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 tvN

 
tvN <바퀴 달린 집>은 이동식 주택으로 전국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게스트를 초대해 1박 2일을 함께 보내는 여행 예능이다.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 배우 3인방이 고정멤버로 활약하며 그동안 라미란, 혜리, 정은지, 공효진, 아이유, 이성경, 엄태구, 하지원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6월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한 <바퀴 달린 집>은 27일 마지막 게스트 하지원과 함께한 거제도 편을 끝으로 시즌1의 막을 내렸다.

<바퀴달린집>은 새로움보다는 기존 여행 예능의 설정을 조금씩 차용하여 결합한 프로그램에 가깝다. 남성 배우 3인방이 주역을 맡아 주로 현지에서 자급자족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구성은 차승원-이서진의 <삼시세끼>를, 캠핑 여행이라는 설정은 핑클의 <캠핑클럽>을 연상시킨다. 야외에서만 진행되는 예능임에도 토크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는 <힐링캠프>를 떠올리게도 한다.

최근 예능의 흐름은 '힐링'과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추세다.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감대와 대리만족의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 목표다.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 tvN


<바퀴달린 집>의 특징은 어설프다는 데 있다. 일단 배우 3인방부터가 예능에 익숙한 얼굴들이 아니다. 그나마 맏형 성동일이 예능 경험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감초 역할이라면 몰라도 본인이 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경험은 없다. 또 악역 본좌 이미지가 강한 김희원이나, 아역 스타 출신 여진구는 예능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실제로 방송 내내 이들은 2%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막내 여진구는 나름 야심차게 준비해온 식혜가 포장 실패로 상해버리는가 하면, 공들인 닭갈비 소스는 형들에게 기성품보다 못하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캐릭터로는 누구보다 거칠게 살아왔을 것같은 김희원은 캠핑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험이 처음 투성이인 순수 중년이다.

뭐든지 잘할 것처럼 보이던 맏형 성동일마저 운전면허 취득에서부터 요리, 천막 설치, 낚시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것마다 줄줄이 실패를 거듭하며 '허당'의 면모를 드러낸다. 비슷한 콘셉트인 <삼시세끼>와 비교했을 때, 차승원(성동일)-유해진(김희원)-손호준(여진구)이 각각 맡았던 포지션에서 나사를 한 22% 정도만 빼면 <바퀴달린 집>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설픔이 절대 밉거나 불편하지 않은데, 그것이 <바퀴달린 집>만 보여줄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예능도 캠핑도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서투르나마 게스트 대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티나지 않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 또한 돌발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진심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리액션은 이들이 '전문 예능인'이 아니기에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제작진도 억지스러운 설정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자막 연출 등을 자제하고 다큐에 가까운 거리두기를 유지하다보니 정말로 출연자들끼리 여행을 온 것같은 느낌이 더 부각된다.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 tvN


여기서 <삼시세끼>와 <바퀴달린 집>의 공통점은, '집'과 '여행' 그리고 '친구'에 대한 일상의 로망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삼시세끼>의 주요 무대가 되는 농어촌의 작은 시골집이나 <바퀴달린 집>의 이동식 주택은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세상의 스트레스나 간섭을 받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단촐히 살고 싶어하는 이들을 대리만족시킨다. 

오늘날에는 집이 숙소나 재산으로서의 개념으로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은 모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토대라는 의미가 가장 크다. 집은 인간에게 가장 평화롭고 자유로운 안식처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평소 사회에서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부자뻘-삼촌뻘의 세대차이나 위계도, '여행'이라는 과정 속에서는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 맛있는 음식과 일상의 소소한 공감대를 함께 나누며 소중한 사람들(친구)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무엇보다 특별한 힐링이 되는 것이다.

연기하는 캐릭터와는 또 다른 배우들의 인간적인 매력 등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연기에서의 코믹한 감초 이미지와는 다르게 익숙하지않은 여행 환경에서도 항상 솔선수범하며 동생들을 이끌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배려할 줄 아는 성동일은 말그대로 '꼰대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어른'의 모범을 보여준다.

철없는 둘째형 포지션의 김희원은 의외의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내는가하면, 생전 처음해보이는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에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여진구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님들을 깍듯이 모시면서도 할말은 하고 도전을 피하지않는 성실한 모범생 막내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또 고정 멤버들과 이미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함께 공연한 배우들이 게스트로 대거 출연하다보니 의외의 인맥이나 색다른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공효진, 엄태구, 이정은, 아이유, 하지원 등 예능에 많이 출연하지 않았던 배우들도 <바퀴달린 집>에서는 말 그대로 친한 선배들과 함께 하루 놀러온 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tvN 예능 <바퀴달린 집>의 한 장면 ⓒ tvN


어설픈 호스트 때문에 덩달아 고생하면서도 방송 내내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똑순이 캐릭터를 보여준 공효진이나, 극중 악역 전문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반전 면모가 돋보인 엄태구, 작은 일에도 웃음이 끊이지않는 유쾌한 소녀 감수성을 보여준 하지원 등은 <바퀴달린 집>에서 의외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힐링 예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먹방이다. <바퀴달린집>에도 보는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하는 맛있는 음식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삼시세끼>와 방향이 조금 다른 점이라면 화려한 요리실력이나 음식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조금 서투르더라도 함께 만들어낸 밥상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는 바쁜 일상에서 가까운 가족-친구끼리 모여 '밥 한끼'하기도 쉽지 않은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기도했다. <바퀴달린집>의 시즌2가 제작된다고 해도 이들 '삼형제'만큼은 빠짐없이 함께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퀴달린집 삼시세끼 여행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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