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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안터마을 별 궤적. 아래에 반딧불이가 보인다. (김상덕 사진작가 제공)
 충북 옥천 안터마을 별 궤적. 아래에 반딧불이가 보인다. (김상덕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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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의 주인공 개똥벌레의 또 다른 이름, 반딧불이. 물 맑고 공기 좋은 숲속을 서식지로 삼는 반딧불이는 오염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 지표종' 중 하나다. 반딧불이 불빛이 반짝인다면 청정지역으로 보증할 수 있는 것. 어릴 적 반딧불을 발견한 밤의 공기가 유독 깨끗했던 이유다.

2009년부터 반딧불이 축제를 이어온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도 청정한 반딧불이 서식지를 지켜낸 곳이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불빛을 선물하기까지 환경 보존에 힘써온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연장선으로, 자연환경국민신탁이 협력한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 모금 활동이 지난 5월 6일 첫발을 내디뎠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자연은 곧 우리 공동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공익기관. 수변구역 및 습지 생태계,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 보전해야 할 지역을, 증여나 기부금을 통한 매입 등으로 공유화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확보된 지역은 국민신탁법에 따라 매각과 교환 등이 영구적으로 금지되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현재 모습을 지켜나가게 된다. 지금까지 제주 곶자왈과 전북 무주‧남원‧장수의 반달곰 서식지, 철원 '두루미 논' 등이 신탁지로 지정됐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마을을 위해
 
2017 반딧불이 축제 현장(사진 시골살이영농조합법인 제공)
 2017 반딧불이 축제 현장(사진 시골살이영농조합법인 제공)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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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상류 지역으로 청정한 수변 생태계를 품고 있는 안터마을. 맑은 물이 흐르는 습지를 무대로, '올갱이'를 먹이 삼아 크는 반딧불이 역시 생태계 순환고리 속에서 빛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들어서는 펜션과 농약 등으로 그 순환이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마을에 자리잡았다.

지난 2017년 안터마을과 자연환경국민신탁, <옥천신문>이 손잡고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 모금을 시작한 이유다. 서식지 근처 토지 매입을 목표로 '에코 증권'을 발매하는 등 모금 활동을 펼쳤던 것. 그 결과 모인 1천8백여만 원으로 2018년 12월, 안터마을 첫 신탁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마을에 들어설 뻔한 인삼밭을 친환경 논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특히나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인삼 재배이기에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터. 다행히 자연환경국민신탁과의 논의 끝에 그 밭은 '보전협약지'로 지정됐다. 보전협약지는 신탁의 기금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오염시키지 않고 보전할 것을 협약한 지역을 말한다.

"원래 마을 주민이 세를 놓으려 했던 인삼밭을 자연환경국민신탁과 이야기해서 임대를 얻은 거죠. 그곳에 오리농법으로 친환경 벼 재배를 했어요. 그 외에도 마을에서는 될 수 있으면 농약을 안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안터마을이 있는 석탄1리의 유관수 이장은 마을 주민 모두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손 놓고 있으면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반딧불이 불빛까지도 영영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

여름은 반딧불이 축제로, 겨울은 빙어잡이 체험으로 활기를 지켜온 주민들에게 자연을 살리는 길은 곧 마을을 살리는 길이었다. 자연과의 연결점은 기후변화로 고민을 겪었던 겨울철 상황을 통해 이미 드러나기도 했다. 높아진 기온에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아 빙어잡이 체험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것. 2019년에는 얼음이 아예 얼지 않았다고.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에요. 날이 춥고 얼음이 꽝꽝 얼어서 안전하면 축제를 열 수 있겠지만, 옛날 같지가 않아요."

오래된 불빛이 앞으로도 빛날 수 있도록
 
반딧불이 놀이터 도면(사진 영남대 장갑수 교수 제공)
 반딧불이 놀이터 도면(사진 영남대 장갑수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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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예정지
 옥천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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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마저도 자취를 감춘다면 마을이 지켜오던 상생의 길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터.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반딧불이 서식지 매입을 위한 기존 모금에 더해 이번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현재 모금액이 충분치 않아 바로 서식지 매입을 실행하기 어려운 여건이에요. 그래서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을 위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이터 조성은 서식지를 계속 지켜나갈 또 다른 방법인 거죠." (자연환경국민신탁 진혜연 담당자)

진혜연 담당자는 "안터마을 반딧불이 개체 수의 보존과 함께, 생태계 복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한다.

반딧불이 놀이터는 곧 반딧불이를 위한 안전한 터전이다. 놀이터에는 깨끗한 개울이 흐르고 먹이가 될 '올갱이'와 산란처인 이끼가 마련된다. 유충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필요한 조건이 탄탄히 갖춰진 인공 서식지에서 반딧불이는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자라난 반딧불이를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낸 후, 꾸준히 지켜보고 관리하는 마지막 단계 역시 중요하다.

"원래 반딧불이는 어디에나 살던 생물이거든요. 전국적으로 논 근처에 살던 보편적인 종이었는데 살충제나 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을 계속하다 보니 사라진 거죠. 사실 인공 서식지는 어려운 기술이기보다는, 맑은 물이 흐르는 논에 풍부한 먹이 자원을 계속 공급해서 반딧불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거예요. 이번에 안터마을에서 성공하면 대청호 주변 모든 마을에 반딧불이 서식지를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문위원 영남대 장갑수 교수)
 
경남 하동 편백자연휴양림 반딧불이 놀이터 (사진_영남대 장갑수 교수 제공)
 경남 하동 편백자연휴양림 반딧불이 놀이터 (사진_영남대 장갑수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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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 교수는 "안터마을의 경우 주민 중심으로 인공 서식지를 시도하려는 중에 있는데, 그러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 또한 전했다. 생태계 보전을 향한 마을의 노력에, 그 가치를 알아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안터마을 반딧불이를 지키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통 도시에 살면 반딧불이를 볼 기회가 없잖아요.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오래된 추억이 과거에만 머물지 않도록, 우리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미래 세대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싶습니다." (진혜연 담당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는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 펼치는 활동의 최종 목표. 반딧불이에게 안전한 곳은 분명 사람에게도 안전한 곳일 테다. 여름밤을 수놓는 천연의 불빛, 그 오래된 풍경을 내일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이곳 안터마을에서 계속되고 있다.

(* 안터마을 반딧불이 놀이터 조성 모금은 5월 6일부터 8월 6일까지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해 진행됩니다.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87087/story 또는 아래 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습니다.)
 
반딧불이 놀이터 캠페인 QR코드
 반딧불이 놀이터 캠페인 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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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옥이네 통권 48호(2021년 6월호)
글·사진 정서영/ 김상덕 작가, 장갑수 교수, 시골살이영농조합법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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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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