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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설날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제 지인도 회사에서 고강도의 이동 및 모임 자제 명령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거주지가 다른 가족 간 5인 이상 집합 금지 예방 수칙에 따라 시대와 상황에 맞게 명절을 따로 보내는 가족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갈등을 빚기도 하는 것 같네요.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명절과 관련한 고민글들을 볼 수 있고요. 

이번 기회라도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며느리들과 자식이 오지 않는 것을 서운해 하는 어른들을 보며 명절이란 분명 가족들이 모이는 기쁜 날이지만 모두에게 즐거운 날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네요.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이 많습니다. 자식들도 명절에 가족 만나기를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해 관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간섭이 되기 쉬운 서로 간의 거리의 문제가 한몫 할 겁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남편 밥은 챙겨 먹이냐?' '임신은 언제할 거냐?' 등으로 이어지는 어른들의 질문 공세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듣는 사람에게는 곤욕스러운 관심과 애정 표현이 되고는 합니다. 
 
전소영 작가의 '적당한 거리'
 전소영 작가의 "적당한 거리"
ⓒ 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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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만큼이나 명절에 필요한 서로 간의 거리의 필요성을 식물에 빗대어 서정적이면서 섬세한 시선으로 잘 나타낸 그림책이 있어요. 전소영 작가님의 <적당한 거리>입니다. 함께 읽어 보실까요?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비교적 자유로운 가족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결혼 후 자식에게 관심도 많고 관여도 많이 하시는 시어머님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제 사연을 귀담아 들어주신 지인께서 제게 필요할 것 같다고 건네 주신 이 그림책을 보며 무릎을 탁 쳤죠.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오랜 기간 가정과 자식으로부터 독립을 할 기회 없이 살아오신 어머님께는 자식들이 각자의 삶을 일궈간다는 생각을 깊이 하지 못하셨고 자식의 일은 곧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을 굳게 하고 살아오셨습니다.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에만 '거리'가 필요한 것은 아님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통해 저도 어머님도 부모와 자식의 삶은 하나가 아닌 두 삶이 안전거리를 두고 함께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작가님께서 직접 식물을 기르면서 세세하게 관찰하고 표현한 아름다운 그림을 살펴보며 '적당한 거리', 지금 나를 둘러싼 관계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애정을 표현하려 많은 것을 주려다 보면 뿌리가 썩거나 잎이 마르거나 문제가 생깁니다.

관계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이어가는 것은 상대가 언제 어떨 때 무엇이 필요한지 세세하게 살펴 아는 것이겠지요.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 자체를 가만히 지켜봐 주는 마음이 필요하겠지요.

저를 둘러싼 모든 관계를 적당히 유지하며 푸르고 싱싱하게 가꿔나가고 싶어집니다. 상대가 가장 아름다운, 자기다울 수 있는 상태를 알고 그 거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랑을 잘 안 되더라도 노력해 보고 싶어지네요.

힘겨운 관계 또는 너무 소중해서 종종 내 맘 같지 않은 관계의 '적당함', 이해와 배려를 이 책과 함께 생각해 보시면서 이번 명절에는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두기를 실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log.naver.com/uj0102
https://brunch.co.kr/@mynameisred


적당한 거리

전소영 지음, 달그림(2019)


태그:#적당한거리, #전소영, #적당한거리로명절을맞는우리의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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