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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추모객들이 방문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추모객들이 방문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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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연으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한파 속에 한 아이가 내복만 입은 채 돌아다니다 발견돼 연이어 분노를 불렀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속에 홀로 아이를 키우던 엄마의 사연이 알려지며 이 사건의 경우 분노의 방향이 사회 시스템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가 지난 2년(2019년 1월 이후) 간 나온 아동학대치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친모가 피고인인 사건과 친부가 피고인인 사건의 유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복을 입은 채 혹한을 헤매던 아이의 사연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우선 친모가 피고인인 사건은 친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친부가 피고인인 사건은 달랐다. 기혼·사실혼인 상황에서 직접적인 폭행을 가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오마이뉴스>는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나온 아동학대치사 사건 판결문을 받아 아이들이 죽임을 당한 이유를 분석했다. '아동학대치사' 키워드 검색을 통해 확인된 총 23개 사건의 34개 판결문(항소심 포함)을 참고했다. 판결문 속 아동 23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였다. 재판의 피고인이 누군지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 친부 8건 ▲ 친모 6건 ▲ 친부모 4건(8명) ▲ 친모·계부·지인 1건(3명) ▲ 계모 1건 ▲ 어린이집 관계자 1건(3명) ▲ 위탁모 1건 ▲ 지인 1건이었다.
 
 입양 뒤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정인이 양모를 태운 호송버스에 눈덩이를 던지고, 차량을 손으로 치며 항의하고 있다.
 입양 뒤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정인이 양모를 태운 호송버스에 눈덩이를 던지고, 차량을 손으로 치며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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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피고인 사례] "생부에게 임신 사실 알렸으나..."

아래는 친모가 피고인인 판결문의 요약이다. 대부분 미혼모이거나 이혼한 상황이었다. 친부가 피고인인 사건에 비해 형량이 낮았으며, 홀로 임신·출산·양육한 사정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 인천지방법원 2019고합 741 /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뜻하지 않게 임신한 피고인은 생부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피고인은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가족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 상황에서 홀로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출산했다. 재판부는 "출산이 임박한 무렵 휴대전화로 산부인과를 검색하고 범행 중 보육시설을 검색한 후 이동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합508 /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피고인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청소나 식당에서 일을 해오다 임신을 하게 됐다. 남자친구였던 이는 본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을 끊었다. 피고인은 집에 혼자 있던 중 배가 아파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앉았다가 임신 7~8개월의 상태에서 홀로 출산했다. 하지만 아이를 그대로 유기해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홀로 경황이 없어 충동적으로 피해자를 유기하여 살해하기에 이르렀다"라고 판단했다.
 
■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9고합105 / 징역 3년
 
피고인은 남편이 교도소에 수용되자 이혼한 후 아이 2명(4세, 2세)을 원룸에서 혼자 양육했다. 매주 4일 가량 오후 9시~오전 4시 출퇴근하며 먹을 것을 두지 않은 채 문을 잠그고 집을 나왔다. 이후 4세 아이를 24시간 보육시설에 위탁했으나 2세 아이의 경우 원룸에 계속 방치해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양육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과 그 보호자 및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는 바(아동복지법 제4조 제1항), 이 사건의 비극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 개인에게만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판결했다.
 
■ 인천지방법원 2020고합65 / 징역 5년
 
피고인은 전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했고 이혼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와 재혼했다. 하지만 새 남편 역시 피고인에게 폭력을 가했고 피고인과 전 남편 사이의 아이를 목검 등을 이용해 끔찍한 방법으로 때렸다. 피고인은 이러한 행위를 목격하고도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아이를 숨지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소극적 만류 외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서도 휴대폰만 만졌다"라며 "또 (새 남편에 의해) 피해자가 큰 개와 함께 감금당했을 때 이를 감시하거나 나머지 가족들과 외출을 했으며, (새 남편이 목검을 가져달라고 하자) 목검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친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며 열악한 환경에 처했고 이에 새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었으나, 그의 폭력과 아동학대를 감내하다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했다.
 
[친부 피고인 사례]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이어 친부가 피고인인 판결문 요약이다. 직접 폭행을 가한 경우가 많아 친모가 피고인인 사건에 비해 형량이 높다.
 
■ 대구고등법원 2018노530 (2심) / 징역 4년 (1심 : 징역 5년)

피고인은 '아이를 살살 다루지 않아 자주 상처를 입게 한다'고 지적하는 아내와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 그 즈음 아내가 장녀의 어린이집 통학을 위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렸다. 엿새 후엔 같은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한 데 이어 침대에 던져 헤드보드에 부딪히게 했다. 또 같은 날 유아용 욕조가 아닌 안방 화장실 세면대에서 피해자를 목욕시키며 이마가 수도꼭지에 부딪히게 했고, 침대에 누워있는 피해자 위에 올라타 누르기도 했다. 아이는 이후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앓고 있던 희귀질환과 그로 인한 고통과 우울증이 범행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이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며 "범행의 경위와 내용, 피해아동의 피해 정도 및 그 결과, 범행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죄질이 나쁘다"라고 판결했다. 다만 "2심에 이르러 아내로부터 용서를 받았고 아내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1심보다 형량을 감경했다.
 
■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8고합118 / 징역 6년

피고인은 아내가 외출한 사이 함께 있던 피해자의 머리를 폭행했다. 이로 인해 생후 70일이었던 아이가 의식을 잃어가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음에도 피고인은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신고는 약 40분이 지나 피고인이 아내와 통화한 후 아내에 의해 이뤄졌다.
 
피고인은 응급실에서 사고 원인을 묻는 의료진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다, 의료진이 추궁하자 "어제 저녁에 문을 쾅 닫았는데 그 소리에 놀랐나"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부모로서 자녀들을 양육·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갓난아기인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때려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서 죄질이 무겁다"라고 밝혔다.
 
■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19고합120 / 징역 10년

피고인은 안방에서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계속 운다는 이유로 그를 방바닥에 던졌으며 3일 후에도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강하게 때렸다. 생후 3개월이 채 안 된 피해자는 머리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해를 입은 채 방치돼 있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아내가 지적 장애인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자녀 5명을 돌보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고 이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과 범정이 극히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런 비극을 줄이기 위해] 사례별로 대응책 달라야
 
 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종료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모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소 차량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고 있다.
 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종료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모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소 차량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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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참혹한 죽음 앞에 '합당한 이유'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 판결문엔 수많은 "참작할 만한" 이유가 담겨 있었지만, 그 어떤 이유를 가져와도 아이들의 죽음이란 결과를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은의 변호사는 "아동학대는 저항하기 어려운 아동을 상대로 저지르는 무거운 범죄이며, 가해자 대부분이 친부모인 상황에서 피해아동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범죄"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의 가해자가 친부인지, 친모인지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사례별로 피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친부에 의한 학대의 경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고, 아내 역시 가정에서 불균형한 권력관계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모에 의한 학대의 경우 사회·경제적 현실이 영향을 주곤 한다. 이번에 혹한 속에서 내복을 입은 채 발견된 아이의 엄마도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현재 경찰에 입건 - 기자 주)라며 "그 아이 엄마의 경우 문을 열어놓고 나가 문제가 된 건데, 그럼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가면 괜찮은 걸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홀로 아이를 기르는 여성에게 완벽히 아이를 보호할 방법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일자리 주고, 집 주고, 돈 줄 테니 애 많이 낳아라'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는 아이를 키울 기본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더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수많은 '정인이들' 절반이 1세 미만... 그럼에도 집행유예 나오는 까닭 http://omn.kr/1rngw)

태그:#아동학대, #정인이, #아동학대치사,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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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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