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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던 모래강 내성천은 강바닥 준설과 하류 댐 건설로 조류가 창궐하고 바닥은 부패했다.
▲ 내성천 맑은 물이 흐르던 모래강 내성천은 강바닥 준설과 하류 댐 건설로 조류가 창궐하고 바닥은 부패했다.
ⓒ 양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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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여름에는 집중호우와 잇따른 태풍의 내습으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나고 피해도 막심하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홍수의 발생은 우리나라 하천 관리와 댐 운용상의 여러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으며, 지난 4대강 사업의 결과가 홍수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보체가 원활한 물의 흐름을 방해해서 오히려 피해를 키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4대강 보의 해체 여론은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강과 댐호의 토목 공사에 따른 구조적인 생태계 파괴에 대한 조사와 세간의 관심이 미흡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과 생태상의 주요 문제점은 소위 "녹조"의 창궐과 섬진강 재첩의 몰락으로 대변되는 수생 생명체군의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쉽게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 원인을 치열하게 파헤쳐서 문제점 해소를 위한 행동에 나서는 데는 소홀하다.

그 예로서, 섬진강 재첩의 몰락을 섬진강 상류 댐의 물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같은 주체에 의하여 낙동강 상류 댐의 물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리는 계획을 버젓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나, 강의 수질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강바닥을 준설하는 행위나, 댐호의 수질이 나빠지고 "녹조"가 창궐하는데도 수상 태양광발전 설비를 놓는 데에 열을 올린다던가, 깊은 고려 없이 "수상 수초섬" 같은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 등을 꼽을 수가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섬진강 재첩 몰락의 원인을 다시 검토해 본다면, 이 경우는 섬진강의 물이 줄어든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강바닥 준설(본질은 모래의 약탈)을 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일정한 조건의 하천에서 물이 흘러가면, 강바닥은 물의 흐름에 의하여 적절하게 패이거나 모래와 자갈 등이 쌓여서 어느 위치나 물 깊이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즉, 어느 특정 부위에 슬러지와 같은 유기물질이 지속적으로 쌓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강바닥 어느 부분을 파내었다고 가정하면 그 곳이 모두 채워질 때까지 무언가가 쌓이게 마련인데, 홍수로 모래와 자갈이 흘러들 때가 아닌 다음에는 슬러지와 같은 유기물질이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그 곳을 중심으로 부패가 일어나고 산소가 고갈되며 바닥에 살던 생명체가 죽어서 다시 썩게 되고, 이러한 부패 과정의 산소 소모와 바닥 층 산소 고갈은 도미노처럼 주변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이므로, 광범위한 준설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재첩이 몰살하고 다시는 번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도 각 지방정부들은 해마다 예산을 편성해서 강바닥 준설을 지속 하고 있다. 강바닥 준설의 주요 명분은 물의 빠짐을 원활하게 하여 홍수에 대비한다는 것이나, 홍수는 지형적 원인이나 보와 같은 물길의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병목들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인데 애먼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는 것은 단지 저서생태계 파괴행위에 다름 아니다.

4대강 사업에 있어서 보의 설치는 물을 정체시키고 수심을 깊게 하여 유기물 퇴적과 이의 부패에 따른 저서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와서 "녹조"의 창궐을 가져왔을 뿐만이 아니라, 강바닥의 준설은 그것 자체로 기존 저서층의 생명체들을 송두리째 파내는 폭거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이은 유기물질의 침전과 부패로 전체 하천 구간의 바닥층 생태계를 초토화 시켜서 종국적으로 파멸적 생태계 변화와 수질의 악화를 불러왔던 것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뿐만이 아니라 물의 관리에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들인 현 시점에서도 우리 주변의 수질이 나빠지는 원인은 해로운 물질이 물에 더 흘러들어가서라기 보다는, 댐을 만들고 강에 손을 대어서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렸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질이 악화되는 데도 계속해서 자연 상태에 손을 대면서, 무한정 수 처리 장치를 증강하고 심지어 자연 상태에 화학성분을 넣으려 하는 시도는 결코 공익에 부합하는 조치가 아니다.

물의 관리를 위임받은 사람들은 편향된 인식에 의하여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판단을 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의 자세를 다잡아야 하고, 관련된 일의 진행에서 실질적으로 공개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는 데에 관심을 할애하여 사회적 결정 과정에서 이익 집단에 의하여 공동체의 건강과 재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물관리에는 대규모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며 이에 따라서 이해집단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므로 민간의 참여와 거버넌스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태그:#물관리, #4대강, #녹조, #준설, #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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