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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Sputnik 1)가 지구 저궤도(Low Orbit)를 향해 발사된 이래, 인류의 우주여행 프로그램은 구소련과 미국, 이 두 나라를 축으로 개발되었다. 인공위성 발사를 소련에 선수를 빼앗겼던 미국은 1969년 소련보다 먼저 달착륙에 성공했고, 1977년엔 우주왕복선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를 런칭하였다. 이로써 NASA는 달 여행보다 지구 궤도를 운행한 후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그리고 1991년 구소련의 와해 이후, 우주여행은 사실상 미국의 독무대가 되었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우주 관광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우주 관광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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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NASA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프로그램은 2011년 아틀란티스(Atlantis)호의 발사를 마지막으로 휴면기에 돌입한다.

먼저 우주왕복선을 세금으로 조달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게다가 챌린저(Challenger)호 폭파와 콜럼비아(Columbia)호의 대기권 진입시 일어난 사고로 인해 탑승인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은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여행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엔 좀 더 안정적인 대기권 100km 내외 높이의 '준궤도'(sub-orbital: 하늘이 검게 변하는 우주 경계선 공간)을 운행하는 민간인 주도의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이 분야 민간 기업의 선구자로는 2002년 일런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있다. 그 뒤를 이어 2004년 리쳐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버진 갈락틱(Virgin Galactic)을, 그리고 2012년 마지막 최종 주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창립하였다. 이제부턴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공공 사업이 아니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차원의 상품 개발로 우주여행에 대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다. 

누가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억만장자로 기록될 것인가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6월 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 컨벤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6월 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 컨벤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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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의 일인냥 요원하게만 보였던 민간인 우주여행이 2021년 들어 새로운 장을 열게 됐는데, 이는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 7월 20일 상업적 우주여행의 효시가 될 우주선 발사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또 다른 억만장자(Billionaire)인 리쳐드 브랜슨은 베이조스보다 아흐레 빠른 7월 11일 뉴 맥시코주 진실 혹은 인과응보(Truth or Consequences, 도시 이름) 시에서 자신을 포함한 여섯명의 승무원을 실은 우주 왕복선 유니티(Unity) 22호 발사를 먼저 실행하게 된다. 이로써 아마존의 베이조스와 버진그룹 창립자인 브랜슨 사이의 보이지 않던 우주여행 경쟁이 일차 브랜슨의 승리로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관련 기사: '괴짜 억만장자' 브랜슨, 첫 우주관광 성공 "일생일대의 경험").

제프 베이조스가 억만장자로서는 최초로 자기 소유의 우주비행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가고 난 후, 브랜슨이 먼저 선수를 쳐 그 명성을 가져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력없이 마음만으로 하루 아침에 갈 수 있는 게 우주여행은 아니다. 버진 갈락틱은 이미 2016년 VSS 유니티의 첫 시범비행과 착륙에 성공하였고, 우주여행의 상업화를 목표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주여행의 차별화: VSS Unity vs New Shephard   

억만장자 두 명의 우주여행이라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일이 불과 9일 간격으로 연거퍼 일어났기에, 이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매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누가 최초인지, 누가 더 높이 올라갔는지 비교 분석하는 기사들이 나왔다. 심지어 유명한 한 유튜버는 '세상에서 셀카 가장 비싸게 찍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준궤도 우주 관광을 생중계하는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 갈무리.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준궤도 우주 관광을 생중계하는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 갈무리.
ⓒ 버진 갤럭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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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러한 양적 비교 외에 브랜슨과 베이조스 우주여행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버진 갈락틱은 NASA 우주왕복선 프로젝의 전통에 따라 우주왕복선과 캐리어 비행기를 동시에 개발하였다. 이로써 발사후 차례로 분리되는 1, 2, 3단 로켓과 같이 소모되는 부분없이 캐리어 비행기와 우주왕복선을 무한정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직발사에서 오는 부담감도 없고, 우주왕복선이 조종사와 부조종사에 의해 운행되기 때문에 비행다운 비행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후발주자인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New Shephard)호는 아폴로(Apollo)의 운행원리와 같이 수직 발사된 후, 일정 고도에서 로켓을 분리하면 자체 조종능력이 없는 크루 캡슐이 대기권에 머무르다 지구로 자유 낙하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수직 착륙하는 방식이다. 아폴로와 다른 점이라면 분리된 로켓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다음 미션에 재사용되며, 캡슐이 바다가 아닌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게 된다.

따라서 버진 갈락틱과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고,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차별화된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셈이다. 동일한 점은 두 모델 다 지구 궤도까지 올라가지 않고 '준궤도'(sub-orbital)를 운행하기에 상업용 여객기보다는 훨씬 빨라야겠지만, 지구 궤도를 운행하는 우주선만큼 빠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NASA가 운행하던 우주왕복선보다 뛰어나 상업화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단단히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차이점은 비즈니스 방식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지에 의하면, 현재까지 버진 갈락틱에 만불을 내고 우주여행을 예약한 사람은 6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브랜슨이 자신의 우주여행 하루 전날 만났다던 친구 일런 머스크도 만불 예약금을 낸 사람 중 한명이다. 한화로 3억원(25만불)이나 하는 이 상품을 사겠다고 예약한 사람들 가운데엔 유명인사인 져스틴 팀버레이크, 톰 행크스, 레이디 가가 등도 포함돼 있다. 

한편 360억원에 달하는 경매가 지불 능력이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 아버지를 둔 덕분에, 18세 올리버 데이먼은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이번 미션에 동참해 최연소 우주여행 기록을 세웠다. 블루 오리진은 이와 같은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이미 1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억만장자의 우주여행 뉴스는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돈이 남아 넘쳐서 죽는 날까지 펑펑 써도 다 쓰지 못할만큼 있는 자들의 돈놀이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부러워하는 걸로 끝내야 하는 걸까. 베이조스와 브랜슨의 우주여행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버진 갈락틱은 브랜슨을 싣고 우주에 오르기까지 무려 17년간이란 세월을 연구 및 개발에 투자했다. 현재 천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우주여행 사업은 미국내 공대생의 일자리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직도 고용시장에 추가시켰다. 심지어 회사 청소하려면 청소원도 필요하고, 물품 운반하려면 운전사도 필요하니 여러 모로 고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회사가 세워진 도시의 지역 경제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전에 없던 돈이 소비사장으로 유입되는 셈이기에 소비는 증가할 것이고, 주택시장 역시 활성화된다. 그리고 소매, 외식 산업이 지연스럽게 상승곡선을 타게 되어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덩달아 좋아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1984년 텍사스주 어스틴(Austin) 근교에 세워진 대규모 컴퓨터 회사 델(Dell)이다. 마치 울산의 현대, 포항의 포항제철로 인해 지역경제가 윤택해지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억만장자의 우주여행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민간인 주도 우주여행의 시작이라는 이정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억만장자의 우주여행이 가능하기까지 이십년 가까이 투자 및 산업의 육성이 이루어져 미국 사회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이 사실상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3억원을 호가하는 우주여행을 재정적으로 감당할 사람이 소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져 생산원가를 낮추게 된다면 이 또한 언젠가 대중화될 날이 올 것이다. 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이 사업을 계속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californialife.com 에도 포스팅 되었습니다.


태그:#우주여행, #리쳐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버진 갈락틱, #블루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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