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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졸업식 노래다. 강물이와 마이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5학년 겨울방학이 끝나면 이 노래를 연습했다. 졸업식에서 부르기 위해서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졸업식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그해 졸업생들은 졸업식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났다. 지난 2020년은 내 인생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을 해이고 잊지 못할 해이다. 할 수 없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 일상이 파괴될 것 같다는 두려움, 외출을 제약받는 갑갑함 등으로 힘겨운 한해였다.

어른인 나도 그랬는데 초등 6학년 학생인 아이들은 어땠을까? 살고 있는 군산에 확진자가 없을 때는 삶에 큰 변화가 없었다. 뉴스를 보면서 걱정만 할 뿐. 인근 도시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가족, 친척이 살고 있는 도시에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걱정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체감했다. 2020년 2월 한 친구의 생일파티가 계획되어 있었다. 확진자 발생으로 일단 파티는 미뤄졌다. 2주 뒤로 미뤄진 파티는 2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계속 미뤄졌고 결국 미정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일인 9월 달에 합동파티를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개인적인 스케줄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6학년은 초등학교에 마지막 학년이다. 뭐든 마지막을 붙이면 특별해진다. 마지막 현장학습, 마지막 체육대회, 마지막 공개수업, 마지막 배롱축제(발표회), 특히 수학여행. 코로나19는 이 모든 기회를 앗아갔다. 나 역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특정 행사가 일어나는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작년에는 OO이란 볼링장에 갔었는데......"
"수영장에 가고 싶다. 파도 풀에 둥둥 떠 있고 싶어."
"유리의 성에 가고 싶어. 작년에 제주도 갔을 때 또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연극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는데. 친구들하고 계획도 다 세웠는데......"
"수학여행 너무 기대했는데......"


아이들의 바람은 끝이 없었다. 대부분이 말줄임표로 끝난다. 급기야 "엄마, 6학년을 도둑맞은 거 같아. 기억에 남는 일이 없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는 마지막 행사까지 그 위력을 행사했다. 바로 졸업식이다. 사춘기의 무덤덤한 남자아이들도 졸업식에는 나름 기대를 하고 등교했다. 학부모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한 곳에 모이지 못하니 각자의 교실에서 졸업식을 한다고 했다.

6학년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졸업식을 하는 공간에 같이 있지 못하는 나는 너무 궁금하고 아쉬움에 가득 찬 오전을 보냈다. '선생님이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텐데. 사진이라도 찍어주시지 않으실까?'라는 기대를 품고서.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아이들은 졸업식 풍경을 말로 쏟아냈다.

강물 : "내가 마이산 졸업장 받는 사진 찍었어."
마이산 : "나는 선생님이 찍으셔서 안 찍었는데."
강물 : "칠판에 풍선이랑 붙어 있었어."


졸업식을 잘 했냐는 내 질문에 대답한 강물이의 대답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강물 : "응, 졸업식은 잘 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어. 영화 보고 교장선생님이 교실로 오셔서 졸업장을 주셨어."

참가는 못했지만 졸업식을 했으니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 외출을 못하니 배달을 시켰다. 아이 친구 엄마와 서로 졸업식을 축하하다가 꽃다발 사진을 보았다.

"얘들아, 꽃다발 받은 친구들도 있었어?"
"응, 엄마들이 꽃다발 가지고 학교 후문에 다 와 있었어. 엄마는 왜 안 왔어? 조금 속상했어."


졸업식에 참석 못하는 학부모라고 푸념만 했지,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생각도 못했다.

"졸업식 끝났지만 엄마가 다시 축하해줘도 될까?"
"응, 꼭 해줘. 축하 받고 싶어."

 
집에서의 졸업식 강물이 마이산 단 둘의 졸업축하파티
▲ 집에서의 졸업식 강물이 마이산 단 둘의 졸업축하파티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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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색종이에 글자를 오려 붙이고 풍선을 불었다. 책장 한쪽에 장식을 하자 멋진 포토존이 만들어졌다. 강물이와 마이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엄마, 이 앞에서 '마이산 졸업 축하해' 해 줘."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난 2020년을 떠올렸다. 처음 접하는 커다란 전염에 두려워하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2021년에는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라진 기회들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초등 수학여행, 초등 졸업식. 강물이와 마이산은 중학교 졸업식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태그:#코로나19, #초등졸업식, #집안에서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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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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