준
ⓒ 2021 보육사업안내, 보건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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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반 보육교사로서 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 이렇게 하루에 3번의 급간식을 하는데, 보조교사 없이는 세심한 지도가 어렵다. 혼자선 급간식을 섭취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 3명의 식사를 도우면서 교사가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식사시간이 되면 내 밥은 멀리 치워놓은 채 아이들의 식사를 돕는다. 나의 식사를 위해 중간에 아이들로부터 시선을 거둘 수도 없다.

식사 도중 뜨거운 국물에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등 신체 행동이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식사지도를 하고서, 보조 선생님이 와주시면 그때부터 나의 다급한 식사가 시작된다. 앉아서 먹으면 아이들이 보조 선생님과 놀다가 담임인 나에게 오기 때문에, 높은 곳에 식판을 올린 채 얼른 해치우듯 식은 밥을 입속으로 밀어넣는다. 밥을 다 먹은 내가 배식기에 식판을 넣으려려고 움직이면, 주변에선 "선생님~ 무슨 밥을 1분 만에 먹어요?"라며 웃으며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놓인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거의 모든 현장에서 보육교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나는 점심시간과 바깥놀이 시간에 보조교사가 도와줘서 아주 잠깐이라도 쉴 수 있고, 해치우기식으로라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는 보건복지부보다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하는 것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0세반의 경우 보육교사 1명당 아이 수를 2명으로 낮춘다고 한다. 부디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에서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와 인력충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지켜지지 않는 보육교사의 휴가

잠깐이더라도 시기적절한 휴식과 연차가 있어야 보육교사도 충전하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 이는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장의 보육교사들에게 이것은 아직도 꿈같은 소리다. 그래서 우리는 보육교사는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직종이라고,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나의 휴식권 보장과 당장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아이를 맡겨야 하는 학부모)의 권리가 충돌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나서면, 그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나 또한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단지 다른 노동자들처럼 나의 휴식권을 보장받고자 연차휴가를 사용했을 뿐이데, 어느새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인력충원과 근로기준법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뿐 아니라 많은 보육교사들이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몇 년 일해도 최저임금
 
(5) 2019 돌봄노동자행진에 참여한 보육지부 조합원들
 (5) 2019 돌봄노동자행진에 참여한 보육지부 조합원들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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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의 길을 택한 뒤 직장 내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벽들을 마주했고, 보육교사 노조에 가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의 나는 보육교사노조에만 가입하면 저절로 이런 많은 어려움들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어린이집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갑'이었던 원장님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했다. 그것이 불편했던 원장님은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이런 상황을 파악한 교사들은 나를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교사들에게는 관대한 일들도 나에게는 가혹한 대가가 되어 돌아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고, 더 좋은 보육을 하기 위해 체결한 단체협약을 두고 원장은 '이것이 보육교사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교사회의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노조 가입 전 내가 처음 받은 교사 평가는 만점이었다. 하지만 노조 가입 이후 사측은 작은 일들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는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교사들 중 최하위인 9점을 받기도 했다. 사내에 나 포함 3명의 노동조합 소속 보육교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아이에게 작은 상처가 생긴 일로 감시와 퇴직 종용 속에 일터를 떠나야 했다. 또 다른 노동조합 소속 보육교사도 아동학대 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퇴직을 종용받다가 그만뒀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그리하여 직장내에서 나는 유일한 노조교사가 되었고 이후 유일한 타깃이 되었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원장은 물론 현장의 다른 보육교사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소리 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여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급여'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라의 지원을 받는 시립 어린이집은 호봉표라도 있어 경력이 늘어날 때마다 급여도 오르지만 가정, 민간 어린이집은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즉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급여에서조차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서 올해 초 발표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1.2만 명 중 89%에 해당하는 1만여 명이 경력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책은 바뀌지는 않는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어린이집도 행복할 수 없다. 또한 그런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 원장, 학부모, 관계 당국 모두 한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보육교사,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보육현장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좋은 노동이 좋은 돌봄을 만든다. 정부의 보육정책에서 지워져버린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가 보다 심도 있게 다뤄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조합원입니다.


태그:#보육교사,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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