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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스마트 시티'가 만들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더 똑똑한 도시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도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새로운 기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이 때로 새로운 골칫거리를 낳는다는 사실도 놓쳐선 안 된다. 우리 사회를 덮친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처럼.

더 나은 도시란 어떤 도시일까. 아니 그보다 '더 나은 도시는 누가 결정'하고, 또 '누가 만들어가야 할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 스마트 칼라사타마
 
 스마트 칼라사타마 전경
스마트 칼라사타마 전경 ⓒ 헬싱키시
     
핀란드 수도 헬싱키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2km 남짓 올라가면 바다로 둘러싸인 옛 항구 터, 칼라사타마에 닿는다. 우리말로는 '물고기 항구'로, 100년 넘게 항구로 쓰였다. 지금은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스마트 시티이자 리빙랩(생활 실험실, Living Lab)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칼라사타마가 속해있던 쇠르내이넨(Sörnäinen)은 19세기부터 산업 지구로 키워졌다. 공장과 작업장들이 하나둘 세워지더니 1860년 무렵엔 철도와 항만 시설이 들어서면서 산업화에 속도가 붙었다.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는 목재들이 한때는 모두 이곳을 거쳐 갔고, 유조선이 드나들던 핀란드의 첫 유류 취급항도 이곳에 만들어졌다. 가까운 섬들 사이의 바다를 메워 항구의 덩치를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항구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찾는 배도 눈에 띄게 줄어갔다. 언제부턴가 수출용 목재도, 유조선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더니 새로운 도로가 이곳을 지나게 되면서 2008년 모든 항구가 문을 닫았다. 칼라사타마는 빠르게 활기를 잃었다.

헬싱키는 유럽 안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도심으로 인구가 몰리자 정부는 비어버린 이 항구 터에 새로운 도시를 짓기로 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상상력과 새로운 기술을 펼쳐볼 실험 공간으로 삼기로 했다. 처음부터 마땅한 주거 시설이 없던 곳이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여의도 크기의 절반이 조금 넘는 거대한 도시 실험실, '스마트 칼라사타마(Smart Kalasatama)'는 그렇게 이곳에 닻을 내렸다.

'날마다 1시간씩 시민의 시간을 아껴주자'
 
 여가를 즐기는 칼라사타마 주민들
여가를 즐기는 칼라사타마 주민들 ⓒ 헬싱키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는 칼라사타마 주민들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는 칼라사타마 주민들 ⓒ 헬싱키시

헬싱키시는 2020년 10월 현재 약 4천 명이 사는 이곳 칼라사타마의 인구를 오는 2030년까지 2만5천 명으로 늘리고, 일자리도 1만 개를 만들 계획이다. 이들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날마다 1시간씩 시민의 시간을 아껴주자'다. 2030년 무렵이면 교통 흐름도 더 원활해지고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시설과 여러 서비스 인프라가 갖춰짐으로써 이곳에 사는 이들은 1시간씩의 여유시간을 더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란 뜻이다.

"공원에서 5분을 더 산책할 수 있고, 일터로 떠나기 전 아이와 5분을 더 놀아줄 수 있고, 이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집에 5분 일찍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칼라사타마 프로그램 디렉터인 커코 바하넨의 말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부터 앞세우고 보는 한국의 스마트 시티들과는 어딘가 다르다. 헬싱키시가 이런 투박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는 핀란드의 첫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면서 '기술보다 사람'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았고, 새롭게 만들려는 도시가 가 닿아야 할 곳도 첨단 기술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으로 맞췄다. 자칫 기술 발전 그 자체를 목표로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시는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 무엇일지를 떠올렸고, 자연스레 시민의 시간을 맨 앞에 내세우게 된 것이다.    
 
칼라사타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실험들

 
 공사가 한창인 칼라사타마 풍경
공사가 한창인 칼라사타마 풍경 ⓒ 헬싱키시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를 2035년까지 탄소 중립적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스마트 칼라사타마에선 대담한 실험으로 이러한 기후 목표를 앞당길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헬싱키시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에 견줘 28%나 줄었고,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거리를 돌아다니는 차의 수도 10만 대나 줄었다. 일터에 걸어서 가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시의회는 1909년부터 이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화력발전소도 2025년까지만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설문조사에서 시민의 걱정은 온통 기후 변화와 그것이 가져올 자녀들의 미래에 몰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참여예산제 투표에서는 올해 10만 그루의 나무를 더 심자는 제안에 엄청난 표가 몰리기도 했다. 또 최근 시는 100만 유로(약 13억2천만 원)의 상금을 걸고 탄소배출을 줄일 아이디어를 찾는 '헬싱키 에너지 챌린지'를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the Agile Piloting Programme)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 말로는 '노페앗 꼬께일룻(nopeat kokeilut)'인데, 이는 '빠른 실험'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빠른 시제품 개발과 실험으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지방)정부가 작은 벤처와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도시 기반 시설과 연결해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를 실제 삶의 현장에서 실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조성을 위해 헬싱키시가 세운 민관협력 기관 '포럼 비리움 헬싱키(Forum Virium Helsinki)' 프로젝트 매니저 비에라 무스톤은 "우리는 사회적·건강 돌봄 서비스에서부터 쓰레기 관리, 심지어는 스마트 파킹까지 모든 것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5년 시작한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에 뽑히면 6개월간 8천 유로(약 1천만 원)을 지원 받는다. 실험을 통해 성과가 검증된 프로젝트는 다른 도시로 확산되도록 시가 돕는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의 미래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참여한 칼라사타마 주민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참여한 칼라사타마 주민들 ⓒ 헬싱키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이들 실험 프로젝트엔 지역민이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 단계부터 정부·자치단체·주민·시민단체·대학·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이곳 칼라사타마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모든 실험이 철저히 시민의 참여와 통제 아래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멋대로 기술을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스마트시티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들의 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결정적이다. 애자일 파일롯팅은 기업과 주민, 공공영역,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실제 생활 환경에서 협력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한다."(애자일 파일롯팅 포켓북)

