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소문난 학교... 그들이 시골로 교육이주 간 이유' http://omn.kr/1v8xl에서 이어집니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 제비마을의 백봉초등학교는 '학교-마을' 상생의 또 다른 사례. 줄어드는 학생 수에 통폐합 위기를 겪었던 백봉초는, '행복나눔 제비둥지' 사업을 통해 교육이주주택을 마련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처음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창조적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그 예산 중 일부로 임대주택 6호를 지었다. 백봉초를 졸업할 때까지 임대료 월 5만 원에 제공하는 조건. 서울‧경남 등 전국에서 문의가 오며 금세 자리가 채워졌다.
예상치 못한 호응, 주민들은 괴산군에 추가 임대주택 조성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군이 9억3천만 원으로 임대주택 6호를 더 지으며 '백봉초 살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2017년 19명이던 학생 수는 현재 34명까지 늘어났다.
"2016년쯤 불정면 추산초가 목도초와 통폐합하면서 백봉초도 통폐합하라는 권고를 받았어요. 이후에 지역 주민이면서 총동문회 회원인 분들을 중심으로 백봉초 살리기 모임이 결성된 거죠.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모이곤 했어요." (박경옥 교감)
학교가 살아난 배경엔 마을 주민과 학교의 협력이 있었다. 주민들로 구성됐던 '창조적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는, 학교의 위기에 애초 계획에 없던 교육이주주택 조성을 결정하며 그 물꼬를 틔웠다. 정말 이주를 올지 걱정도 됐지만, 우선 학교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일단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학교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마을 만들기가 가능하냐는 의견이었죠. 학교가 살면서 인구도 늘어나고, 젊은 층이 유입되니까 마을이 활기차졌어요." (제비마을 부흥권역 추진위원회 한석호 위원장)
출렁다리, 찜질방 등 여러 사업 계획이 있었지만, 임대주택 조성이 우선이었다. 백봉초 전 동문회장이기도 한 한석호 위원장은 자신의 소유지 600평가량(약 2천㎡)을 공동 텃밭으로 제공해 원주민과 이주해온 가정이 화합할 길을 찾기도 했다.
"학부모, 학생, 선생님, 동문, 주민 다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화합하는 거죠. 텃밭에서 생긴 수익금은 전액 학교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감자와 옥수수 판매 수익금을 기부할 예정. 그렇게 모인 기금은 학생과 교사가 협의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 숲 놀이터 형태의 놀이시설을 조성해 '방방장'과 밧줄 놀이터, 정글짐을 마련했다고.
학생들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교육과정이나 돌봄체계도 더 촘촘해졌다. 학교 활동이 모두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쯤. 맞벌이 가정의 경우 학생은 혼자 남겨질 수밖에 없다. 제비마을은 주민이 돌봄 교사로 활동 중인 돌봄센터 등으로 그 빈틈을 메운다.
"지역아동센터랑 비슷한 '제비마을돌봄센터'가 있어요. 여기서 저학년 돌봄을 방과후(오후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맡아주세요. 고학년은 학교에서 요일별 활동을 꾸려 3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돌봄 공간을 운영하고 있죠. 저학년은 저학년,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돌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경옥 교감)
또 다른 제비를 위한 둥지를 짓다
'제비둥지' 짓기는 마을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괴산군은 제비마을 사례를 '괴산군 살리기'를 위한 디딤돌로 삼았다. '행복보금자리' 사업을 통해 다른 9개 면까지 임대주택단지 조성을 확대하기로 한 것. 총 180억 원의 군 자체예산으로 각 면에 평균 10호의 임대주택을 조성한다.
올해는 5개 면(감물, 장연, 청천, 사리, 불정)에 조성을 완료해 내년 초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며, 남은 4개 면(연풍, 칠성, 문광, 소수)도 내년에 조성 완료될 예정. 교육이주를 원하는 도시 거주 가정을 대상으로 임대료 월 12만 원에 제공한다.
올해 조성되는 5개 면 중 사리면의 경우 방축리 삼거리마을 부근에 8호의 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삼거리마을 이규식 이장은 "마을 주민 80%가 노인분들이고 젊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 인구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있어야 활기가 있을 텐데, 마을 자체가 침체되는 느낌"이라며 "이후 임대주택이 생기면 젊은 층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리면사무소 산업팀 유기황 팀장은 "일단 임대주택이 지어지면 취학아동을 둔 가정 등 인구 전입의 가능성이 늘어난다. 작은 세대이지만 가구가 채워지면 또 다른 마을이 형성되리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안정적 이주를 돕는 둥지도 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청안 선비마을 청년농촌보금자리'(청안면 읍내리 소재)가 그것. 단독주택 18호‧연립주택 18호와 커뮤니티센터 1동이 지어지며, 커뮤니티센터에는 ▲도서관 ▲카페 ▲공유부엌 ▲공동육아나눔터 ▲어울림 광장 등의 생활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올해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으로, 8월 20일부터 입주 모집을 시작했다.
유기농정책과 농촌개발팀 모은재 담당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젊은 귀농‧귀촌인을 유입해서 지역 소멸 위기를 막고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들도 살리는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괴산군은 '2021 행안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새로운 인구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관광활력 특화사업'이 큰 주제이며, 괴산 수옥폭포 근처에 있는 정자 '수옥정'을 중심으로 책 마을 조성사업, 여행자 센터와 여행자 학교, 청년창업 및 브랜딩 등을 통해 청년 인구 유입과 지역 문화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그중 책 마을 조성사업을 통해서는 빈집을 수리해 '북 테마 펜션'을 짓는 등 책 관련 문화시설을 설치하며, 청년창업 및 브랜딩은 도시 거주 청년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창업 교육 및 협동조합 운영 교육 등을 열어 창업을 돕는 지원책이다.
제비마을 '백봉초 살리기'로부터 시작된 '괴산 살리기'는 어떻게 길을 터나갈까. 거주 공간부터 생활 기반시설까지 탄탄히 닦는다면, 마을이 살아났다는 소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월간 옥이네 통권 51호(2021년 9월호)
글·사진 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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