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
'수도권 주민도 서울 시민'이라며 동행버스를 확충한 서울특별시가 정작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발이 되어 주었던 서울시 경계 유·출입 버스를 단축하려 시도하고 있다. 버스 노선 단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서울 시민이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8월 3일 의정부시와 수유동, 서울 종로를 잇는 106번 버스를 폐선했다. 새벽과 오후 시간대를 중심으로 고정 수요가 탄탄했던 106번 버스의 폐선은 많은 지역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구파발과 운정신도시를 오랫동안 이었던 773번 버스 역시 반발에도 불구하고 12월 1일 폐선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주 송추에서 북한산성을 경유해 서울 도심을 오가는 704번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서울시 경계 유출입 시내버스가 사라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출퇴근을 위한 맞춤버스인 동행버스는 운행이 확대되는데, 정작 평일에도 주말에도 멀쩡히 다니던 시내버스는 사라지고 있다.
많이 사라졌고, 사라질 예정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시내버스가 사라지는 것은 2004년 이후 일관되게 이어져 온 흐름이기도 했다. 특히 운전 종사자 편의를 위해 장거리 시내버스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이 부각되면서 적잖은 장거리 노선, 그 중에서도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장거리 노선이 대거 사라졌다.
올해 11월까지 사라진 서울시 면허의 경기-서울 간 버스 노선은 세 개. 의정부와 서울 도심을 연결했던 106번이 지난 8월 초 폐선됐고, 군포와 안양·과천을 거쳐 강남 신사역까지 운행한 542번과 파주 교하신도시와 일산신도시, 서울 도심을 연결했던 9714번은 지난 8월 말 사라졌다.
아울러 구파발역과 일산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를 잇는 773번 버스가 12월 1일부터 폐선된다. 773번 버스는 2004년부터 20년 넘게 운행한 데다 고정 수요 역시 탄탄했지만, 대체 노선 없이 폐선될 전망이다. 연말부터는 양주 송추와 서울역을 연결하는 704번 버스의 양주시·고양시 구간이 단축된다.
서울 - 경기도 간 시내버스 폐선은 매년 있었던 일이지만, 특히 올해에는 그 흐름이 더 거세졌다. 서울 도심과 경기도의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이 폐선에 앞선 사전 작업임을 명시한 채 단축되는 한편,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차량을 대거 감차해 서울 도심에 개통하는 다른 노선을 위해 투입하는 일도 있었기에 이용객들의 불만은 크다.
당장 파주 광탄과 고양동을 거쳐 서울 불광역을 잇는 774번은 19대의 차량이 소속되어 운행했지만, 지난 10월 17일부터 아홉 대를 감차, 열 대 만으로 운행되면서 배차 간격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 감차된 아홉 대의 차량은 은평뉴타운과 광화문을 잇는 706번 신규 개통에 투입되었다.
수익성 좋은 노선도 폐선·단축... 대체 노선은 난항
당혹스러운 점은 이렇게 사라지는 노선들이 수익성이 좋은 노선이라는 점이다. 당장 106번의 폐선을 앞두고 한 매체가 '수익성 때문에 경기도를 잇는 시내버스 노선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표현하자 서울특별시가 '106번 노선은 일평균 승객수가 9,150명이기 때문에 저수익 노선이 아니다'라고 반발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월말 경기도 고양시·양주시 구간의 단축이 확정된 704번 노선도 마찬가지 사례다. 704번은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산·송추 나들이를 떠나는 행락객들을 실어 날랐다. 특히 서울에서 고양시와 양주시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을 가려면 꼭 타야 하는 노선이었다.
704번 노선의 하루 평균 승객은 2019년 기준 10,489명에 달할 정도로 고수익·고수요 노선이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는 704번 노선의 북한산성 이후 구간을 폐지하고, 해당 구간의 수요 해결을 새로 개통하는 양주시 차적의 37번 노선에 맡겼다. 37번은 구파발에서 송추까지 704번과 동일하게 운행한다.
서울시는 704번의 회차를 위해 서울시 경계에 있는 북한산성입구 삼거리에 회차 공간을 확보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교현 예비군 훈련장까지 운행한다는 원래의 단축안을 따랐으면 추가 공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704번 단축 이후 대체 노선인 37번이 서울역·광화문까지 운행하는 것은 도심 교통 혼잡을 일으켜 곤란하다고 했다. 양주시는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면담에 나서며 37번이 704번의 대체 노선 역할을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알짜 구간을 다른 시에 넘기고 그마저 회차 구간 공사까지 하는데, 37번의 서울 도심 연장도 안 된다면 예비군 훈련장에 가거나 주말 나들이를 가는 서울 시민은 차를 몇 번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기후동행카드도 못 쓰고, 시정 철학도 못 지키고
서울시는 '사라진 노선들의 대체 노선이 많고, 106번 노선은 의정부시와 협의해 106-1번을 개통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개통한 '경기도 시내버스'가 '서울특별시 시내버스'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세 가지 있다.
첫째, 오세훈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후동행카드다. 기후동행카드의 사용 범위는 현재까지 서울특별시의 시내버스·지하철 그리고 고양시·과천시·남양주시 등 서울특별시와 협약을 맺은 지역의 지하철·광역철도 노선에 한정된다. 서울 면허의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경기도 시민은 폐선·단축 때문에 잘 쓰던 기후동행카드를 쓰지 못하게 된다.
둘째, 그렇게 개통되는 대체 노선은 온전한 노선이 아니다. 의정부시에서 개통한 106-1번은 도봉산역까지만 운행해 서울 도심으로 새벽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12월 1일 폐선하는 773번 역시 온전한 대체 노선이 없다. 서울 도심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셋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시정 철학을 지키지 못한다. 오 시장은 '경기도 시민도 서울 시민이다'라며,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유출입 되는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3년부터 무려 열 개의 노선이 신규 개통한 '동행버스' 역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동행버스는 기껏 늘려 놓으면서, 이미 많은 시민이 매일매일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단축하거나 폐선하는 것은 오 시장의 시정 철학에 어긋난다. 서울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경기도 시민을 위해 시내버스 한 자리만큼은 마련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경기도 유출입 노선들의 폐선을 돌려놓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향후 폐선되는 노선이 더욱 많아진다면 경기도 시민은 물론 서울 시민도 오세훈 시장의 공언을 신뢰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누군가에겐 단순 버스 노선 조정이겠지만, 이 조정에 많은 시민들의 일상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