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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박혜원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박혜원씨.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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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업장 2개를 폐업했더니 '엄마, 나 중학교는 갈 수 있어?'라고 묻는 아들에게 '무엇을 팔아서라도 보내줄 거니까 걱정하지마. 나는 엄마니까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어'라고 했다."

엄마의 대답은 시원시원했지만 가슴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엄마, 장기는 팔지 마"라는 아들의 마지막 말 때문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그만 울컥 터졌다는 싱글맘 박혜원씨.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심중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나는 엄마니까. 엄마는 악착같이 살아야 하니까 이쯤에서 눈물 보이면 안 되지. 내가 주저앉으면 너 혼자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데…. 아들아, 엄마도 우뚝 설 테니 너는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너는 엄마의 꿈이란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한해 두 번이나 식당을 폐업했던 박혜원씨는 현재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1년에 두 개의 가게를 폐업하는 사람도 참 드물 거예요. 첫 번째 식당은 여러 가지 복잡한 관계가 있어 지난해 4월 정리를 하고, 한 달 보름 만에 두 번째 가게를 오픈했어요. 그때는 그래도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질 무렵이었어요. 불안하긴 했지만 마음이 급했죠.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 그냥 손 놓고 놀 수는 없잖아요. 하루라도 지체하는 것은 사치였어요. 서산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 차라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어요."

처음에는 직원이 8명이나 있을 만큼 별 무리 없이 잘 헤쳐나갔던 박혜원씨의 두 번째 가게 '해원횟집'. 하지만 어느 순간 2차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횟집이다 보니 음식 단가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개업했던 식당이 1, 2층 대형 룸으로 단체손님 위주다 보니 더 큰 피해를 입었어요. 결국 단체손님이 오지 못하니 그때부터 지급할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였죠. 여윳돈이 있었다면 가능했을지 모르겠어요. 여건이 되지 않으니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결국 휘청거리다가 곧바로 엄청난 타격을 맞았던 겁니다. 45살에 토네이도가 우리 모자에게 덮쳤는데 정말 그런 위력은 처음이었어요."

누구에게 의논할 곳도 없이 모든 걸 혼자 감내해야 했다는 박혜원씨.

"제가 영업을 잘못했다면 '다 내 탓이다'고 하겠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그렇다 보니 상실감이 더 컸어요. 홍보하고 때론 공허하게 매달리기도 해보고 별의별 짓을 다 했는데 소생의 기미가 안보이더라고요. 어느날 문득 저를 돌아볼 기회가 생겼어요. 애를 써도 안되는 것을 기를 쓰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쩔 수 없는데, 내가 어떡해 할 수도 없는데 아등바등하더군요."

싱글맘 혜원씨는 그때의 현상을 "그냥 올라가려고 애를 썼는데도 계속 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가게를 접었다.

과감히 가게를 접은 혜원씨는 아이랑 함께 죽을까도 생각했다. 특히나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도 경력은 되는데 나이에서 잘리는 현실도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더구나 장사하던 사람이 안 하니 구설수도 만만찮았다. 이런 일련의 것들이 그녀를 지탱하기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은 바로 아들의 따뜻한 숨결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싱글맘 혜원씨.

"숨만 쉬어도 구설수, 미소만 지어도 이상한 소문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저를 옴짝달싹 못 하게 구석으로 밀어 넣었죠. 어쩌면 그래서 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바람 같은 미소를 흘린 그녀가 어느새 아들 얘기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달 동안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겨우 숨만 쉬고 살았어요. 참 쓸모없는 엄마였죠 제가. 가장인 엄마가 힘이 없으니 꼬맹이 아들이 제 눈치를 보며 걱정을 하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났어요.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 지금 이러고 있나 싶대요. 고단해도 우리 꼬맹이 때문에 다시 헤쳐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제가 아니면 아무도 우리 꼬맹이 안 챙겨주잖아요."

혜원씨는 코로나로 인해 금전적인 손해가 무지 컸지만 대신 사람을 볼 수 있는 아주 값진 걸 배웠다고 했다.

"안목이 높아졌어요. 그리고 인내심도 배웠고요. 철없던 엄마가 많이 성장한 거죠(웃음). 내려놓는 법도 그때야 배웠어요. 이제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참 많이 노력해요.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의 중간중간을 끊어주는 시련이라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잖아요. 저도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두건의 폐업이 바로 대나무의 중간 마디였던 거죠. 요즘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 꼬맹이 있어서 으샤으샤해요. 그 애가 바로 저의 파워에너지거든요."

싱글맘 혜원씨의 마지막 소원은 아들과 둘이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친구같이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했다.

"우리 꼬맹이가 없었으면 인생 재미도 없었을 거예요. 지금부터 다시 건강하게, 다시 새롭게, 더 눈부시게 살아갈 것을 약속해요. 꼭 지켜봐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올립니다.


태그:#싱글맘, #코로나, #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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