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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①] 한국경제가 꺼내든 '세금폭탄론'... 사실일까 http://omn.kr/1tf1q)에서 이어집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동시에 공시가격 현실화 관련 <한국경제> 보도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 '1년 새 공시가 수십~100% 넘게 올라... "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5월 11일 이유정 기자)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최대폭(19.05%)으로 올랐다"며,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 등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더 큰 문제는 집값이 하락해도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유세를 계산해보니 "주택 가격대를 막론하고 시세가 상승하지 않아도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져도 세금은 지속해서 오른다는 주장입니다.

"공시가격 수십~100% 넘게 올랐다" → 일부 사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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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이 100% 넘게 올랐다고 한 <한국경제> 보도 사례가 실존하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지난 2020년 대비 공시가격이 134% 증가했다고 주장한 사례는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였는데요.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을 면적별로 확인한 결과, 전용면적 102.9145㎡ 중 일부 주택은 2020년 공시가격 4억 원에서 2021년 공시가격 9억 3,500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하면 133.75%가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는 실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134% 상승이 보편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아파트 전용면적 84.9968㎡의 경우 공시가격이 2020년 3억 2100만 원에서 2021년 5억 48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할 경우 70.7%입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세종 70%·서울 노원구 35% 등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표현한 대목은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놓고 무작정 '폭탄론'

<한국경제> 보도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한 분석은 부동산 세금 증가 외에도 따져볼 요소가 많습니다. 효과, 부작용, 현실적 한계 등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보도는 정책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문제와 원인을 짚어내는 것입니다.

<한겨레> '가야 할 길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가 놓친 4가지'(4월 12일)는 <한국경제>와 달리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의미와 한계를 짚었습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년 대비 19% 급등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영향이 훨씬 컸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1.2%포인트 제고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한겨레>는 재산세 감면혜택 기준인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2018년 12.8%에 그쳤으나 올해는 29.4%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종부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도 2018년 5.54%에서 올해 15.99%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같은 상황이 "올해 조세저항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겨레>는 뒤늦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고분양가 문제가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누진제 형식의 종부세가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세금부담 고려도 부족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공시가격 자체가 90%로 간다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원장 발언으로 방향이 맞게 설정된 정책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한국의 국회는 그동안 보유세 강화를 사실상 행정부가 결정하는 공시가격에 떠넘긴 채 제 몫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회 역할을 지적한 정준호 강원대 교수 발언도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보유세 강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투기수요가 잦아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정세은 충남대 교수 발언으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긍정적 측면도 다뤘습니다.

<한국경제>와 <한겨레>는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다뤘지만, 깊이와 시각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단편적 추측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던 반면, <한겨레>는 다양한 사실과 원인을 취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 보도 일부에 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은퇴자 건강보험료 인상" → 일부 사실
 

<한국경제> '공시가 뛰니 건보료도 폭탄... "소득 없는 80세 노부모도 월 22만 원 낼 판"'(5월 13일 노경목 기자)은 공시가격 변동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은퇴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80세를 바라보는 노부모가 소득은 한 푼도 없는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만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22만 원의 건보료를 내게 됐다"는 국민청원 게시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은퇴자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맞는 주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퇴자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3월 15일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은퇴자가 건강보험 부양자가 돼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값인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5억 4000만 원을 초과하고 연 소득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소득이 없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입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부양자격 변동 기준 설명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부양자격 변동 기준 설명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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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9억 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1년간 소득이 1천만 원이 넘거나 공시가격 15억 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면 은퇴자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는 뜻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 대상을 전체 피부양자의 0.1%, 1만 8천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고령층으로 추정돼 은퇴자도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경제> 주장은 일부 은퇴자에 한해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극소수 사례 뻥튀긴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
 

하지만 <한국경제>가 우려한 은퇴자 건강보험료 납부는 발생 사실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은퇴자 중 공시가격 인상으로 납부가 발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전체 피부양자는 18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해당 자료에서 은퇴자로 볼 수 있는 60세 이상 피부양자는 2020년 12월 기준 전체의 28.7%입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은퇴자는 1800만 명의 28.7%인 516만 명 정도입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516만 명 중 최대 1만 8000명, 0.3%가 공시가격 인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득 없는 노인도 22만 원 정도 건보료를 내야 한다'는 <한국경제> 보도는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소득이 낮거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령층을 고려해 2022년 6월까지 신규보험료의 50%(평균 11.9만 원)만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국민 중 0.3%가 2022년 6월까지 평균적으로 11만 9000원 보험료를 내게 됐다'는 게 <한국경제> 보도의 뿌리였습니다.

은퇴자 중 극소수 사례와 부족한 정보전달로 만들어진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은 일부 사실일 수 있으나 보편적 사실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공시가격 상승으로 "은퇴자 피해가 가장 크다"라던 <한국경제>가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봐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 10~13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팩트체크, #한국경제, #공시가격, #부동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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