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4 15:16최종 업데이트 20.08.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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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명래 환경부 장관님은 20일 국회에서 "이번 기록적 폭우로 홍수에 피해를 본 국민께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 부처의 장관으로서 국가를 대신해 사과 의사를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과를 통해 상처받은 국민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정부 부처의 사과는 더 나은 정책을 위한 기본이자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말입니다.
  
2년만에 달라진 그의 발언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018년 10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임과 다운계약서 작성, 차남의 증여세 고의 지연 납부 등 도덕성 자질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그런데 조명래 장관님!

4대강사업에 대해선 왜 입장 발표가 없으신지요? '4대강사업 대국민 사과'는 장관님 스스로 밝혔던 약속이지 않습니까? 기억을 상기시켜 드리기 위해 2018년 10월 23일 인사청문회 때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였던 장관님 발언을 올립니다.
 
"(환경부) 적폐청산위원회가 구성돼 4대강사업 잔재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말끔히 정리가 안 된 것은 사실이다. 취임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해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과 관련 정보 등 밝힐 수 있는 점은 다 밝히겠다."- 이데일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 "취임하면 4대강사업 대국민 입장·사과 밝힐 것">

조명래 장관님은 교수 시절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몇 안 되는 학자셨습니다. 장관님 논문과 관련 저작들은 저를 비롯해 4대강사업 반대 운동가들을 이론적으로 무장시키는 훌륭한 교재였습니다.

'4대강사업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학자 조명래가 아닌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 2중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4대강에 부역했던 환경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4대강 부작용을 수수방관해 '환경정책 낙제점'이란 평가를 받은 환경부를 대표해 사과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국가 부처의 사과는 이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 표현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이 되신 지 만 2년이 다 돼 갑니다만, 아직 아무런 입장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은 덜하지만, 주민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낙동강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녹조라떼'가 창궐했습니다. 홍수가 지나자 올해도 어김없이 녹조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2일 장관님의 발언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절차를 따라야 한다. 주민 반대 의견 등을 풀어야 하니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적폐 청산 목적으로 마련된 환경부 제도개선위원회가 권고한 '4대강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부 장관의 사과' 권고를) 들어보지 못했다."-한겨레 <조명래 "수돗물 유충 국민에 불편 끼쳐 막중한 책임감 느껴">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달라진다는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2018년 10월과 2020년 7월 발언은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2018년 10월 인사청문회 때 장관님이 언급한 '적폐청산위원회'가 바로 '환경부 제도개선위원회'였습니다. 인사청문회 때 스스로 '대국민 사과'를 언급했던 분이 2년 뒤엔 그런 걸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하는 건 환경부 수장으로서 본인이 했던 '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라는 것으로 들립니다.

거듭 언급하지만,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학자 조명래가 환경부 장관이 됐을 때, 적지 않은 기대를 했습니다. 학자 시절 조명래 장관님은 2013년 <녹색토건주의와 환경위기>라는 책 등을 통해 환경단체의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민‧관‧학 협력 구조(거버넌스)를 통해 4대강을 비롯한 우리 강이 제대로 흐를 수 있도록 만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4대강 자연성 회복 '반대를' 위한 조사평가단 인가요?
   

6월 26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에서 발생한 녹조.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실제 장관님 취임 후인 2018년 11월 '(아래 기획위원회)와 '4대강 조사‧평가 전문위원회'(아래 전문위원회)라는 거버넌스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앞서 8월 구성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라는 관료 조직과 함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편대를 이루어 힘있게 나아갔습니다.

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기획위원회는 2019년 2월에는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통한 4대강사업 부작용 저감을 사명감으로 생각해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수많은 제안과 의견을 내면서 우리 국민이 자연성 회복의 편익을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조명래 장관님의 환경부는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2019년 2월 이후, 1년 반이 넘는 현재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2019년 12월까지 한강,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밝히겠다는 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라는 공약이 물 건너가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낙동강 환경단체들은 "올해도 녹조라떼를 마셔야 하냐"며 울분에 찬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동안 거버넌스에 참여하면서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실행되도록 노력했지만, 공약 실행부서인 환경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오죽했으면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4대강 자연성 회복 '반대를' 위한 조사평가단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겠습니까. 지난 7월 21일 MBC <PD수첩>과 <뉴스타파>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12년 동안 4대강 사업 부작용을 집중 취재한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는 조명래 장관님을 향해 '그만하시라'라는 고언을 내기도 했습니다.
  
무책임을 넘어 무능?  
  

7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이행 촉구, 대통령 면담, 조명래 환경부장관 경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언론인 권석천은 <사람에 대한 예의>에서 "무능은 무책임에서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모습으로 볼 때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공약에 대한 환경부의 모습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님의 모습이 무책임을 넘어 무능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습니까?

조명래 장관님, 약속대로 4대강사업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셔야 합니다. 대국민 사과는 환경부가 4대강사업에 부역했던 과거와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추진에 미흡했던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강 살리기'는 환경부의 고유 업무입니다. 이를 망각하는 건 환경부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꼭 대국민 사과를 하시길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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