칼라사타마 혁신가 클럽(Innovator's Club)은 이러한 개발 플랫폼의 핵심을 이루는 지역 네트워크로 주민, 기업, 공무원, 연구자 등의 이해관계자 집단들을 망라한다. 100명이 넘는 시민과 공무원, 기업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여 도시의 미래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이곳에선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행정과 기업은 어떤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려 하는지 시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다. 이런 자리가 한해에만 40여 차례나 열린다고 한다. 포럼비리움헬싱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시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는 대상이 될 사용자(지역민)가 그것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포함되었을 때 탄생한다. 그리고 그것이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것이다."

칼라사타마에 거주하는 성인의 약 40%가 기꺼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무런 금전적 보상도 없지만 더 나은 도시를 만들려는 마음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시민 참여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포럼비리움헬싱키 개발디렉터 페카 코포넨은 "도시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실험은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쫓아갈 수 있게 돕는다"고 말한다. '빠른 실패'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고도 했다.

스마트 칼라사타마에서 닻을 올린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은 헬싱키를 비롯한 핀란드의 가장 큰 6개 도시로 퍼져갔고, 2019년에는 이웃나라 스웨덴의 항구도시인 스타방에르에도 도입되었다. 지금까지 60개가 넘는 애자일 파일럿들이 여러 도시들에서 운영돼왔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근본 물음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수 십 년간 그래왔듯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다보니 정부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서두른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차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면서 2027년까지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실화 가능성보다는 시장과 정치의 욕망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착시일까.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들이는 노력에 견줘 기술의 진정한 가치, 또는 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를 위험을 온 사회가 함께 짚어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정말 뒤처진 건 기술이 아니라 아직도 과학과 기술을 부국강병의 수단쯤으로만 여기는 낡은 시각과 태도일지 모른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디지털의 배신>(2020)에서 "이제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어 제2의 경제성장과 기술 도약의 꿈을 꾸고 있다"면서 "의당 여기에서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꼬집었다. 

"신기술 대세론에서는 과연 우리에게 적정하고 사회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의 적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물음을 빠뜨리고 있다."(<디지털의 배신>, 74쪽)

이러한 근본 물음을 빠뜨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최근 전동킥보드가 몰고 온 혼란과 갈등이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동킥보드를 면허가 필요 없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바꾸고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는 물론 행정안전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진행하지 않은 채로 마치 밀린 숙제하듯 130여 개 법안과 함께 무더기로 통과시킨 것이다. 

여기에도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공이 숨어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2017년 처음 발의된 뒤로 관련 법안들은 몇 년째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는데, 지난해 3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전동킥보드를 활성화하려는 해커톤을 열면서 국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입김이 국회를 움직여 법을 바꾼 셈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업체들이 앞 다퉈 몸집을 키우는 사이 벌써 많은 이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또는 전동킥보드에 치여 다치고 죽었다. 규제를 무너뜨린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상황이 이러한 데도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다시 며칠 전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열어 전동킥보드 '주정차 운영 가이드라인'이란 걸 발표했다. 보도 중앙이나 횡단보도 등 13곳을 뺀 다른 곳에는 어디든 전동킥보드를 세워둘 수 있도록 한 건데, 규제 혁신이라기보다는 업체들에게 책임을 피할 알리바이를 주는 규제 파괴에 가까워보인다. 위원회는 '업체와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 처음으로 이뤄낸 합의'라고 자랑하지만, 이번에도 시민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시민이 바라는 건 정해진 곳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세울 수 없도록 하는 더 엄격한 규제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고 시민 위에 군림하려 들면 곤란하다.

