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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2월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이었다. 그러나 A는 시험 하루 전날, 자가 격리자로 지정돼 시험 응시 자격이 박탈되었다는 개별 통보를 받았다. A는 1년에 한 번뿐인 사회복지사 시험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사회복지사를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자가격리자는 시험 응시 불가 방침을 준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는 10월에 있는 공인중개사 2차 시험을 준비 중인 구직자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자가 격리자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직장 동료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B는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했다. 

"어쩔 수 없다"는 해명... '법적 대응' 이야기 나오자 

A와 B는 모두 언론사에 나온 실제 피해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공인중개사·변리사·노무사·사회복지사·기사 등 전문자격증 시험과 국가기술자격증 시험 580여 개를 주관한다.

1일 이전까지 산업인력공단 기존 방침은 '본 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모든 시험은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 모두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유증상자일 경우에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시험에 응시 가능하게끔 조치를 했지만, 자가 격리자는 유증상자와 또 별개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만큼의 예산과 인력이 없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500명대까지 진입하면서 확진자만 아니라 자가 격리 대상자 역시 대폭 증가했다. 각종 시험을 준비 중이던 수험생들의 피해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각 시험 주관 부처마다 응시 가능 기준이 다르다는 것. 코로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이 받는 피해는 온전히 수험생의 책임일 뿐이다. 각 기관과 시험 주관 부처에서는 별다른 해결책과 구제 방안을 내놓지 않으며 "어쩔 수 없다"라는 해명을 한다.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보건시험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환자 등 방역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의료보건시험 수험생들의 반발과 논란으로 인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11월 26일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시험 응시를 허용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수험생들의 비난이 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확진자·자가격리자 응시 가능 기준이 제각각이라 혼란이 있는데 모두가 몇 년씩 준비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시험 응시 기회를 최대한 공정하게 보장해줘야 한다"라며 "인사혁신처 및 시험을 주관하는 각 부처는 협의하여 통일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라"라고 지침을 내렸다.

자가 격리자 응시 가능 기준 논란은 5일로 예정된 세무사 2차 시험 때문에 더욱 가속화됐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산업인력공단에 "자가 격리자가 응시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놓든지 해결책을 제시하라"라며 법적 대응까지 준비함을 알렸다.

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 2차 시험에 자가 격리자 또한 시험 응시가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대부분의 시험이 자가 격리자까지 응시가 가능하게끔 바뀌게 되었다. 사실상 지침이 바뀌는 시간은 항의로 인해 논란이 되고 나서 2~3일 정도 지나서였다. 

아무리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도 누구도 본인의 상태를 장담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시험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수험생에게 밧줄이라도 내려보내는 것이 국가와 각 시험 주관 부처에서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2월부터 규정을 검토할 충분히 많은 시간이 있었고 피해받은 수험생을 줄일 수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정도도 지나쳤다. 이미 지나버린 시험과 피해받은 수험생은 구제받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당한 추가 피해자를 찾습니다. 연락주세요.


태그:#수험생, #코로나, #자가 격리자, #자가격리자, #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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