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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0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0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올해만 과로로 열다섯 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 10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년 이상 택배업에 종사한 택배노동자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에서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열악한 환경에서 오늘도 묵묵히 배송에 임하고 있는 택배 기사들을 위해 주5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면서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아보는 '총알배송'도 좋지만 토요일만은 택배기사들의 휴무로 양보해 주시면 안 되겠냐"라고 읍소했다.

분위기는 형성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0월 2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주 5일제 제도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65.3%가 "택배사가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 배송 지연 없이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27.1%는 "택배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이용자도 배송 지연을 감수할 수 있다"라고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여론조사 다음날 성명을 내고 "택배노동자들은 주6일 근무, 주당 평균 71.3시간, 하루평균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100여 년 전의 국제기준조차 무색하게 한다"면서 "주 5일제 적용 등 연속되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발표했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국제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가 1919년 첫 총회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제1호 협약'을 말한다. 

주5일제, 왜 안 되나?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현장에선 여전히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9년째 택배기사로 일하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소속의 윤아무개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이 쉴 수 있는 경우는 개인이 대체인력을 사서 투입해야 할 때만 가능하다"면서 "하루 벌어 먹고사는 택배기사들에게 대체인력을 사서 쉬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회사에서 의지를 갖고 주5일제로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에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시됐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적시됐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는 연장근무나 휴게시간 등에서 온전하게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다. 10월 29일 최 위원장의 성명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제정 논의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에 대해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택배사들은 일을 시킬 땐 노동자 취급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땐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취급한다"면서 "현재 논의 중인 생활물류서비스법에서 주 5일제에 관한 합의안이 명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5일제' 내건 쿠팡, 변수 될까?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지난 10월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A씨의 유족들은 16일 대구시장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지난 10월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A씨의 유족들은 16일 대구시장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조정훈
 
이런 가운데 쿠팡이 지난 10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택배사업자) 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다시 제출했다. 2019년 8월 쿠팡은 2018년에 취득한 자격을 '자체 판매 물량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반납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자격 재취득을 신청했다.

쿠팡은 10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 52시간 직고용으로 택배 사업 새 표준 만들 것"이라면서 "자체 인력인 '쿠팡친구(배송인력)'에 직고용, 주 5일, 52시간 근무, 4대보험 적용, 차량, 유류비, 통신비에 15일 이상의 연차,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자신들의 업무환경과 대형택배사의 업무환경을 비교한 표를 공개하며 "대형택배사는 분류작업이 배송기사의 공짜 노동이지만 쿠팡은 4400명 분류 전담인력이 배치된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직고용을 활용하고 있는 쿠팡 등의 사례를 참고해 택배 종사자들의 주5일 근무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김태완 위원장은 "쿠팡이 기존 민간택배사와 분위기가 다른 것은 맞지만 쿠팡은 노동법의 약점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곳"이라면서 "화물차 기사들과 젊은 사람들이 왜 쓰러지겠나. 심야노동과 야간노동 등의 노동강도는 기존 택배회사들을 상회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밝힌 과로사 15건 중에는 지난 3월 경기도 안산에서 배송 중 쓰러져 사망한 쿠팡노동자와 10월 12일 경북 칠곡에서 포장지 운반 업무 후 사망한 20대 쿠팡노동자 고 장아무개씨 등이 있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10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분류인력 별도투입' '노동시간 단축조치 즉각 실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10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분류인력 별도투입' '노동시간 단축조치 즉각 실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한편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21대 국회에 들어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발의된 법안에는 택배서비스사업 등록제와 표준계약서 도입, 택배업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 노력 등이 담겼다. 

그러나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휴식시간 및 휴식공간의 제공" 등의 내용이 명시됐지만 '주5일제'와 관련돼서는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되지 않았다.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택배종사자는 회사마다, 맡고 있는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면서 "일괄적으로 (주5일제 등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관련된 내용은 추후에 표준계약서나 시행령 규칙을 통해 담아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쿠팡#CJ대한통운#택배#과로사#주5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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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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