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깔끔한 승리로 전날 당한 재역전패의 아픔을 씻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4안타로 3점을 뽑으며 3-1로 승리했다. 전날 8-10 재역전패를 깔끔한 승리로 되갚은 롯데는 이날 연장 접전 끝에 키움 히어로즈를 6-5로 꺾은 5위 kt 위즈와의 승차를 2경기로 유지하며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45승1무41패).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7이닝3피안타(1피홈런)2사사구6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던진 구승민이 시즌 4승째를 따냈다. 롯데는 9개의 볼넷을 허용한 SK를 상대로 매 이닝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4안타 빈공에 시달리며 좀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8회에 터진 4번째 안타가 귀중한 결승타가 됐는데 이 결정적인 안타를 때린 주인공은 바로 롯데의 간판타자 손아섭이었다.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롯데 자이언츠 경기. 6회 말 롯데 손아섭이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롯데 자이언츠 경기. 6회 말 롯데 손아섭이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역사를 빛냈던 꾸준함의 아이콘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 시즌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장기간 펼쳤다는 점이다. '양신' 양준혁은 16년 연속 100안타를 비롯해 통산 최다 사사구(1380개),최다볼넷(1278개), 최다 고의사구 기록(150개)까지 가지고 있다. 양준혁은 그저 잘 휘두르기만 했던 타자가 아니라 KBO 리그 역사상 공을 가장 잘 고르는 타자임과 동시에 상대 배터리가 가장 상대하기 꺼려했던 타자였다는 뜻이다.

꾸준한 활약으로는 올해 은퇴 시즌을 치르고 있는 '쿨가이' 박용택(LG 트윈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나이로 30세를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야구에 눈을 뜬 박용택은 통산 최다안타 기록(2481개)을 비롯해 10년 연속 3할 타율(2009~2018년)과 7년 연속 150안타(2012~2018년) 등 위대한 기록들을 대거 가지고 있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이 나의 마지막 목표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박용택은 이미 기록에 대한 여한(?)은 없을 것이다.

현역 거포형 타자 중에서는 최형우(KIA 타이거즈)의 꾸준함을 따라갈 선수를 찾기 힘들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전성기를 활짝 연 최형우는 작년까지 무려 7년 연속 3할 타율과 130개 이상의 안타,15개 이상의 홈런,80개 이상의 타점을 꾸준히 기록했다. 최형우 같이 꾸준한 대타자를 중심타선에 배치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KIA의 멧 윌리엄스 감독은 큰 고민 하나를 던 셈이다.

현재 kt 위즈를 이끌고 있는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에서 5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하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지만 '국보' 선동열에 밀려 언제나 2인자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철이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세운 10년 연속 10승 기록은 선동열뿐 아니라 KBO리그의 그 어떤 투수도 도달하지 못했던 이강철만의 위대한 업적이다.

세이브왕을 4번이나 차지하고도 '돌부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의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끝내 넘지 못했던 '락앤락' 손승락에게도 꾸준함을 상징하는 대기록이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2년부터 롯데로 이적한 2018년까지 기록한 7년 연속 20세이브 기록이다. 오승환의 경우 어깨 부상으로 2009년과 2010년 부진했지만 손승락은 은퇴시즌(4승3패9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3.93)을 제외하면 언제나 한결 같은 활약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롯데가 자랑하는 간판스타, 햄스트링 통증에도 결승타 폭발

사실 손아섭 역시 '꾸준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롯데뿐 아니라 KBO리그 전체에서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선수다. 2010년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손아섭은 정확한 타격과 평균 이상의 장타력, 그리고 투지 넘치는 주루 플레이를 겸비하며 이대호의 일본 진출과 홍성흔, 김주찬(KIA)의 이적 후 자연스럽게 롯데의 간판 타자 자리를 물려 받았다. 

실제로 손아섭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박용택이 가진 10년 연속 3할 타율 기록을 눈 앞에 뒀다. 손아섭의 뛰어난 기량과 민병헌, 전준우, 이대호 등 앞뒤 타선에 서는 선수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 손아섭의 10년 연속 3할 타율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손아섭은 작년 시즌 3할 타율에 단 5리가 부족한 .295의 타율로 시즌을 마치며 10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이 무산됐다.

2017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4년98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고 계약 첫 해 26홈런93타점109득점을 기록했던 손아섭은 작년 시즌의 부진(?)으로 자존심에 금이 갔다. 그렇게 손아섭은 명예회복을 위한 의욕을 불태웠고 올 시즌 타율 .346 6홈런57타점64득점으로 롯데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 한 번도 월간 타율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을 만큼 손아섭 특유의 꾸준함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손아섭은 SK와의 안방 2연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손아섭은 25일 경기에서 6회 만루홈런을 터트렸지만 팀이 8-10으로 패하는 바람에 웃지 못했다. 하지만 26일 경기에서 6회 대타로 출전해 수비에 들어간 손아섭은 8회 2사 만루에서 깨끗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선발 출전을 하지 못했지만 경기 후반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롯데를 승리로 이끈 것이다.

손아섭은 1차 목표였던 10년 연속 3할 타율이 작년에 좌절됐지만 2016년부터 이어온 연속 시즌 150안타 기록은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올해 롯데가 치른 86경기에 모두 출전해 113안타를 치고 있는 손아섭은 풀타임을 치를 경우 5년 연속 150안타 달성이 매우 유력하다. 물론 손아섭의 올 시즌 진짜 목표는 5년 연속 150안타가 아닌 2017년 이후 롯데가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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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결승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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