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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벌써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을 받았다.
▲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책을 읽으면서 벌써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을 받았다.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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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작가의 책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를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콩당 콩당 뛰기 시작했다.

배지영 작가는 나의 글쓰기 스승이다. 늘 글을 써서 어딘가에 내놓아야 할 때 '작가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작가님은 제자가 글을 못 썼다고 나무라지 않는다. 글을 꾸준히 썼다는 것에 초점을 주고 잘했다고, 잘할 수 있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되면 왠지 잘 써야 할 것 같고 더 잘 쓰려고 노력하며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글을 읽어나갔다. 한 번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친밀한 타향을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늘 시간이 안 돼서, 경제적인 것이 부담돼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아이들 때문에...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많다. 우리에게 낯선 곳의 한 달 살기나 여행은 늘 꿈 속에 있다.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마음을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출판사 대표 안유정씨는 강릉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그 만의 일을 하는 멋진 한 달 살기를 이루어냈다. 일전에 안유정 작가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작은 체구의 당참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참으로 인해 낮선 곳에서 지내는 용기가 나왔던 것 같다. 낮선 곳의 타향살이에서도 자기만의 일을 놓지 않고 책을 펼쳐 내는 그의 인내와 능력이 부러웠다.

두 아이의 아빠 김경래씨는 41일간의 일몰을 감상하며 우울증에서 벗어날 힘을 얻었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32개월 된 아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고, 수산시장을 구경하고, 순대국밥을 사와서 숙소에서 함께 아들과 먹으면서,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고 왔다고 한다.

수락마을에서 클래식 음악과 공연이 아닌 자연의 소리, 마을 사람들의 소리가 가진 매력에 빠졌다는 작곡가 김민경씨는 반려견과 함께 한 달 살기를 했다. 내가 꿈꾸던, 시골집의 앞마당에서 반려견과 반려묘가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졌다.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서 좌식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뛰어노는 강아지와 고양이, 꽃을 바라보는 모습이 상상됐다.

자녀들과 함께한 초등학교 교사 김현님. 은퇴 맞이 장기 여행 제주로 생애 첫 일탈을 한 중학교 교사 이은영님. 주말부부로 오래 떨어져 살다가 32년 만에 장기 휴가를 떠난 박정선 홍성우 부부. 퇴직 후 아내의 퇴직을 기다리면서 함께 여행할 날을 기다리면서 재취업을 하고 장기 휴가를 내서 제주도로 떠난 이희복님. 8개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본 이한웅님... 이한웅님은 100개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한다.

대학생 박혜린님은 부산으로 한 달 살기를 했다. 책방 투어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여행 목록 중 하나였는데, 박혜린님은 이미 혼자만의 시간을 그렇게 즐기고 있었다. 촉박한 여행이 아닌 여유롭게 책을 보고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그런 여행의 달콤함을 꼭 한번 느껴보고 싶다.

내가 사는 고향 전북 군산으로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권나윤님. 배지영 작가님 친구가 군산에서 한 달 살러 온다고 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군산의 '한길문고'에서 작가 강연을 같이 들었던 권나윤님, 그 분이 우리 동네 군산에서 한 달을 살았던 것이다. 게다가 책도 냈다고. 늘 익숙해 좋은 줄 모르고 사는 나의 고향이 다른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곳이란 것을 알게 됐다.

여러 사람들의 한 달 살기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부러움에 입술이 떨려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신발장 속 운동화를 확인했다. 편한 운동화를 새로 한 켤레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머릿속에 미리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는 경남 통영이다. 한 번 가봤던 곳인데, 화려한 도시 풍경도 아니었고, 멋진 곳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산동네 벽화마을이 날 이끌었고, 생선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시끌벅적한 수산시장이 매력적이었다. 한 번쯤 와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통영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의 준비물 한 달 살기 위한 생활비(식비, 숙박료, 교통비 등), 편안한 운동화, 편안한 옷, 함께할 책 몇 권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나의 한 달 살기 여행을 시작될 것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들의 이야기 덕에 나 또한 머릿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은이), 시공사(2021)


태그:#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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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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