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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식물원> 외부모습
 <거제식물원> 외부모습
ⓒ 홍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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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꽃 축제'로 유명한 거제 남부면의 작은 마을에 마치 UFO가 하늘에서 떨어져 착륙한 듯 유리돔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하나 없는 시골인지라 '거제식물원'의 존재는 그야말로 기이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차장은 넓고 깔끔했다. 지난 2월 26일 평일 오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고, 식물원 입구로 들어가는 길 양 옆에 서 있던 야자수의 온몸이 흔들렸다.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공간

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습기와 온기가 훅 다가왔다. 관람 방향이라고 적혀 있는 안내 푯말을 따라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정말 정글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공폭포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고, 새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은은히 올라오는 물안개가 열대 식물을 감싸고 지나가는 모습에 마치 영화 속 어느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곳곳에 이름표가 부착된 열대 식물은 충분히 눈요기가 되었다.

요즘 실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킨답서스와 안스리움이 구석구석 바닥에 깔려 있고, 그 틈 속으로 보리수 같은 나무들이 서 있었다. 몇 개의 포토존을 지나 마지막 하트 모양의 꽃장식까지, 이 모든 것을 모두 둘러보는데 약 30~40분이면 충분했다.

들어서는 순간 "우와 멋있다"는 감탄으로 시작했지만 나올 때는 "음... 이게 끝인가"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뚜렷한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던 곳
  
<거제식물원> 내부 모습
 <거제식물원> 내부 모습
ⓒ 홍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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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7일 개관한 거제식물원은 약 10여 년 전에 '거제생태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국비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거제도에 자생하는 식물을 한 데 모은 식물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최초의 취지였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그 취지와는 다르게 열대식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있었던 것 같다. 지역 신문에서는 어느 지역 예술인이 이 공간을 위해 직접 수집하고 관리하던 '미니장가계'라는 식물을 낮은 가격에 기증했지만, 정작 식물원 바깥에 방치되다시피 놓여지는 등 거제 지역민들과 시의 의견차가 분분한 것 같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일까. 일개 방문객으로서 느낀 점은 국내 최대 식물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열대식물을 가져다와 전시하는 것이 과연 이 지역의 발전과 정체성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이 신비하고 거대한 식물원에 대한 궁금증으로 방문객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또한, 거제도를 대표하는 '섬꽃 축제' 기간 동안 이 식물원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성과가 감탄에서 시작해 의문으로 끝나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거제식물원> 내부 모습
 <거제식물원> 내부 모습
ⓒ 홍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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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이야기가 담길 때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된다. 거제식물원은 현재 돔 형식으로 열대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

대한민국 남단에 위치한 거제도의 특성을 잘 이용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또한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지거나 적절한 퍼포먼스로 관람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이제야 첫걸음을 뗀 '거제식물원'.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많은 혼선과 착오가 있었겠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과 더불어 오랫동안 회자되는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오를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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