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 윤석열 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 기자회견'이라 하지 않고 윤석열이라고만 쓴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윤석열이라고만 쓴 데 대해 이날 오전 자신을 윤석열 청년 참모라 소개해 달라고 한 장예찬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굳이 검찰총장이라는 단어를 뺀 이유가 이제부터는 새로운 어떤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국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직접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지 않나 하는 예상을 제가 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직책을 붙이는 게 익숙해서 의원이나 장관을 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도 '~전 의원' '~ 전 장관'이라고 붙입니다. 그냥 '~씨'만 붙이거나 이름만 쓰자는 제안도 한때 있었지만 관례대로 직책을 붙이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기사에서만은 윤석열 전 총장의 뜻을 반영해 '윤석열'이라고 써보겠습니다.
윤석열의 출마선언문에 대한 평가는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어느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180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야와 지지 여부를 떠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발언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입니까.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선언문 중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 다시 봐도 이상합니다. 윤석열이 이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만 현 정부가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가리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까요? 굳이 떠올려 보자면 '대북 전단 살포 금지'(표현의 자유)와 '양도세 중과'(거래의 자유) 정도인데 이 둘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된 일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혹시 검찰의 자유나 재벌의 자유를 말하는 걸까요?
이날 내내 이 의문이 들었지만 여러 언론보도에서도 이에 관한 설명은 따로 없더군요. 그런 차에 30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김준일 뉴스톱 대표도 같은 의문을 제기해서 반가웠습니다.
그는 현 정부가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말은 어떤 실체가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보수의 레토릭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이 써준 글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는 이 말이 윤석열의 언어인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의 출마선언문이 화제입니다. 그가 내뱉은 강렬한 말들이 그 자신의 생각인지, 왜 그런 생각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