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3 17:48최종 업데이트 23.08.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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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기본대출(안)'을 제안했다. 모든 국민에게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합리적 금리로 1000만 원의 대출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계획이다. 시중 금융기관이 대출을 담당하되, 정부가 보증하는 형식으로 운영할 것이라 한다. 경제활동 경력이 부족해 신용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는 청년층(19~34세)을 우선 대상으로 시작하고, 점차 전 국민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즉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본대출 '제도'의 구체적 운영원리를 고려하지 않거나 오해에 따른 비판이 대부분이다. 다행인 점은 20% 이상 초고금리에 고통받는 저신용 '국민'의 고충을 부정하는 비판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인정하면 토론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보면서 필자는 기본소득 논쟁이 떠올랐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의견 대부분은 '엄청난 재원'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한쪽의 사실만을 부풀려 전체적 진실을 가리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을 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돈'은 얼마인가? 없다. 제로이다. 왜냐하면, 원리적으로 기본소득은 추가로 세금을 더 걷은 다음, 그 돈 모두를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로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금을 더 걷고 나눠주는 행정업무를 담당할 뿐이다. 진실은 이렇게 단순한데, 기본소득 반대자들은 '1인당 100만 원이면, 총 50조 원이 든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마치 이 돈 모두를 정부의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처럼 오도한다. 기본소득 반대론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지 않는 정당한 비판이 되려면, 세금을 더 내고 모두가 똑같은 액수로 돌려받는 과정에서, 누가 손해(부자)이고 누가 이익인지(서민)를 따지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타난 기본대출에 대한 비난 역시 이와 유사한 프레임을 선보인다. 이런 식이다, '성인 3000만 명에게 1인당 1000만 원씩 대출하면 300조 원이다. 저신용자들이 빚을 갚지 않으면 정부나 금융권이 파산할 것이다'. 기본대출(안)은 정부 혹은 금융기관에 얼마나 큰 부담일까? 신용등급 1~2등급보다는 높지만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게 부과하는 살인적 금리보다는 훨씬 낮은, 가령 3.5% 금리가 부과된다고 가정하자.

이제 손익을 따져보자. 현재 기준으로 대출을 담당할 은행에게 보전해 줘야 할 비용은 자금조달비용 1.2%, 운영비용 0.7%, 은행 이윤 0.3%(이는 현재 은행권의 평균 ROA(수익률)이다), 총 2% 수준이다. 그럼 정부는 1.5% 이익을 남긴다. 이 돈으로 있을 수 있는 부실대출을 대신 갚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모든 비용이 보전되고, 적정 이윤까지 보장되므로, 합리적인 은행 경영자라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더 구체적으로 계산해보자.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가 약 4300만 명이다. 이들이 모두 1000만 원 대출을 원한다고 할 수는 없다. 기본대출도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대출 금리가 신용등급 1~2등급(약 1700만 명) 금리보다 높으므로, 이들도 기본대출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대출 수요자는 최대 2000만 명 정도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보수적으로 이들이 모두 기본대출 최대치인 1000만 원을 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 총액은 200조 원이 된다.

여기서 정부는 1.5%, 즉 매년 3조 원의 수입을 올린다. 1000만 원을 10년 만기로 원리금균등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계획하면, 매월 98,885원, 연 1,186,620원이다. 3조 원이면 2,528,189명, 즉 대출자 2000만 명의 12.64%의 1년 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돈이다. 1년 내내 한 푼도 상환하지 않는 비율이 12.64% 이상이어야 기본대출에 적자가 발생하고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 물론 어떤 경우든 은행은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는다.

기본대출 총액과 국민의 도덕적 해이만 강조하며 기본대출 제도의 위험을 강조하는 주장은 200조 원만 부각하려 애쓴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방식과 똑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본대출은 이용자 스스로 재원을 마련한다. 그 재원은 사회적 연대에서 나온다. 민간 금융권으로부터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기본대출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손해 보는 사람도 없다. 정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플랫폼, 즉 기본대출 제도만 만들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통합 수단이 아닌가!

물론 기본대출이 '금융시장을 왜곡'한다며 시장 지상주의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적 논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위기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금융기관과 기업을 살리고 경제적 파국을 면해왔던 세계적 경험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 모두의 경제적 위험을 완화하는 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다. 금융과 기업이 망하면 국민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논리다. 타당하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기관과 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의 경제생활을 보호했다면, 국민 개인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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