머지않아 AI가 최적의 도시를 설계해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닥치기 전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도시의 미래는 누가 결정하는 게 옳은가'.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애자일 파일롯팅 예시] 더 많은 아이가 쉽게 축구클럽에 참여하게 하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 헬싱키시
 
축구클럽 PPJ(공 차는 소년들)는 핀란드에서 세 번째로 큰 축구클럽으로 겨울엔 칼라사타마에서 7km 정도 떨어진 체육관에서 훈련을 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뒤 부모가 체육관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저녁 시간에야 모여서 훈련을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니 해가 떠있는 낮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체육관도 낮 시간을 비워두는 게 비효율적이고, 부모들도 아이들의 연습 시간을 맞추려고 서둘러 퇴근해야 하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축구클럽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세 버스로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태워 체육관으로 데리고 오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는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저녁 시간이 아니라 체육관이 비어있는 낮 시간(2시~5시)에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체육관 입장에서는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되고, 아이들도 낮 시간에 디지털 기기에 빠지기보다 몸을 활발히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시간을 낼 수 없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은 부모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기회를 얻게 된다. 또 부모들도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 저녁 시간엔 가족 모두가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집집마다 차를 몰고 복잡한 시내로 나오지 않아도 되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체육관은 비어있던 시간을 쓰는 만큼 사용료를 낮춰줬고, 클럽과 부모들은 그렇게 아낀 돈을 보태 전세버스를 빌렸다. 포럼비리움헬싱키는 이 프로그램에 1만7500유로(약2300만 원)를 지원했는데 이 돈은 전세버스를 빌리고 실험 설계자를 고용해 계획을 세우고 또 디지털 플랫폼과 앱을 만드는 데 쓰였다. 디지털 플랫폼과 앱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단해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7~10살의 어린 아이들이 과연 제 시간에 정확한 승차 위치에 나와 차에 탈 수 있는지, 만약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각기 다른 학교의 시간과 동선을 어떻게 맞출지, 만약 길이 막혀 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또 수요를 감당하려면 얼마나 큰 버스가 몇 대나 필요한지, 그리고 이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어떻게 하면 부모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용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모두 꼼꼼히 따져 답을 찾아내야 하는 실험이자 고차방정식이었다.

실험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두 단계로 진행했고, 2019년에는 6개 팀에서 무려 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실험이 끝난 뒤 조사에서 모든 부모들이 이 새로운 서비스에 만족했고, 학생들도 90%가 만족했다. 모든 부모들은 이 서비스가 가족의 삶을 더 나아지게 했다고 답했고, 3분의 2는 비용에도 만족했다. 70%의 부모들은 더 이상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답했는데, 이 지역이 처음부터 자동차가 필요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이동한다는 점을 특히 좋아했고, 이것이 팀의 단합력을 높인다고도 했다. 또 '엄마 아빠 없이' 독립적으로 이동한다는 점도 좋아했다. 2020년 들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되면서 이 서비스는 다른 지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온통 자율주행 자동차와 배달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등 새로운 기술의 실험장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스마트 시티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실험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려면 정작 필요한 실험은 이런 게 아닐까.

[참고한 글]
"Are small cities the smartest?", <CNN>, 2019.2.25.
"Smart kalasatama, Finland's Future Smart City That Values Its Citizens The Most", <i'm Herald>, 2019.2.25.
Dorn Townsend, "Helsinki Makes Sustainability a Guiding Principle for Development", <NewYorkTimes>, 2020.10.14.
Veera Mustonen, Kaisa Spilling and Maija Bergström, "Cook Bokk - Recipes for agile pilots".
"세계 리빙랩 포럼- (중) 화두는 스마트 시티·노인 돌봄", <전북일보>, 2019.09.24.
Kaisa Spilling and Janne Rinne, "Pocket Book for Agile Piloting", Forum Virium Helsinki, 2020.
문재용, "입주민 40%가 도시실험... 미래도시 핵심화두는 '민간참여'", <매일경제>, 2018.3.21.
Veera Mustonen, Kaisa Spilling and Maija Bergström, "Cook Bokk - Recipes for agile pilots".
Kaisa Spilling and Janne Rinne, "Pocket Book for Agile Piloting", Forum Virium Helsinki, 2020.
송승환, "취재설명서]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 거꾸로 풀어진 이유 설명해 드림", <jtbc>, 2020.11.13.
황재희, 신승훈, "'13세 킥라니가 온다'…전동킥보드, 사고 급증에도 되레 규제 완화", <아주경제>, 2020.10.30.
Annika Järvelin Consulting, "FROM SCHOOL TO PRACTICE AND BACK - How to move training sessions from evenings to afternoons and arrange children's transport", <Forum Virium Helsinki>, 2020.3.
https://www.myhelsinki.fi/en/business-and-invest/invest/kalasatama-smart-city

[기획/ 정책 실험과 행정 혁신]
① 돈 줄까 집 줄까? 노벨상도 인정한 새로운 실험을 하자 http://omn.kr/1m4qu
② 실업자 2천명에게 매월 72만원 줬더니... 이 실험의 결과 http://omn.kr/1m870

덧붙이는 글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리빙랩#정책실험#행정혁신#스마트시티#전동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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