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이 정규리그 마지막 제주와의 더비에서 2-0으로 패했다.
 
19일 오후 4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2020 K리그2' 20라운드 부천FC 1995(아래 부천)과 제주유나이티드 FC(아래 제주)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부천은 '라이벌' 제주를 만나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올시즌 K리그2에서 가장 주목받은 라이벌전이었다. 과거 K리그 무대를 주름잡았던 부천 SK(현 제주)가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형성된 라이벌 관계다. 부천은 시민구단의 모습으로 부활했고, 제주가 지난해 K리그1에서 강등을 당하며 사상 처음으로 두 팀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앞선 2차례의 맞대결은 모두 제주의 완승이었다. 주민규, 공민현, 김영욱, 안현범 등 '탈 K리그2급' 선수단을 보유한 제주를 상대로 부천은 반전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해 관중의 출입이 불허되며 홈경기의 이점도 챙기지 못한 부천이었다. 부천은 지난 5월 홈에서 1-0 패배, 8월 원정에서 4-0으로 제주에 패했다.
 
부천으로선 많은 동기부여가 있는 경기였다. 제주에게 당한 2연패를 만회하는 것과 최근 경기 6연패의 부진을 반전시킬 기회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리그 종료까지 8경기가 남아있는 상황,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기 위해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이번 더비전 역시 패배로 끝난다면,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 부천이었다.
 
송선호 부천 감독 역시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선수단엔 공백이 있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주전 골키퍼 최봉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부천은 골키퍼로 이영창을 긴급 투입하며 최병찬, 이현일, 바비오를 최전방에 배치한 3-4-3 포메이션으로 제주전에 나섰다. 제주 또한 주민규, 공민현, 안현범, 이창민 등 베스트 11을 풀가동하며 부천을 상대했다.
 
반전은 없었다
 
K리그2 1위 제주는 시작부터 부천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하며 부천의 공간을 공략했고, 부천은 이에 상당히 흔들린 모습으로 끌려갔다. 부천은 양측 윙어를 내리며 백5를 바탕으로 수비에 나섰지만, 리그 선두 제주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부천은 이른 시간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8분, 상대에게 볼을 빼앗은 제주가 공격을 전개했다. 측면에서 이동률이 완벽한 턴으로 상대를 벗겨낸 뒤 중앙의 주민규에게 연결했다. 주민규는 침투하는 안현범에게 패스했고, 안현범은 빠른 속도로 돌파해 득점을 터뜨렸다. 단 2번의 패스로 많은 수의 부천 수비를 무너뜨린 제주였다.
 
실점 이후 부천은 급격히 집중력을 잃었다. 수비진에선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전반 13분, 후방에서 빌드업을 전개하던 김강산의 패스가 강한 전방 압박에 차단됐다. 볼을 차단한 이동률이 돌파하는 주민규에게 그대로 패스했고, 주민규는 완벽한 개인기 이후 골문 구석을 노린 슈팅을 성공시키며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2 대표 공격수 주민규의 침착함이 돋보인 완벽한 득점이었다.
 
이른 시간 2개의 실점을 허용한 부천은 전반전 제주에게 완전히 분위기를 내줬다. 부천은 제주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제대로 된 빌드업을 전개하지 못했다. 측면 또는 롱볼을 활용해 공격을 전개해봤지만 마무리 슈팅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부천은 전반전 동안 유효슈팅 없이 단 1개의 슈팅만을 기록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전의 모습이 필요했던 부천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2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송선호 감독은 윤신영과 이정찬을 빼고 김영찬과 조수철을 투입했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부천을 압도한 제주 또한 이창민과 정운을 빼고 강윤성과 김경재를 투입하며 로테이션 성격의 교체를 시도했다.
 
후반전에 돌입한 부천은 전반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교체 투입된 조수철이 중원의 무게감을 더해줬다. 조수철은 안정적인 패스와 함께 2차례의 슈팅을 기록하는 등 부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후반 22분 불안한 볼 터치를 보여준 최병찬을 빼고 조건규를 투입하며 역전을 노린 부천이었다.
 
라인을 내리고 역습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는 제주에게 부천은 후반전 동안 점유율을 챙기며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날카로운 슈팅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부천은 후반전 동안 4번의 슈팅 중 단 한 개의 유효슈팅으로 연결됐을 뿐이다. 종료 직전 이현일의 침투 패스를 받은 조수철이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높게 뜨며 좌절했다. 결국 부천은 라이벌전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으며 2-0으로 패했다.
 
벼랑 끝까지 몰린 부천
 
제주는 사실 K리그2 모든 구단이 꺼릴 팀이다. 부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최근 흐름이 매우 좋지 않은 가운데 구단의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전을 치르는 것 역시 큰 부담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천은 반전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천의 남은 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먼저 부천은 많은 축구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제주와의 더비전에서 3연패를 당했다. 더욱이 3번의 경기에서 7실점, 0득점을 하며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고 이전이 일어난 1995년의 아픔을 그대로 기억하며 시민구단으로 부활한 '부천FC 1995'는 25년 만에 성사된 복수전에서 모두 패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부천의 부진은 극심한 골 가뭄에 있다. 부천은 올시즌 20경기에서 단 14득점을 기록하며 극악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에서 임대 온 이현일이 4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상황이다. 용병 바비오(3G 1A), 바이아노(1G 2A)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득점력이 나아지고 있지 않다. 부천은 제주전 무득점을 포함해 6경기 연속 무득점을 보여주고 있다. 골을 터뜨리지 못하는 축구팀이 승리할 순 없다.

이날 패배로 부천은 결국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 2019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부천은 이번 시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날 벌어진 안산과 경남의 맞대결에서 9위 안산이 깜짝 승을 거두며 승점 20점을 쌓았다. 다득점이 아니었다면 9위까지 추락했을 부천이다.
 
부천은 제주와의 경기에서 패배하며 많은 것을 잃었다. 어쩌면 현재의 부천으로선 플레이오프 진출보다도 리그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할 수 있다. 부천은 남은 7경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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