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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의 집콕 생활에서 벗어나 조심스러운 일상 탈출을 시도해 보려고 했다. 조금씩 코로나19가 잊혀가는 줄 알았더니 또 시작이다. 어디 마음 놓고 멀리 여행을 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제 가족 간의 나들이는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 좋다. 제일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힐링까지 가능하여야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시대, 경주 도심 속에 있는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를 찾아가 보았다.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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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귀하던 시절 경주시민들이 한낮의 더위를 피해 땀을 식히던 곳이 있다. 바로 경주 황성공원이다. 손에 부채 하나만 달랑 들고,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이곳을 많이 찾았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한여름 경주 시민들의 피서지 겸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곳이다.

요즘은 황성공원 주변이 온통 아파트촌으로 형성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산책로와 함께 운동기구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주민들이 여기서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가벼운 운동도 한다.

황성공원은 피톤치드 가득한 솔향을 맡으며 걷기만 해도 좋다. 거기다 산책로 바로 옆에 맥문동 군락지까지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발걸음이 훨씬 더 가벼워진다.

맥문동 성지로 자리매김한 경주 황성공원

황성공원은 경주 도심 속에 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어느 때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지나갈 때도 있다.
 
맥문동 군락지에 듬뿍 취해있는 숲속의 요정 같은 여인의 모습
 맥문동 군락지에 듬뿍 취해있는 숲속의 요정 같은 여인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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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황성공원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은 봄과 여름 딱 두 번이다. 봄에는 후투티 육추장면을 찍을 때이고, 여름에는 맥문동 군락지 촬영 때문이다(관련 기사 : 전국 최고의 '숲캉스' 명소는 경주 황성공원).

지난 14일 해가 뜨기 전 제법 일찍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를 찾아보았다.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는 시립도서관이 있는 동문보다 시민운동장이 있는 북문이 접근하기가 더 좋다. 북문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건너면 바로 맥문동 군락지가 보인다.

입구부터 작년에 확장하여 심어둔 10만 본의 맥문동이 보인다.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여 만개하려면 아직 멀었다. 산책로를 조금 더 올라가니 맥문동을 처음 식재한 곳이 보인다. 여기는 색감부터 확연히 다른 맥문동의 완연한 모습이다.

수백 년 된 고목들과 굴곡진 모습의 소나무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강하게 내리비친다. 수목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나무 사이로 빛내림이 환상적이다. 햇살을 받고 활짝 웃는 듯한 모습의 맥문동이 너무 예쁘다.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맥문동 군락지에서 잠시 머물고 싶어진다. 여름의 마지막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랏빛 맥문동이 지금 8월의 경주 황성공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모습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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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이 품은 묵직한 무게감과 굽은 소나무 산책로 사이로 활짝 피어있는 맥문동이다. 오가는 사람들을 맥문동이 고개를 내밀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반긴다. 마치 보랏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바람이 조금씩 불 때는 맥문동이 춤을 추고 있는 듯 보인다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는 아침 일찍이나 저녁노을 무렵 방문하면 좋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사진을 찍으면 맥문동 색감도 훨씬 좋다. 새벽녘 물안개가 드리워진 모습을 찍으면 좋지만, 매일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맥문동 군락지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면 심신이 안정되고, 아늑한 분위기에 취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보랏빛 물결로 출렁대는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보랏빛 물결로 출렁대는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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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인데도 가족단위로 앉아 맥문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인다. 오후 늦은 시간에 이곳을 지나치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숲으로 들어가는 예비부부들을 자주 본다. 황성공원은 이제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있는 경주의 명품 숲 중 하나이다.

각종 SNS에 소문만 나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그룹이 있다. 전문 사진작가들이다. 여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이들 와서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철저한 거리두기 와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촬영에 열중이다.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문 사진작가의 모습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문 사진작가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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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에 베이지색 긴 왕골모자를 쓰고 앉아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는 중년 사진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꽃과 함께하니 더 아름답게 보인다. 또 한 분은 하얀 옷에 역시 긴 왕골모자를 쓰고 숲속의 요정 같은 포즈를 취한다. 

이른 아침에 자기 개성에 맞는 빨강, 노랑, 하얀색의 옷을 입고 나와 숲속 패션쇼를 펼치는 듯하다. 거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할아버지까지, 취미생활에는 나이가 없다. 맥문동 앞에서는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인다. 

경주 황성공원은 이제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맥문동 성지로 자리를 잡았다. 2015년부터 식재한 맥문동이 약 1만5000㎡에 걸쳐 넓게 분포돼 있다. 총 본수만 해도 40만 본에 이른다.

맥문동 군락지와 함께 이제 황성공원은 도심 속 명품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람쥐와 청설모, 후투티 등 많은 동식물이 자생하고, 보랏빛 융단이 깔린 힐링 스팟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약초의 효능에다 보는 즐거움까지 겸비한 맥문동

맥문동은 여름철 산과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길 가다 보면 한두 포기 띄엄띄엄 꽃이 피어 있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맥문동이 군락지를 이루면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특히 색감이 보라색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군락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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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며 늘 푸른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꽃은 지역 여건에 따라 5~8월에 피고 자줏빛이다. 그늘에서 잘 자라며 높이는 20~30cm 정도 자란다. 언제나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꽃말도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좋은 '기쁨의 연속'이다.

맥문동이란 이름은 뿌리의 굵은 부분이 보리와 비슷하다 하여 맥문(麥門)이라 하고, 겨울을 이겨낸다 하여 동(冬)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잎이 난(蘭) 모양이며 뿌리는 한약재로 가래, 기침 등에 사용된다.

생장력이 강하여 주변에 잡초를 자라지 못하게 한다. 공기 정화 기능도 있어 공원 등에 주로 식재한다. 맥문동은 꽃보다 약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약초보다 보라색 꽃으로 더 유명해진 맥문동이다.

한편 황성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경주시 최정식 도시공원과장은 "황성공원을 누구나 찾아와 보고 즐길 수 있는 웰빙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하고 "가족들과 나들이하기 좋은 이곳에서 소중한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도록 명품 숲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경주시 용담로 79-41 (시민운동장, 맥문동 군락지)
입장료 및 주차료 : 무료

태그:#경주 황성공원 맥문동, #맥문동 군락지, #사진작가, #보랏빛 물결, #숲속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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