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영화 <미나리>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 판시네마


영화 <미나리>의 수상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74개의 영화 관련 행사에서 상을 받고 있는데 정작 작품의 주역들은 상보다 서로가 함게 했던 시간을 그리워했고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나리> 기자 간담회엔 정이삭 감독과 배우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가 참석했다. 1980년대 미국 중부 아칸소에 정착한 한인 1세대 가족을 조명한 해당 작품에서 스티븐 연은 농작물로 사업을 키우려는 제이콥을, 한예리는 그의 아내이자 이민자 생활에 혼란을 겪는 모니카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모니카의 친엄마로 딸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까지 건너온 순자를 맡았다.
 
네 사람은 모두 시나리오가 가진 진정성, 그리고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 외에도 함께 지내는 시간이 모두 좋았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이민자 2세대인 정이삭 감독은 "제 개인적 이야기에 크게 반응해주셔서 놀라고 있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무래도 이민자 이야기나 1980년대 미국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관계, 가족의 갈등을 그려서 공감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화 <미나리> 주역들이 참석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영화 <미나리> 주역들이 참석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 판시네마

 
배우들이 역할을 저마다 잘 소화했음을 강조한 정 감독은 "이민자들 이야기에 당시 농민들의 모습도 담고 싶어 자료 조사도 많이 했다"며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도록 독려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다들 가족처럼 지낸 게 즐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이 표현한 순자엔 감독의 실제 경험한 할머니의 기억이 묻어 있다.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홀로 엄마를 키웠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전하며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잠시 했을 때 창 밖을 보면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이 조개를 캐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할머니께서 조개를 캐서 생계를 이어가셨는데 그분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전 없을 것이다. 할마니를 생각할 때마다 울컥한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런 감독을 윤여정이 감쌌다. "어떤 감독은 배우를 자신이 원하는 연기에 가두기도 해서 정 감독에게 혹시 할머니의 모습을 내가 흉내내야 하냐고 물었는데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며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이 감독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윤여정은 미국 지역에서 다수의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26관왕에 올라있다. 오스카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에 그는 "축하 감사한데 상패는 아직 하나 받아서 실감을 못하고 있다"며 "미국 땅이 넓으니 상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제가 뭘 중점을 두고 연기한 게 아니라 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잘 썼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윤여정은 <미나리>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 고백했다. 자신을 돕기 위해 긴 여정을 함께 한 이인아 PD와 홍여울 작가를 언급하며 "더운 현장서 빨리 촬영 끝내고 시원한 곳에 가자는 생각뿐이었는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울더라. 하지만 전 그때도 울지 않았는데, 무대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때 울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저보다 뭔갈 더 이루고 잘 해나가는 갈 인정받은 것 같아 감격이었다"고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미나리> 주역들이 참석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영화 <미나리> 주역들이 참석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 판시네마

 
윤여정이 말한 이인아 PD와 홍여울 작가는 숙소에서 음식과 소틍을 담당하며 <미나리> 팀에 큰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다른 숙소에 머물다가 이들의 밥을 먹으러 자주 들렀다던 스티븐 연 또한 음식 맛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스티븐 연 또한 부모님이 캐나다 이민자였다가 미국으로 건너왔기에 누구보다 정이삭 감독 이야기를 잘 이해하는 편이었다. "전 2세대 이민자지만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잘 이해하게 됐다"던 스티븐 연은 "그간은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존재했던 아버지였는데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게 됐다. 제이콥의 롤모델이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연기하면서 내 안에 아버지 모습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한국계 미국인 배우라서 일하다 보면 소수인종을 다룬 대본을 많이 받게 된다. 대부분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작품이 많다. 주 관객이 백인이라 백인의 시선으로 설명하는 작품이 많은데 <미나리>는 정말 가족의 이야기다. 한국인이 쓴 한국적 이야기라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대단한 순간이 많았는데 하나만 꼽자면 아무래도 운여정 선생님 숙소에서 밥 먹을 때다. 인아님 음식이 정말 대단했다. 우리가 하나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스티븐 연)
 
윤여정을 포함해 모든 주역들이 해외에 머물고 있기에 한예리는 홀로 국내에서 인터뷰와 뉴스 프로에 출연하는 등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호소하던 한예리는 "우리 세대 또래들이 꼭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 세대와 소통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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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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