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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인'이라는 단어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 프랑스 와인, 이탈리아 와인 처럼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이 아닌 한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는 것이 낯설다. 일반적으로 한국 와인은 '한국 땅에서 나는 과실로 발효 과정을 거쳐서 알코올을 만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한국 와인은 포도만을 이용해서 만든 일반적인 와인 정의와는 다른 과실들로 만든 와인도 포함 시킨다.
  
시음회에 전시된 한국와인
▲ 다양한 한국와인 시음회에 전시된 한국와인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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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와인을 보면 와인 전용 포도가 없어 식용포도를 사용하였다. 식용포도는 당도가 낮아 설탕을 추가함으로써 품질도 떨어졌고 특히 향과 맛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기에 외국 와인과 경쟁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한국 와인 생산자들과 연구자들은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지금은 한국 와인 품종도 만들어지고 품종에 맞는 발효 기술도 개발되면서 와인 품질이 발전을 했다. 현재 한국 와인들은 고유의 맛과 향으로 개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처음 우리나라 와인의 시초는 프랑스 포도나무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 상당수의 포도주 제품은 개화기 무렵 일본이나 유럽 나라들과의 무역을 통해 들어왔다. 개화기 포도주는 왕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의 파티에서 사용되었으며 외국인을 위한 만찬 때 이용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포도가 있었다. 이 포도는 유럽종이 아니라 머루라고 부르는 다른 종이다. 이러한 머루로는 쌀과 혼합을 해 머루주는 만들었지만 유럽 포도주와 같이 과실만을 이용한 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포도 와인과 관련된 연구를 시작한 것이 1900년대 초이다.

조선에 유럽의 포도나무로 포도주를 만든 곳은 조선총독부 양조시험소였다. 국세청기술연구소 100년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포도주는 뚝섬 원예 모범장(纛島園藝模範場, 농촌진흥청 전신)에서 생산된 '레드 워싱톤(식용품종)' 포도로 시험 양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1901년부터 1910년까지 미국에서 15개, 일본에서 106개, 중국에서 4개, 프랑스에서 3개, 이탈리아에서 25개 품종 등 총 153개 품종이 도입되었다. 특히, 1910년 4월 프랑스로부터 수입한 양조용 포도(리슬링, 모스카토, 피노누아) 1800주를 재배했으며 1912~14년에는 68개 품종별 당분과, 총산 함량을 분석해서 주류제조업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였다.

이 당시 기록에 의하면 피노 그리(Pinot gris), 피노 누아(Pinot noir), 보르도 누아(Bordeaux noir) 등 유럽의 우수한 품종이 조선에서도 품질이 우수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활발한 포도주 생산은 포항의 미쯔와(三輪) 포도원이 대표적이었다. 미쯔와(三輪) 포도주는 1920년대에 경북 포항 동해면과 오천면 일대에 있던 미쯔와 포항농장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들어졌다. 당시 미쯔와 포도농장은 3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고용하고 넓이가 200만㎡에 가까웠던, 동양에서 가장 큰 포도농장이었다고 한다.

어떤 품종을 재배했는지 기록으로 나오지 않지만, 양조를 목적으로 포도를 재배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양조용 유럽 포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미쯔와포도원은 1935년 전조선주류 품평회에 '미쓰와 올드 포도와인'을 출품하여 우등 입상을 받기도 하였다.
    
1921년 7월 25일자 매일신보
▲ ‘미쓰와 포트 와인’ 광고. 1921년 7월 25일자 매일신보
ⓒ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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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실제 소비자들이 마실 수 있는 포도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74년 순수한 국산 포도로 만든 노블와인이 출시되면서이다. 이 노블와인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해태상 아래에 1975년 72병을 묻어두었고 100년 후인 2075년에 개봉할 계획이다.

이후 1977년에는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마주앙이 출시되었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와인들이 생산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근대에 와서 와인이 본격적으로 생산된 지는 채 50년이 안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 와인은 지금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과거 한국 와인이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부터는 소비자들에게 맛을 알려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와인 제조와 와인 문화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한국 와인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특징이 있고 어떠한 음식과 매칭 해야 하는지 등의 홍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중복게재 됩니다.


태그:#한국와인, #포도주, #전통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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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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